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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llow Duck Apr 11. 2025

오늘의 낱말: 카지노 게임 추천

피터 브뤼헬의 <바벨탑

내 육체가 네덜란드에서 산 지 어언 4년이 넘었지만, 내 네덜란드어는 단 하루도, 아니 단 일 분도 이 평평한 땅에 발을 디딘 것 같지 않다. 이는 카지노 게임 추천 습득을 강제하는 네덜란드 법망에서 살짝 벗어난 내 비자(visa) 때문이기도 하지만, 네덜란드어에 매력을 못 느끼는 내 마음과 어려운 카지노 게임 추천를 대하는 내 게으름 때문이다. 이 사실을 부정하는 핑계는 무한정 댈 수 있다. 애 키우고 살림하고 일하기도 바쁘다고, 네덜란드 사람들이 원체 영어를 잘해서 동기 부여가 안 된다고. 비루한 핑계 속에 어물어물 시간은 흘러간다.


이런 내 곁에 네덜란드어로 시를 쓰는 남편이 있다. 남편은 12살 딸아이와 함께 ‘스트라이끌쪄 (Struikeltje)'라는 시 낭송 듀오로 활동한다. 두 사람은 네덜란드 전역에 걸쳐 시 낭송 이벤트를 찾아다니며 약 10~15분간 남편 시를 낭송한다. 이렇게 활동한 지 벌써 3년 차가 되어가는데, 15분은 성에 안 차는지 작년 가을 남편은 아예 작은 펍을 빌려 자신의 시로 2시간을 채우는 공연을 기획했다. 쇼맨십이 넘치는 남편은 그냥 읽는 건 재미없다며 따로 공연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사이사이에 시를 넣는 수고를 서슴지 않았다. 연기도 하고 노래와 랩도 하고, 우쿨렐레와 바이올린도 연주하고, 랩을 위해 미디로 비트까지 만드는, 한 마디로 총체적 공연의 야심을 보인 것이다.


이런 마당에 내가 가만히 있겠는가! 한때 대학로에 뼈를 묻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던 전직 무대 디자이너인 내가 말이다. 공연 생리를 잘 아는 난 이들의 목소리, 톤, 호흡, 감정 표현, 시선, 동선, 몸의 각도, 손 사용, 시 낭송과 스토리텔링 사이의 포즈 등 기본적인 공연 기술을 알려주며 이래라저래라 간섭했다. 그런데 잠깐, 이거 뭔가 살짝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다. 앞서 밝혔다시피 난 네덜란드어를 못 하고, 이는 내가 이 듀오의 낭송을 못 알아듣는다는 것을 뜻한다. 대략의 내용은 알지만 섬세한 디테일을 알기에는 핼로 하와유 파인 땡 큐 앤드 유? 레벨의 내 네덜란드어로는 ‘택’도 없다. 그저 본능적 감각에 의존해 두 사람이 뱉는 소리, 강약, 리듬 및 감정에 반응할 뿐. 못 알아들으면서 마치 연출인 양 뻔뻔히 고나리질하는 내 모습이라니, 이 얼마나 웃기고, 기가 차고, 묘하고, 슬픈 아이러니인가!


난 이 기회에 카지노 게임 추천가 소통의 도구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소리 자체를 자유롭게 만끽하자고 마음먹었다. 뜻을 모른 채 듣는 카지노 게임 추천는 음악이 되기도 하고, 보는 카지노 게임 추천는 그림이 되기도 하니까. 매력 없다 단정 짓지 말고 직관적으로 느낄 때 다가오는 네덜란드어의 아름다움을 기필코 찾아보자. 게다가 이들은 ‘시’라는, 밑실 날실이 촘촘히 직조된 고차원의 카지노 게임 추천를 말하고 있지 않은가! 딸아이가 솜털 같은 목소리로 ‘과일’이란 시를 낭송한다.


“F라우타. 트웨이 아쁠 브께이끈 엘까r. 여 짙 조 로오다 알사 토마튼 다아r! 드 토마튼 웨르든 크와앋. 즈 웨이즌 옾 에인 블레잌 아쁠쪄.”


난 눈을 감고 먼저 음운과 음률을 탐구한다. 목을 긁으며 내는 강한 ‘하’ 소리와 (이들은 ‘G’를 센 ‘H’로 발음한다) ‘에이’, ‘예이’, ‘야이’ 등으로 발음되는 모음과, ‘쪄’로 끝나는 단어들이 내 귀를 제일 많이 자극한다. 성조나 강세는 없고 화자의 말투에 따라 느낌이 시시각각 변한다. 영어인 듯 영어 아닌, 독어인 듯 독어 아닌, 결국 그 무엇도 아닌 모호함은 여전히 당황스럽다. 그래도 난 운과 리듬을 느끼려고 모든 촉각을 곧추세운다. 마치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듣는 듯, 별 하나의 남편과, 별 하나의 딸과, 별 하나의 네덜란드어, 네덜란드어... 하지만 이내 좌절한다. 단지 눈에 콩깍지가 쓰인 엄마라서 딸내미의 소리가 예쁠 뿐, 난 끝내 퍽퍽 튀는 음반 같은 이 카지노 게임 추천의 매력을 찾지 못한다. 다른 카지노 게임 추천라면 달랐을까? 프랑스어나 독어였다면? 난 핑계를 찾다가 비겁하게 ‘취향’이란 단어 뒤로 숨기로 한다. 그래, 이건 취향이야. 데스 메탈이나 발라드가 내 취향이 아니듯, 네덜란드어가 내 취향이 아닐 뿐이야.


네덜란드의 르네상스 시대 화가 피터 브뤼헬 (Pieter Bruegel the Elder, 1525-1569)의 최고 역작으로 꼽히는 1563년 작 ‘바벨탑(The Tower of Babel)’은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였다. 하늘에 닿고자 인간들이 거대한 탑을 쌓자, 신이 그 오만함에 분노하여 본래 하나였던 카지노 게임 추천를 제각각으로 만들었다는, 그래서 서로 소통을 못 하게 되어 건설이 중단되고, 불신과 오해의 혼돈 속에 인간들이 서로 다른 카지노 게임 추천를 가지고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 브뤼헬은 총 3점의 바벨탑을 그렸는데 현재는 2점이 남아있고, 하나는 오스트리아의 빈 미술사 박물관에, 다른 하나는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에 위치한 보이만스 반 뵈닝겐(Boijmans Van Beuningen) 수장고에 있다. 두 그림 모두 중앙에 탑을 배치하고 주변을 상대적으로 작게 하여 탑의 압도적인 크기를 내세우는데, 빈에 있는 그림은 기계 및 노동자의 디테일을 자세히 묘사하여 건설 현장을 강조하는 반면, 로테르담에 있는 그림은 흡사 로마의 콜로세움 같은 거대한 바벨탑 형체 자체를 강조하여 가당치 않은 일을 도모하는 인간의 오만함을 ‘이 짓을 했다고?’라며 은유적으로 비꼬고 있다. 로테르담에서 이 그림을 봤을 때 마침 난 시부모님과 함께 있었고, 이들과 대화하며 네덜란드어의 크기를 그림 속의 탑 크기만큼 절실히 느끼던 중이었다. 당연히 난 그림 앞에서 상념에 잠겼다.


카지노 게임 추천로 곤욕스러울 때, 난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카지노 게임 추천가 파생된 근원을 생각하고, 자연스레 이 그림을 떠올리며 성경 속 바벨탑을 쌓은 바빌로니아 사람들의 오만함을 원망하게 된다. 어리석은 그대들이여! 왜 우리를 이런 고통에 빠뜨렸는가! ‘오만’이란 인간의 본성은 굳이 카지노 게임 추천가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인간을 어려운 상황에 빠뜨렸을 터이지만, 영리한 신은 가장 근본적이고 치명적인 것을 건드렸다. 배우자가 모국어로 쓴 창작물의 문학적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할 때, 난 결코 그가 쓴 시를, 그는 결코 내가 쓴 에세이를 가슴에 새기지 못할 거란 걸 거듭 자각할 때, 그래서 그 아련한 슬픔이 발끝에서 몽글몽글 올라올 때, 난 신을 ‘그럴 필요까지 있었냐’고 원망하게 된다. 어쩌면 한 카지노 게임 추천를 정복하려는 행위는, 나아가 카지노 게임 추천로 상대를 이해하려는 행위는 하늘에 닿으려 했던 인간의 욕심과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네덜란드어는, 즉 카지노 게임 추천는 내게 슬픔으로 남고, 그걸 적확하게 그린 브뤼헬의 그림은 나를 한없이 겸손하게 만든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아담한 관객이었지만 분위기는 유쾌했으며, 두 사람은 훌륭히 자기 몫을 해냈다. 커튼콜 때 남편은 고마운 사람들을 언급하며 내 이름을 말했지만, 난 과연 내가 뭘 했는지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했다. 공연 후 남편과 딸아이가 손님을 맞이하는 동안, 난 마치 높고도 높은 바벨탑의 벽돌을 하나하나 깨부수듯 서둘러 무대를 정리하고 뒤치다꺼리를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끌벅적 사용되는 지구상의 약 3,500개 카지노 게임 추천를 상상하며, 주파수가 맞지 않는 라디오처럼 온갖 소리가 뒤죽박죽되어 쿵쿵 울리는 지구 스피커를 상상하며 말이다. 그 소리의 데시벨은 바벨탑의 층수처럼 점점 높아졌고, 인간의 원죄를 어깨에 짊어진 듯 난 침묵이라는, 그 깊고도 겸손한 슬픔의 세계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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