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의 교실에서 들려온 말들
4학년인 1호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시시콜콜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둘때는 조금 다르다.
2학년인 2호는 예비 1학년 때부터 엄마의 풀 케어를 받은 아이다. 사람 좋아하고 이야기하기를 좋어하는 아이기기도 하다. 하교하면 학교에서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종알종알 풀어놓는다. 요즘 아이가 해 주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앞에 앉아 있는 친구와 옆에 앉은 짝 이야기이다.
옆에 앉은 짝은 '수학'담당이다.
화요일의 2호 : 엄마, 내 짝이 수학시간에 자기는 3학년 공부하고 있다고 자꾸 말해. 시끄러워 죽겠어. 나는 3학년 수학을 하고 있어서 어쩌고 저쩌고... 너무 신경 쓰여.
목요일의 2호 : 엄마, 내 짝이 수학시간에 또 자기는 3학년 꺼 안다고 막 그랬어. 그래서 내가 '또 들으면 되잖아! 조용히 좀 해!'라고 했어.
앞에 앉은 아이는 ‘영어’에 자부심이 있다.
2호 : 엄마, 오늘 걔랑 종이로 인형을 만들고 놀았거든? 그래서 우리가 이름을 쥴리엣이라고 지었어. 근데 걔가 ‘쥴리엣이라고 좀 써 줄래? 아 너는 영어온라인 카지노 게임 안 다녀서 쓸 줄 모르지?’라고 했어. 그리고 자기가 막 썼어.
엄마 : 아 그래? 쥴리엣 어떻게 쓰는지 알려줄게. 영어로 이름 쓰는 건 원래 어려운 거야. 미국 사람들도 따로 연습해야 돼~ (영어로 써 준다). 근데 2호야. 그 친구가 쥴리엣 어떻게 썼어?
2호 : 음… J…U…. EEEEE 막 이렇게 쓰던데?
엄마 : 이거랑 달랐어?
2호 : 응 달랐어.
엄마 : 봐 원래 이름 쓰는 건 어려워.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다 배울 수는 없어.
2호 : 걔가 자기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영어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다닌다고 했어.
초등의대반, 4세 고시가 뉴스에 오르내리는 날들이니 선행을 하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다니는 건 이상하지도 놀랍지도 않은 일상이다.
내가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2학년 아이가 본인이 선행을 한다는 것을 반 친구에게 주목받기 위한 이슈로 활용을 하고, 자신이 다니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곳이라고 여기며 그렇지 않은 친구보다 우위에 있다고여기는 분위기다.
처음에는 가성비가 의심되고(돈이 아깝고), 예민한 아이를 낯선 환경에 많이 노출시키는 게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사교육 퍼레이드에는 참여를 유보하며 지켜보고 있었다.그 동안 직접 간접 경험을 통해 많은 정보거 쌓였고 이제는 소신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짧은 에피소드라 단편적이지만, 2호 친구들의 발언이 자라면 중고등 학생들의 현실이 된다.
문제집을 풀었다 → 수학 공부를 다 했다.
수학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다닌다 → 수학 공부를 하고 있다.
학교 선생님이 하는 수업은 → 시시하다 혹은 불필요하다.
영어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다닌다 → 나는 영어를 잘한다.
좋은 영어(수학)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다닌다 → 나는 우월하다.
어른들이라면 이 글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저 생각에는 문제가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최고라는 믿음을 키워 나가고 있는 당사자는 어린 아이다. 지금은 어려서, 부모님 말씀 선생님 말씀, 온라인 카지노 게임선생님 말씀을 따라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아이 속에서 무슨 생각이 자라고 있는지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드러나게 눈에 띄지 않는다. 이 믿음이 커져서 눈에 보일 정도가 되었을 때, 아차 싶어도, 다 큰 아이 마음속에 손을 짚어넣어 뿌리 뽑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간의 축적으로 이루어진 믿음의 뿌리는 깊고 힘이 쎄다.
신념과 믿음의 영역의 이야기는내려놓자. 그냥 팩트만 놓고 봐도 아이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의지하는 게 기본값이 되고, 학교 생활과 수업은 불필요하는 믿음이 자리하는 것은 대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티쳐스'를 보면서 '정시파이터'라는 용어를 알게 되었다. 정시파이터란, 내신 성적이 폭망이니 꼭 필요한 것만 챙기고 수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을 택한 고등학생을 뜻한다. '전략'이라 포장하지만 사실 내신 성적이 엉망인 학생이 손에 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다.
내신 성적은 학교 생활 내내 쌓이는 것이라 내신 성적을 잘 챙기지 못한 고 2 여름을 다 보낸 학생 입장에서는,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한다고 해도 내신 성적이 우월한 학생들을 따라잡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그럼 내신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친구가 재수생들과 함께 경쟁해야 하는 수능점수를 굉장히 잘 받아서 정시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내신 성적이 좋지 않다는 건 학생을 위축되게 만든다. 공부는 기세다. 그 상황이 학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의문이다.
이 친구들의 내신 성적이 왜 엉망이 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공부를 안 해서’ 거나, ‘시험을 잘 못 봐서’가 전부는 아니다.
서울에 있는 학군지 고등학교의 2학년 평가계획표다. 수행평가 50%, 중간고사 성적 25%, 기말고사 성적 25%로 내신 점수가 정해진다. '수행평가' 비율은 학교에 따라 40%인 곳도 있다. 40% 이건 50% 이건 아무튼 중간고사, 기말고사 다 합친 점수만큼 중요하다.
교육부의 큰 가이드라인 안에서, 학교 선생님이 평가 기준을 잡고, 그 결과를 채점하는, 학교 선생님의 재량에 100% 달려있는 수행 평가가 내신 점수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 수행평가는 어떤 것들이 나올까?
우리나라는 '교육'에 있어서는 '공정'이라는 키워드에 꽂힌 나라다. 학교알리미(https://www.schoolinfo.go.kr/)에 가면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자료가 다 나온다. 소위 '학군지' 학교로 알려진 몇몇 학교의 2024년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수행평가 기준을 모아봤다.
국어, 영어, 수학이 이 정도고 과학, 사회, 음악, 체육, 미술.... 수행평가만 다 챙기려고 해도 하루가 모자랄 것 같은데, 여기에 지필고사 준비도 해야 하고 수능도 따로 챙겨야 한다. 선생님의 공지사항을 항상 숙지하고, 평가의 방향이 어떠하며 무엇이 중요한지도 챙겨서 듣고 그 방향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상상이 될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다니는 경우,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보내는 시간은 오가는 시간, 친구들과 마라탕도 먹고 인생네컷도 찍어야 하니 집 밖에서 하루 네다섯시간을 보낸다. 어둑어둑해 질 무렵 집에 돌아와서는 밥 먹고 씻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내 준 숙제 해 내기 바쁘다. 중간중간 좀 놀기도 해야한다. 이런저런 덕질도 하고 유튜브 보다보면 시간 뚝딱이다 시험기간이 아닌데도 새벽 두세시에 잠든다.
이렇게 내신 성적의 50%에 해당하는 지필 평가에 대비한다. 그럼수행평가는 어떻게 하나. 틈틈이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한다. 쓰앵님을 두고 사는 스카이캐슬의 아이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평범한 우리 아이들은 직접, 손수, 수업 잘 듣고 내용 중에 중요한 것을 골라내고 그것을 수행평가에 녹이는 작업을해야 한다.
해야 할 게 많긴 하지만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싶다면, 다시 한번 위에 언급한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마음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믿음을 꺼내본다.
문제집을 풀었다 → 수학 공부를 다 했다.
수학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다닌다 → 수학 공부를 하고 있다.
학교 선생님이 하는 수업은 → 시시하다 혹은 불필요하다.
영어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다닌다 → 나는 영어를 잘한다.
좋은 영어(수학)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다닌다 → 나는 우월하다.
부모와 아이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해결책이라는 믿음을 가진 채로자라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일상의 중심축이 된다. 더 이상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학습 보조나 도구의 역할이 아니라 아이 학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이익 집단이다. 우리나라는 법으로 시간당 교습비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그러므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이익을 더 가져가기 위해서는 시수를 늘려야 한다. 즉 학생의 시간을 더 많이 가져와야 한다.
그래서 한해 한해 갈수록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이런저런 논리로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하고, 이미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다니는 것이 곧 학습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학생과 부모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단호하게 'NO'라고 하기 어려워진다. 학습에 문제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 때 잠깐 멈추고 뭐가 문제인지 들여다 보기 보다는 학생의 문제를 진단해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다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찾는다. 문제를 스스로 찾고 해결책 까지 도출할 시간이 없으니까.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중학교 때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쏟을 것을 요구하고 아이와 부모는 거부할 수 없는데 그 상황에서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은 중학교때와 비교할 수 없이 많고 깊어진다. 그러나 학생의 하루는 여전히 24시간이다.
당장 이 상황을 어찌할 수는 없으니 당사자인 아이가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하려면,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운영해야 본인에게 가장 효율적이고 유리한지 파악할 시간을 주는 것이 먼저다.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본인의 하루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다닌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문제는 일상이 '내'가 아니라 온라인 카지노 게임 중심으로 구성되다 보니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에게 맞게 하루를 0점 조절해 볼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직접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재료들이 뭔지 파악하고, 내가 이것들로 무엇을 차려내야 하고, 어떻게 차려내는 게 가장 나답게 잘 해내는 일인지 생각해 볼 기회도 없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떠먹여 주는 밥상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가 허겁지겁 먹고 나서 내가 뭘 먹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 좋은 상황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벌어지며 차곡차곡 적립되고 있다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이 두려움은 내 아이 하나만 잘한다고, 나만 정신 차린다고, 우리 부부만 잘한다고 사라지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내가 어디 가 닿을지 모르겠는 이 글을 쓰기 위해 하루를 완전히 쏟아붓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집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과 같은 커뮤니티 안에 속해 있다. 10대인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부모가 아니라 그 커뮤니티에 흐르는 문화와 정서다. 그래서 나는 2학년 아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영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있다고 믿는 것이 걱정이 된다. 그 믿음은 그 아이 혼자만의 믿음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모든 게 큰 문제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는 분위기다. 다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까지는 온 것 같다. 길게 보면 더 나은 방향으로 흐를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당장 크게 바뀔 것 같지 않고 우리 집 아이들은 이미 초등학생이라는 게 문제다.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둑 앞에서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고 있는 심정이지만 아직은 흘러넘치지 않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루를 설계할 여지는 남아 있다.
다음화에서는 어떻게 이 구멍들을 손가락으로 막으며 버티고 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