우리나라에도 셰익스피어를 능가하는 작가가있다. 그분이 쓴 것 중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뺨 치는 드라마도 있다.'레 미제라블' 코를 확 꺾어버리는 3대에 걸친 한국 근현대의 여성 대서사이기도 하다.
임상춘 작가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 대한 설명이었다.
다음부턴 전부 스포일러다. 드라마를 보지 않고 스포일러 가득한 리뷰를 보는 게 싫으신 분들은 이 공간을 탈출하시길 권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딸이니까"
이 이야기는 제주에서 태어난 1951년생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다. 당연히 여주인공은 세상에서 가장 불운하다. 해녀 일을 하면서 새끼 셋을 건사하다 스물 아홉에 폐병으로 사망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 친부는 예전에 사망했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살아생전 재혼한 아빠는 띵까띵까 노는 한량이다. 주인공 애순이는 밑으로 딸린 성씨 다른 동생 두명을 기르고, 밭에서 지은 양배추를 시장에 내다 판다. 그런 애순 옆을 그림자 처럼 지키는 돌쇠, 관식이가 있다.
"나는 우리 딸이 밥상을 차리지 말고, 다 엎었으면 좋겠어. 막, 막, 막, 다 엎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이 드라마의 여성들은 하나같이 억척스럽다. 구질구질하게 못 사는데도, 그 누구보다잘 살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다. 한국 전쟁 때 피난 떠나 제주에 정착한 애순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첫번째 남편과 사별하고 무능한 두번째 남편을 얻었다. 아이를 셋을 낳고 기르면서 해녀로 일한다. 해녀 중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잠수해 전복을 따낸다고 동료 해녀들에게 비아냥을 듣는다. 시험 보면 만점을 받고, 백일장에선 부장원을 받는똑부러지는 첫 딸아이를 둔 게 자랑이다. 그나마 형편이 그나마 첫남편의 시댁에 맡겨두는데, 딸이 어른들에게구박만 당하고, 밥도 제대로 못 얻어먹는다는 걸 알고 눈물을 삼키며 데려온다.
본디 애순의 꿈은 대학에 진학해 문학 공부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새아버지는새 여자를 만나 등록금은 나몰라라다. 장손의 노름 때문에 가세가 기운 작은아빠는 애순을 공장에 보내려 한다. 공장만큼은 절대 싫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관식과 야반도주를 한다.
솔직히 이 장면은 조금 아쉬웠다. 공장에 다니면서 야간대학에 진학하는 루트도 있었다. 실제로 그런 성공 사례들이 많다. 애순이 집요하게도 "나 공순이 싫어!!!"라고 외치는 모습은 쫌 아이 같아 보였달까. 나라면 관식이 손잡고 금개구리 훔쳐서 한번도 가본적 없던 부산이라는 도시 가보는 것보단, 그냥 공장 가서 돈 벌면서 대학 가는 루트를 택했을 것 같다. 그래도 뭐 드라마니까 이리튀고 저리튀는 스토리가 필요해 무리한 설정을 둔 게 아닐까 싶다. 또 실은 애순이가 그만큼 관식이를 사랑하고 있었다면 이해가 간다.
아무튼 이 야반도주도 실패한 애순과 관식. 이들의 하룻밤 전설은 대문짝만하게 신문에 실려버려 전국에 '까진 여자애'로 소문난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다. 그리고 애순에게 남은 선택지는 시집 가는 것 뿐이었다.
맞선 상대는 각설탕을 우걱우걱 먹어대면서 "칵 퉤"하며 가래침을 모으는 버릇이 있는 선장 남자. 이혼 경력이 있고 아이는 둘이라고 한다. (진심 이런 놈이랑 결혼하느니 공장이 낫지 않냐!? 아니면 차라리 해녀라도 해라!) 그런데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어쩐일인지 이런 놈한테 시집가기 직전에 이른다. 관식은 애순을 잡아보지만, 애순은 관식이 싫다고 한다. 그렇게 관식은 도심에서 열리는 큰 수영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배를 탄다.
관식을 태운 배가 떠나고, 결혼예복을 맞추다 결국 양장점을 뛰쳐나온 애순이 부둣가에 서서 관식을 부르며 애처럽게 운다. 그 장면을 지켜보는 동네 아줌마들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애순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슬퍼서 우는 거라고 한마디씩 지껄인다.
두 사람의 사랑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가, 결국 이뤄진다. 그 속도가 무척 빨라서 놀랐다. 관식과 애순은 로맨스 드라마답지 않게 무려 3화만에 아이를 낳는다. 그리고 애순이는 딸을 낳았다는 이유로 또 모진 시집살이를 당한다. 시어머니의 성화에 절에 가서 둘째 아들을 달라는 108배를 드리고, 동네의 이름난 무당이었던 시할머니는 팥을 계속 뿌린다.
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고분고분 시키는대로 살던 애순은 시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시할머니가 자기 딸을 해녀로 만드려 한다는 걸 알고 폭발해 버린다. 관식은 그런 애순의 손을 붙잡고 시댁을 나선다.
"떡을 좀 모질라게 해왔다고 부모 사랑도 모질란 건 아니니까요"
'폭싹 속았수다'에는, 상위 계층의 직업을 가진 등장인물들은 모두일그러져 있다. 대표적으로 선생님이 그렇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학급반장에 투표에서 1등을 했는데도 선생님께촌지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관장으로 밀려난다. 그런 교사를만나기 위해 애순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동서네 밭을 다 갈고 진주목걸이를 겨우 빌린다. 화장을 곱게 하고 진주목걸이를 건넨 채, "떡이 모질라서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인다. 떡 상자 속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피처럼 모은 돈 봉투를 준다. 아무리 황소처럼 날뛰고 성성한 애순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그당시 선생님 앞에서는 감히 큰 소리 한번 내지 못했다는 설정이다.
애순의 남편, 관식을 괴롭히는 선장도 일그러진 인물이다. 그는 배를 가졌고, 돈이 많은 인물이다. 넓고 좋은 집에 살지만 아내를 때리고 자기 아이들 앞에서 험한 욕을 할 정도로폭력적이다. 주인공은 일그러진 자들이 가진 권력과, 그 권력이 휘두르는 폭력에 고통스러워 한다. 그러나 고통을 그대로 직시하면서 꿋꿋하게 맞서 싸워 나간다. 만삭의 애순이 선장에게 "개새X야!" 라고 외치며 달려들어 정강이를 차버리는 장면은 드라마 속에서만 가능한 카타르시스다. 그런 사람들을 우린 히어로라고 부른다.
폭싹 속았수다의 4화까지 공개된 이야기였다. 다 스포일러라 미안하지만이 드라마를 보면서 왜 이렇게 눈물이 났는지 감정들을 복기해보기 위해서 줄거리를 적었다. 적고보니 아프지 않은 이야기가 없다. 애순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리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딸까지. 얼마나 수없이 자기 가슴 속에서 발을 동동거리면서 살았을까. 이 답답하기만 한 현실에서 얼마나 소리없는 아우성을 쳐댔을까 그 굉음이 다 느껴져서 저릿했다. 주제넘는 상상이지만이 정도 이야기를 쓰는 작가는 어떤 인생을 산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도 동시에 들었다.
울고 싶은데 울긴 싫고, 위로받고만 싶은 날 보면 좋을 드라마다. 애순이가 힘내서 달걀 같이 반들반들한 이마로 현실이라는 바위에 박치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 세상이 아무리 나를 무시하고 험하게 군다 해도 죽어라 살아야 하는 것 아니겠나.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금도끼 은도끼 말고 쇠도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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