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ep 28. 2024
지금 만약 카지노 게임라면
행복한 비명, 외로울 틈이 없네
마사지 샵에 회원권을 끊을 텐데.
헤어숍에서 트리트먼트를 받을까.
요즘 옷은 뭐가 유행인가...
가을 하늘이 너무 예뻐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도 싶은데.
결혼기념일이다.
오른편에 남편, 왼편에 아들 대동하고
씰룩씰룩 아웃백에 입장했다.
'기껏 관리 중인데 기념일날 식사는 해야 하고..'
배가 차오를수록 괜스레 울적해졌다.
카지노 게임가 입이 짧아 제가 고른 그릇하나는 손도 대지 않고
진즉 식사를 마쳤다고 만화책을 찾는다.
카지노 게임가 신경이 쓰였던 건지 자꾸 음식을 흘리게 된다. 하필 또 흰옷이네.
건대 스*시티 아웃백은 롯* 백화점과 연결되어 있다.
복합몰이 다 그렇지. 스파광고도 요란하다.
남편의 학교일정을 맞추기 위해 잠깐 그의 연구실에서 대기하게 되었다.
책장 위에 놓인 두 개의 액자.
그 안에 녹아있는 우리의 진한 추억.
하나는 유산이 되어 집에만 박혀있던 나를 데리고
용산 카지노 게임*크 몰에 놀러 갔다가 찍은 사진이다.
사진 찍는 순간 나를 웃게 만들기 위해 그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따라 웃었고, 그 찰나의 순간이 잘 기록되어 있다.
우리는 둘 다 한없이 슬펐지만, 젊었고, 서로 사랑했고, 그래서 빛났다.
다른 한 장의 사진에는 장욱진 미술관에서 나에게 아기천사를 주십사
하나님께 기도하며 소망의 그림을 그리는 내 모습이 담겨있었다.
난임부부였던 우리에게 긴 어둠 속 찾아왔던 소중한 카지노 게임를 떠올리자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쳤고, 켜켜이 쌓인 우리의 시간들이
견고한 성처럼 다가온다.
우리가 쌓아올린 세월의 성 안에서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