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의 어느 날, 크라제 버거 코엑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대학생 김 모 씨는 진기한 경험을 했다.
점심시간에 맞추어 식당을오픈하자마자, 머리를 짧게 자른 고등학생들이 물밀듯이 가게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자리를 잡고는 크라제 버거와 치즈 프라이, 그리고 콜라를 주문했다.
주문 한 턴을 처리하고 보니 가게 앞에 이미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선 채 빈자리가 생기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역시도 고등학생들처럼 보였다.
'이거 참 신기한 일이군.'
대학생 김 모 씨는고개를 갸웃거렸다.
크라제 버거가 장사가 안 되는 식당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평일 낮에 웨이팅이 길게 생길 정도의 맛집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서빙된 햄버거를 마치 고급 프랑스 코스 요리 보듯 했다.
한 입 씩 베어 물 때마다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들은 모두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있었고,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고등학생들의 행렬은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계속되었다.
"진짜 너무 맛있어요. 이렇게 맛있는 햄버거는 난생처음이에요. 최고예요 최고."
한 여고생이 어설픈 카지노 게임말로 말했다.
더치페이를 하기 위해 계산대 앞에 줄 서 있는 학생들도 동의한다는 듯 다들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 정도는 아니라고 김 모 씨는 생각했지만, 굳이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그렇게 2007년 가을에 있었던 고등학생들의 크라제 버거 습격사건은 끝났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크라제 버거 코엑스점이고등학생 손님들로 가득 차기 일주일 전, 나는 교실에 앉아, 예정된 카지노 게임행 수학여행의 주의사항에 대해 듣고 있었다.
수학여행의 인솔교사이자 내 담임이기도 했던 화학 선생님은 고리타분한 규칙들을 읊조린 뒤, 갑자기 목소리의 톤을 바꾸며 이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너희 두 번째 날이 자유시간이지? 카지노 게임 무역센터에 있는 코엑스라는 곳에서 자유시간을 줄 건데... 거기는 말하자면, 동성로를 통째로 건물 안에 박아 넣은 것 같은 곳이란다. 거기서 식사도 자유롭게 너희들이 먹고 싶은 걸 사 먹게 될 거야."
여기서 그는 한 번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
"나는... 메뉴로... 햄버거를 추천한다."
"맥도날드 말씀이신가요?"
누군가 물었다.
화학 선생님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아니. 그런 양산형 햄버거와는 차원이 다른 햄버거가 있다. 너희들 수제 버거라고 들어봤니? 패티는 씨름 선수 손바닥만 하고, 빵에는 야들야들한 올리브기름이 넘쳐흐르고, 그 사이에는 단맛이 극대화되도록 요리사들이 한 땀 함 땀 구워낸파인애플이 들어가 있지. 이름은... 그래, 크라제 버거라고 한단다."
교실이 웅성거렸다. 무슨 버거라고? 크라켄 버거라는데? 뭐? 크리넥스 버거?
"쌤. 근데 햄버거가 그냥 햄버거지. 뭐 별 겁니까?"
어느 학생이 용기를 내어 선생님의 말에 토를 달았다.
화학 선생님은 제자들의 무지몽매함이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얘들아.. 그 건 그냥 햄버거가 아니란다... 그래. 말하자면, 그것은, 바로 카지노 게임 햄버거다!"
"!!!"
그 순간이었다,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진 것은.
그 어떤 수식어도 우리들에게 '카지노 게임'이라는 말이 갖는 세련미와 카리스마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카지노 게임 햄버거라니. 그 말을 듣고 어떻게 그 햄버거를 먹지 않을 수 있을까?
당연히 화학 선생님은 각 교실들을 돌면서 똑같은 이야기를 했고, 마치 단체급식처럼 우리 학년의 수학여행 두 번째 날 점심 식사 메뉴는 크라제 버거가 되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크라제 버거는 정말 '카지노 게임 햄버거'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역시 카지노 게임 것들은 배신하는 법이 없다.
언제나 그랬다.
나는 몇 가지 본능을 타고났는데, 압도적인 수면욕, 탄수화물에 대한 무제한의 식욕, 그리고 카지노 게임에 대한 맹목적인 동경이 바로 그것이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는 차를 타면 카지노 게임까지 네다섯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카지노 게임 근교였지만, 그럼에도 내게 카지노 게임은 세상의 중심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도시였다.
유명 맛집들과 유명 가수들의 공연은 거의 대부분 카지노 게임에만 있었다.
대통령, 국회의원, 그리고 그 밖에 어디서 방귀 좀 뀐다는 분들은 전부 카지노 게임에 살았다.
심지어 TV 방송도 KBS나 MBC 보다는 '카지노 게임 방송'이 훨씬 태가 번지르르했다.
카지노 게임에 살며 명절에만 지방으로 내려왔던 사촌들은, 자기가 길을 가다가 성유리나 남휘석을 만난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반면 내가 만날 수 있었던 유명인은 전국 노래자랑에 나가서 인기상을 받은 우리 동네 미용실 사장님의 셋째 아들이 전부였다.
그러니 나의 카지노 게임에 대한 본능적인 동경이 나이가 들수록 점점 커져간 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다.
내 부모님은 나의 이런 성향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고, 종종 본인들의 편의를 위해 이를 적절히 이용하셨다.
"공부 잘하면 카지노 게임로 대학을 보내주마."
그러자 내 성적이 올랐다.
"카지노 게임 사람이 되려면 키가 커야 돼."
그러자 내 키가 크기 시작했다.
그런 식이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우리 가족은 20명 남짓의 다른 친척들과 강원도를 여행하던 중이었다.
때마침 점심심간이 되었고, 우리는 산기슭에 있는 작지만 운치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나이였기 때문에, 메뉴에 대한 선택권이 있을 리 없었다.
제일 큰 할아버지의 지휘 아래, 우리 앞에는 아담한 뚝배기에 담긴 순두부 백탕이 배달되었다.
그리고 그날이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순두부를 본 날이었다.
내가 처음 보는 음식에 당황하여 숟가락으로 국을 휘휘 젓고 있는 사이, 어른들은 별다른 설명도 없이 연신 맛이 좋다는 말을 되뇌며 즐겁게 식사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물컹물컹한 콧물을 연상시키는 생김새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도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밀어 넣었다.
어이쿠, 그렇게 맛없는 음식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생김새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맛도 콧물 같았던 것이다.
"아이. 이게 뭐야. 엄마. 대체 이게 무슨 음식이랍니까?"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어머니에게 밥투정을 했다.
길게 찢은 배추 겉절이를 막 입에 집어넣으려던 어머니는 동작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아이 이 자식. 지 아빠 닮아서 입맛이 까탈스럽다니깐. 요 녀석을 어떻게 편하게 먹이지?'
아마 이런 생각을 하셨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좋은 생각이 드셨는지, 어머니는 손에 들고 있던 배추 겉절이를 내려 두고는, 진지한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XX야. 너 떡국 좋아하지?"
"네, 좋아하죠."
"이 음식은... 바로 카지노 게임 떡국이다!"
"!!!"
카지노 게임 떡국이라니, 내가 그렇게 엄청난 음식을 앞에 두고도 몰라보고 있었구나!
자괴감이 밀려왔다.
카지노 게임 떡국이라는 것을 알고 보니, 눈앞에 놓인 음식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계란이 풀린 맑은 국물 사이에 떠 있는 순두부 조각은, 마치 깨진 백자 조각처럼 빛나고 있었다.
어딘가 쿰쿰했던 냄새도 구수하고도 고급스러운 향취로 느껴졌다.
나는 다시 한번 숟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카지노 게임 떡국을 떠서는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과연 카지노 게임 떡국이었다.
카지노 게임 떡은 맨날 집에서 먹던 찐득찐득한 떡과는 다르게 이빨에 하나도 달라붙지 않았다.
거기다 목 넘김은 어찌나 부드러운지.
이런 아름다운 음식을 콧물에 비유했던 과거의 나 자신이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역시 카지노 게임 떡국이네요."
내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순두부 백탕을 퍼먹기 시작하자, 어머니는 내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본인의 식사에 집중하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순두부 백탕을 깔끔하게 비운 뒤, 우리는 부풀어 오른 배를 두드리며 식당을 나섰다.
몇 년이 지난 후 학교 급식이 시작되면서 나는 카지노 게임 떡국이 사실은 순두부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때는 이미 내가 순두부를 즐기는 몸이 되어버린 후였다.
그러니까 어머니의 전략은 꽤나 성공적이었던 것이다.
비슷한 일이 하나 더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고열과 비염으로 침대 신세를 져야만 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근처에 있는 가톨릭 수도원 앞에 있는 어느 간판 없는 가게에서 곰국을 끓여 오셨다.
몸에 아주 좋은 음식이라며 내게 주었던 그 곰국은, 내가 아는 곰국과는 맛과 향이 달랐다.
잘 끓인 곰국처럼 맛이 눅진했지만, 끝 맛이 조금 더 시큼했고, 코를 톡 쏘는 특유의 향이 있었다.
내가 곰국이 맞냐고 물으면, 어머니는 '카지노 게임 곰국'이라고 답하셨다.
당연히 그 말을 듣고 난 이후부터는 어머니가 사 오신곰국이 맛나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아플 때마다 카지노 게임 곰국을 먹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 덕분인지 꽤나 사지 멀쩡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카지노 게임 곰국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내가 대학생이 된 이후의 일이었는데,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읽는 분들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