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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록 May 05. 2025

코드 블루가 있는 카지노 쿠폰

우리는 때로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달리기 시작했다. 먹던 음식을 그대로 놓아둔 채이거나(그것이 그날의 첫 끼일지라도) 잠에서 깨어 졸린 눈을 찡그린 채, 어떤 때는 미처 말리지 못한 젖은 머리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달리기도 했지만 앞으로 할 일이 이 모든 사소한 일보다 급하고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오직 빨리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달렸다. 우당탕 소리를 내며 뛰는 우리를 보며 누군가는 놀라기도 했고 불편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으나 주변 사람을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카지노 쿠폰 블루, MICU*. 카지노 쿠폰 블루, MICU."

카지노 쿠폰 블루는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고 의료진들에게 알리는 신호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공포감을 주지 않으면서 의료진들에게 응급상황을 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심정지 환자에게는 심장이 멈추어 있는 1분, 1초가 생명과 직결되는 치명적인 시간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카지노 쿠폰 블루 방송이 들리면 그렇게 무작정 달렸다. 병원의 본질을 생각해 보면 화재를 뜻하는 '카지노 쿠폰 레드'나 재난이나 테러 상황을 뜻하는 '카지노 쿠폰 블랙'보다도 카지노 쿠폰 블루가 더 급한 상황일지 모른다.


열심히 달려 내과중환자실에 도착했고 심정지 환자의 침대 옆에 섰다. 이미 담당 주치의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곧 주치의와 교대하여 심폐소생술을 이어받았다. 침대 옆에는 이동이 가능한 3단짜리 작은 계단이 놓여있었는데 심폐소생술을 할 때 환자 옆으로 올라가는 용도였다. 세 칸을 모두 올라가서 무릎을 꿇고 환자의 흉부에 손을 댄 채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문득 이것이 기도하는 형상처럼 느껴졌다. 경건한 마음으로단을 오르고, 무릎을 꿇어 간절하게 기도하는 형상. 간절한 만큼 격렬하게, 온몸으로 하는 기도였다.


누군가의 생명이 스러져가는 상황과 나의 카지노 쿠폰이 공존하는 것이 적응되지 않았다.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다가도, 동기들끼리 시답잖은 농담을 하며 웃다가도, 좋은 꿈을 꾸던 중간에도 달려가서 심폐소생술을 하곤 했다. 나의 아주 사소하고 당연한 카지노 쿠폰에 누군가의 생명이 달린 사소하지 않고 당연하지도 않은 상황이 섞여 들어갔다. 감정의 격차를 따라가기가 벅찼다. 심폐소생술이 끝난 후(환자가 살아났든, 그렇지 않았든) 돌아간 카지노 쿠폰은 더 이상 '카지노 쿠폰'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두고 온 밥이나 커피는 이전처럼 맛있게 먹을 수 없었고(다 식었거나 누군가 치워버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농담을 주고받던 동기들도 무거운 마음으로 흩어졌으며, 다시 잠들어도좋은 꿈을 꾸지 못했다.


코드 블루와 카지노 쿠폰 사이의 괴리감이 사라지고 나쁜 말로는 무뎌지고 좋은 말로는 익숙해졌을 무렵, 나의 인턴 생활도 끝나가고 있었다. 익숙해져도 되는 일인가 싶었다. 그러나 익숙해지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아무리 익숙해져도 코드 블루가 섞인 나의 카지노 쿠폰은 온전한 '카지노 쿠폰'이 아니었다. 그러나 누군가를 '카지노 쿠폰'으로 돌아가게 하려면 꼭 필요한 일이었으니, 불평만 할 뿐딱히 어쩔 있는 건 아니었다.




*MICU: medical intensive care unit. 내과계 중환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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