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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만화가 Mar 04. 2025

카지노 가입 쿠폰 게이를 찾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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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우주의 진리와는 거리가 있지만, 실생활에는 아주 유용한 지식들이 있다.


가장 멀미가 덜한 버스 좌석을 찾는 방법.


보통 우유와 저지방 우유를 냄새로 구분하는 비법.


새끼발가락에 난 거스러미에 걸리지 않고 털양말을 신는 노하우.


이런 지식들은 누구도 진지하게 전수해주지는 않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만고불변의 진리보다도 훨씬 유용하다.


나 역시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이런 류의 비법 하나를 깨우쳤는데, 바로 '다른 마음을 갖고 나에게 접근하는 이성을 찾아내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다.


나는 그때 처음 영어학원에 갔다.


언제나처럼 거실 소파에 누운 채로 빈둥거리며 만화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마의 손이 내 목덜미를 잡아끌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노란색 봉고차에 실려 어디론가 가고 있었고, 또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영어로 된 낱말 카드가 벽면 가득 붙어있는 교실에 앉아 눈화장을 짙게 한 여자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당시 영어학원 선생님들은 왜 다들 눈화장이 짙었던 걸까?)


선생님은 학생들을 찬찬히 훑어보고는, 영어 이름이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 보라고 했다.


나는 손을 들고 내 한국 이름을 최대한 혀를 굴려 발음했다.


선생님은 그런 건 영어 이름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한 명 한 명에게 어울리는 영어 이름을 지어 주기 시작했다.


크리스. 톰. 마이클. 캐서린. 미셸. 제시카.


내 차례가 되었다.


"너는, 카지노 가입 쿠폰 어울릴 것 같구나."


"네? 케이크요?"


"아니. 카지노 가입 쿠폰."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카지노 가입 쿠폰라는 이름은 태어나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카지노 가입 쿠폰라니.


내 옆 자리에 앉아 있던 말라깽이 안경잽이는 '스티브'라는 아주 멋진 이름을 받았는데 말이다. (심지어 나 역시 말라깽이 안경잽이였는데도!)


물론 나는 소심한 아이였기 때문에 이름을 바꾸는 건 엄두도 내지 못했고, 그래서 나는 그대로 카지노 가입 쿠폰 되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자 학교에도 영어 과목이 개설되었다.


"자기소개를 해보도록 하자. 영어 이름이 있는 친구는 영어 이름을 이야기해도 좋단다."


선생님이 말했다.


"뭐? 케이크?"


내 이름을 들은 친구들은 다들 나와 똑같은 반응이었다.


새로 영어 이름을 부여받은 아이들은 그 전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름이 톰인 친구는 자기가 톰 크루즈가 된 것처럼 말했고, 마이클인 친구는 자기가 마이클 조던이 된 것처럼 행동했다.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누구도 카지노 가입 쿠폰라는 이름을 가진 배우나 운동선수를 알지 못했다.


당시에는 그게 섭섭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또 한 명의 카지노 가입 쿠폰를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온 스타일'이라는 케이블 채널에서였다.


스카이라이프를 위시한 케이블 방송들이 안방극장 침공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용의 눈물] 재방송을 봐야 한다는 아버지의 의지 덕택에 우리 집에도 유선 방송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그 떡고물은 고스란히 나와 내 여동생의 몫이었다.


24시간 만화 영화가 방송되는 채널이 생기다니, 나에게는 천국으로 가는 문이 열린 거나 다름이 없었다.


나는 학교가 끝나면 부모님이 퇴근하시기 전까지 1분 1초도 쉬지 않고 TV를 봤다.


[카드캡터 체리]. [선계전 봉신연의]. [슬레이어스]과 [환상 게임].


세상에 재밌는 만화영화가 어찌나 많은지,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였다.


다만 케이블 채널에는 한 가지 단점이 있었는데, 광고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꼬여 '지역방송국 광고 시간'에 걸리기라도 하면, 10분이 넘는 시간을 지역광고(주로 장어구이 전문점이나 등산복 아울렛에 관련된)와 함께 해야만 했다.


언제 만화가 시작할지 모르니 자리를 비울 수는 없었기에, 나와 내 여동생은 TV 채널만 이리저리 돌리며 시간을 때웠다


그러다 우연히 '온 스타일' 채널에서 기묘한 프로그램을 보게 되는데, 바로 '플레이 잇 스트레이트'라는 미국의 연애 서바이벌이었다.


10년도 더 전에 보았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기억이 흐릿하지만, 프로그램의 개요는 대략 이러하다.


텍사스, 혹은 다른 미국 서남부의 거대한 목장을 배경으로 한 명의 여자와 여러 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그들은 함께 생활하며 같이 말을 타거나 수영을 즐긴다.


남자들은 모두 여자의 호감을 사기 위해 노력한다.


여자는 매주 한 명, 혹은 여러 명의 남성 참가자들을 탈락시키고, 탈락한 남자들은 쇼에서 사라진다.


쉽게 예상 가능하듯이, 남성 참가자들의 목표는 여자로부터 선택받는 최후의 1인이 되는 것이다.


여성 참가자의 목적은 자기에게 진정 호감이 있는 남자를 찾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연애 서바이벌과 유사하지만, '플레이 잇 스트레이트'에는 다른 리얼리티 쇼들과 구분되는 한 가지 특징이 있었다.


바로 남성 참가자들 중 절반이 게이란 점이었다.


쇼에는 막대한 상금이 걸려 있었는데, 만약 여자에게서 선택받는 최후의 1인이 게이라면 그는 상금을 혼자 독차지하게 된다.


반면 여자가 자신에게 진짜 이성적 호감을 가진 이성애자 남자를 찾는다면 둘은 상금을 반씩 나누어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실제 연인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고, '플레이 잇 스트레이트'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 본 연애 서바이벌이었다.


나는 이 드라마를 통해 게이를 처음 보았다.


그리고 게이란 말이 멸칭이나 은어가 아닌, 일상적으로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말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기억이 맞다면 매주 목요일 10시에 새로운 에피소드가 업데이트되었는데,나는 본방송을 거의 전부 챙겨 보았다.


뭘 보고 있냐고 물어보는 부모님께 나는 친절하게 쇼의 내용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러면 부모님은 아무 말 없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다가 그대로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셨다.


(당시 부모님이 느끼셨을 복잡한 감정이 이제 조금은 상상이 간다.)


어쨌건 나는 이 시리즈를 아주 재밌게 보았는데, 사실 그 이유는 아주 사소했다.


바로 쇼의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 카지노 가입 쿠폰키였기 때문이다!


그렇다.


비록 여자이고, 이름의 어미가 미묘하게 다르기는 했지만, 나는 드디어 또 한 명의 카지노 가입 쿠폰를 발견한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열 명이 넘는 똑똑하고 잘생긴 남자들이 다들 호감을 표시할 만큼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키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었고, 쾌활하고도 배려심 넘치는 성격을 갖고 있었다.


어린 한국인 소년이 보기에도 그녀는 아주 훌륭하고 멋진 어른처럼 보였다.


그런 사람이 나랑 이름이 같다니!


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키가 쇼에서 승리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나로서는 출연자들의 외형적인 면이나 행동으로 그들이 이성애자인지 동성애자인지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므로, 응원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제작진은 매회 그녀의 선택으로 탈락하는 남자가 이성애지안지 게이인지를 가르쳐주었는데, 탈락자가 게이로 밝혀지면 나는 그녀와 함께 기뻐했다.


그렇게 동양의 작은 나라의 한 소년이 나름의 방식으로 쇼를 즐기는 동안 프로그램은 착실하게 진행되었고, 어느새 세 명의 남자 출연자만이 남게 되었다.


이때쯤 프로그램의 메인 제작자가 직접 세트장을 방문하여, 카지노 가입 쿠폰키에게 세 명의 남자 중 단 한 명만이 게이임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시리즈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시작되었다.


세 명의 후보들 중 카지노 가입 쿠폰키가 가장 큰 호감을 느꼈던 이는 전형적인 흑발 백인 미남 느낌이 나는 남자였다.


그는 방송 중 사고를 당해 한쪽 팔에 깁스를 하고 있었지만, 남은 한쪽 팔로 멋들어지게 픽업트럭을 몰았다.


그 모습이 아주 남자다워 보였기 때문에, 카지노 가입 쿠폰키는 그에게 호감을 느꼈다.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그 남자를 나는'위너'라고 부를까 한다.


왜냐하면 그가 이 쇼에서 카지노 가입 쿠폰키의 최종 선택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남자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머리를 깔끔하게 밀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귀걸이를 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근육이 울퉁불퉁한 사람이었던 것만 기억난다.


그는 결국 마지막에 가서 카지노 가입 쿠폰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눈물을 보인다.


그는 진짜로 카지노 가입 쿠폰키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 남자를 '눈물'이라고 부르겠다.


세 번째 남자는 앞선 두 남자와 비교한다면 결코 미남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외모를 갖고 있었다.


그는 머리카락과 턱수염이 연결되어 있었고, 다른 남성 참가자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약간의 뱃살이 있었다.


하지만 성격이 아주 유쾌했다.


이 남자는 '크리스'라고 하기로 하자.


왜냐하면 그의 이름이 크리스이니까.


'위너'와 '눈물'과 '크리스'.


나는 세 명의 참가자 중 크리스를 응원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키가 크리스와 있을 때 가장 많이, 크게 웃었기 때문이다.


최종 선택의 밤을 앞두고 마지막 데이트의 기회가 카지노 가입 쿠폰키에게 주어진다.


카지노 가입 쿠폰키는 위너와 낚시를 갔다가, 눈물과 저녁을 먹고, 크리스와 밤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즐거운 한 때가 지나간다.


그리고 카지노 가입 쿠폰키는 위너를 최종선택한다.


결과는... 위너는 게이가 아니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키와 위너는 쇼의 승리자가 된다.


둘은 입을 맞추고, 그렇게 쇼는 끝난다.


해피 엔딩.


한편, 세 남자 중 게이는 크리스였던 것으로 드러난다.


카지노 가입 쿠폰키는 그 사실을 아주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알아챈다.


최종 선택이 있기 직전, 카지노 가입 쿠폰키는 크리스의 무릎을 베고 누워 영화를 보다가 잠깐 잠이 든다.


크리스는 깊게 잠이 든 카지노 가입 쿠폰키가 재미있다는 듯 낄낄거리며 그녀를 내려보다가, 그녀의 한쪽 손을 공중으로 살짝 들었다 떨어뜨린다.


툭, 그녀의 팔이 소파 위로 떨어진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키는 크리스가 자신에게 이성적인 호감이 하나도 없음을 알아챈다.


팔을 들었다 떨어뜨리는 장난은 친구나 형제자매끼리 치는 장난이므로, 로맨틱한 순간에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은 사랑의 법정에서 명백한 유죄다.


만약 두 사람이 연인으로 통하는 문 앞에 서 있었다면, 크리스는 자기 무릎을 베고 누워 있는 여자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거나 손을 감싸 쥐었을 것이리라.


그리고 그녀의 생각은 깔끔하게 들어맞았다!


아주 멋진 추리였다.


카지노 가입 쿠폰키는 자신의 이름이 현명함의 상징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덕분에 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라는 이름에 조금은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며, 나에게 호감이 는 상태로 접근하는 여성을 구분할 수 있는 유용한 팁도 알게 되었다.


아주 유용한 지식이었다.


'나중에 꼭 나도 써먹어야지.'


어린 소년은 그렇게 다짐했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나는 이 유용한 지식을 활용해 본 적이 없는데, 나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접근하는 이성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호감을 품고 접근하는 이성도 없었다.


그리고 '플레이 잇 스트레이트'는 사회 각계각층의 항의에 부딪혀, 시즌 1을 끝으로 폐지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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