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다시 망가져버린 몸
내 건강지수는 마이너스를 향해 곤두박질쳤다.
몸을 단련해야 할 시기에, 나는 집안일과 육아, 강의 준비에 치여 편히 앉아 커피 한 잔 할 여유가 없었다. 제대로 긴 숨을 쉴 틈도 없었다. 가뜩이나 무거운 배낭을 메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데, 누군가가 계속 짐을 더 얹어 주는 기분이었다.
어느 순간 지쳐버린 나는 집안을 그대로 방치해 버렸다. 그 와중에 외식을 싫어하고,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둘째를 위해 이틀에 한 번은 장을 보고 새로운 메뉴를 고민해야 했다. 나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무보수 가사노동자로 전락카지노 게임 추천. 이제 운동은 나에게 사치가 되었다.
남편이 갑작스럽게 한국으로 복귀하게 되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집안 정리가 시급한 문제가 되었다. 곳곳에 쌓인 짐들과 아이들의 물건이 내 눈에 거슬리기 시작카지노 게임 추천. 아이들은 매일 어지르고, 나는 매일 치웠다. 첫째와 둘째, 그리고 강아지까지—세 식구의 흔적을 치우기 위해 쓸고 닦고 버리고 얼룩 뭍은 카펫을 빠는 일은 끝이 없었다. 특히 강아지의 하얗고 긴 털은 눈덩이처럼 뭉쳐져집안 구석구석을누비고 다녔다. 냉장고 안에도, 쌀밥 안에도 하얀 털이 보였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니, 카지노 게임 추천이 입국하는 12월 초에는 몸살이 심하게 찾아왔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의반응이 예상되어 도무지 누워 쉴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 추천이 귀국하는 주에는 새벽까지 집을 치워나갔다. 청소 아줌마도 불렀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줌마가 깨끗이 치워 놓은 집안에도 만족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집안 곳곳을 둘러보며 곧장 지적을 시작카지노 게임 추천. 원래 없었던 거실 중앙의 공부용 탁자부터.
“이건 뭐야? 버려.”
"애들이 여기서 숙제하는 공간이야. 방보다 공부가 잘된다고 하던데, 왜 없애? 그리고 이 무거운 8인용 대리석 탁자랑 의자들을 나 혼자 무슨 힘으로 옮기라는 거야?"
“...”
그날 이후, 집 안을 편리함으로 생각하는 아내와, 여백으로 생각하는 카지노 게임 추천 간 집안 살림 논쟁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이 숨 가쁜 일상에서 유일한 탈출구는 수필 쓰기 수업과 독서토론 수업이었다.
12월까지 두 수업을 병행해야 했기에,마감이 다가오면 새벽까지 과제와 교재를 준비카지노 게임 추천.
몸은 지쳤지만, 정신은 맑고 또렷카지노 게임 추천. 도서관에 가서 논문과 책을 찾고, 대입 대비 수준의 교재를 직접 개발카지노 게임 추천. 주제를 현실 문제와 연결하고, 수능·논술·면접 대비 기출문제 자료도 포함해 워크북을 만들었다. 책한 권당 10~20페이지짜리 자료가 탄생카지노 게임 추천. 수강하는 아이들은 처음엔 어려워했지만, 아이들을 둘러싼 현실과 연결하며 깊이 사고하고 확장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흥미를 느꼈고, 열심히 참여해 주었다. 결국 다수의 학생이 특목고에 합격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남편은 내 노력을 이해하지 못카지노 게임 추천.
"얼마 안 되는 돈을 벌려고 그 고생까지 해야 해?"
그 한마디가 내 가슴을 또 찔렀다. 내게 수업은 돈이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연말 모임에서 같은 처지의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언니, 퇴원하고 바로 집에 가지 말고 요양이라도 일주일 하다 와. 정말 살 것 같더라.”
“자기야, 수술할 때 로봇수술 가능한지 꼭 알아봐. 로봇 수술이 재발이 없어.”
그들의 조언은 내게 등대같이 느껴졌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크리스마스 연휴에 오랜만에 가족끼리 호텔에서 쉬자며 스위트룸과 뷔페를 예약하라고 했었다. 크리스마스는 극성수기이므로, 나는 일찌감치결제를 완료했었다. 하지만 12월이 되자, 남편은 말을 바꿨다. 해외 집과 이삿짐을 정리하기 위해 원래 일정보다 늦은 크리스마스 때 출국하기로 카지노 게임 추천는 것이었다.
“갑자기 왜?”
“... 현지 송별회가 크리스마스이브로 잡혔어.”
"그럼 우리랑 함께 보내기로 한 약속은? 회사 눈치 보느라 먼저 한 가족과의 약속은 이렇게 쉽게 깨는 거야?"
"아무튼, 뷔페는 그냥 두고, 룸은 취소해."
"취소 안 되는 룸으로 예약한 거 기억 안 나?"
"그래도 확인해 봐."
그의 일방적인 통보에 기가 막혔다. 상사 눈치 보느라 말도 못 하면서, 나에게는 퉁명스럽기 그지없는 일방적인 통보라니! 가족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애초부터 ‘약속을 못 지켜 미안하다'는 말은 바라지도 않았다. 다만, 부드러운 말투를 원했을 뿐. 나는 어이없는 마음을 누르고 호텔에 전화를 걸었다.
"네, 고객님. 예약 취소는 불가합니다. 고객님께서 오시지 않더라도, 결제한 금액은 취소가 되지 않습니다."
내 예약번호를 확인한 프런트 직원은 상냥한 목소리로 명료하게 대답해 주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왜 카지노 게임 추천이 빠지면 우리 세 모녀는 크리스마스 때 호텔에서 묵지 못한단 말인가! 오히려일방적으로 약속을 깬 게 미안해서라도 남은 가족은 호텔에서 즐기라고 말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결국, 남편은 크리스마스 전에 다시 해외로 출국했고, 우리 세 모녀는 남편 없이 호텔에 갔다. 크리스마스이브 밤, 화려한 야경을 보며 샴페인을 마시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그동안의 고생을 서로 위로카지노 게임 추천. 그 순간만큼은 모든 걸 잊을 만큼, 만족스러운 밤이었다. 하지만 과식과 밥새 방을 덥힌 건조한 바람으로 인해, 크리스마스 당일 우리 모녀 셋 모두는 배탈과 몸살이 나고 말았다.
그리고 곧이어, 강추위에 몰아닥친 독감유행이 우리 집에도 닥쳤다. 먼저 둘째가 A형 독감에 걸렸다. 병원은 독감 환자로 넘쳐났고, 아이는 39.9도의 고열에 시달렸다. 나는 다시 간호 모드로 돌입카지노 게임 추천. 약을 챙기고, 음식을 준비하고, 마스크를 쓴 채 물수건으로 열을 식혀주며 아이를 간호카지노 게임 추천. 죽부터 국, 과일, 빵 등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사 오고 만들어, 삼시 세끼를 방에 넣어주는루틴이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코로나 때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었다.
"엄마, 나 졸업식에 못 가면 어떻게 해? 흑흑흑…"
"그러길래, 그렇게 추운데 적당히 좀 놀러 다니지! … 후... 걱정 마. 열도 금방 떨어지고, 다 나을 거야. 너는 몸을 회복하는 데에만 신경 써. 푹 쉬고 충분히 자고, 미지근한 물 계속 먹자."
울먹이는 아이를 달래 주었지만, 한 편으로는 아이가 학교 졸업식에도, 캠프에도 참석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 혹시나 나에게 옮길까봐 속이 타들어갔다.
그 와중에 내 몸도 물먹은 솜처럼 축축 처지고 무거워지기 시작카지노 게임 추천. 미열도 났다.
‘설마 나까지 걸리면…? 수술 일정이 밀릴 텐데...’ 덜컥 겁이 났다. 몇 개월 뒤로 주욱 밀릴내 수술도 걱정되기 시작카지노 게임 추천. 얼마 전, 수술을 앞두고 힘을 내라며 밥을 사준 친한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입원하기 전에는 감기 조심하고 몸 아프지 않게 밖에도 나가지 말아야 해. 운동도 하지 말고… 아무튼 절대 무리하지 말고 푹 쉬어! 그래야, 무사히 수술할 수 있어!”
친구의 신신당부에도 불구하고, 정작 나를 돌보고 나를 챙길 시간은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몸살기운을 견뎌냈다. 이럴 때 무너지면 영락없이 A형 독감에게 지게 되는 것이니까.
다행히 독감은 나를 건너뛰고 큰아이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다시 큰 아이를 보살펴야 카지노 게임 추천. 내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내게 집이라는 공간은 안식처가 아니라, 벗어나고 싶은 창살 없는 감옥이 되어 있었다.
12월 말, 둘째의 졸업식 전날. 나는쑤시는 몸을 이끌고 집 밖을 나섰다.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한 채 아이의 꽃다발을 준비하고, 얼굴 마사지도 받았다. 늦둥이를 낳는 순간부터 졸업식에서 최대한 늙어 보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나와의 오래된 약속을지켜야 카지노 게임 추천. 미용실에도 들렀다. 아이 머리를 다듬은 후에, 내 머리를 손질할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도저히 예약했던 펌을 할 수없었다. 계속 앉아 있을 힘조차 없어서 실장의 조언대로 링거를 맞기 위해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검사 결과, 내 몸속 두 곳에서 염증이 발견되었다. 면역력이 심각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링거를 맞으며 상태는 호전되었지만, 혈압이 떨어지지 않아 집에 가지 못카지노 게임 추천. 의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카지노 게임 추천.
"무조건 휴식을 취해야 해요. 몸을 먼저 회복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밤에도 상황이 악화되면 응급실에 가세요."
혈압수치가 150 밑으로 떨어지자, 귀가 허락이 떨어졌다. 밤늦게 운전해서 집으로 오는 길, 멍하니 생각카지노 게임 추천.
'몸을 카지노 게임 추천는커녕, 이렇게 무너질 줄이야... 코 앞으로 다가온 수술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
다음날, 나는 아픈 몸을 이끌고 아이의 취향을 제대로 반영해 주문한 어여쁜 꽃다발을 들고 둘째 아이의 졸업식에 갔다. 오랜만에 신은 하이힐로 인해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견뎌냈다. 남편도 잠시 학교에 와서 졸업을 축하해 주었지만, 약속과 달리 예약해 둔 레스토랑에는 같이 가지 못했다. 또다시, 나와 아이 둘이서 식사를 하러 갔다. 메뉴는 아이가 좋아하는 스테이크로 정했기에 편안한 점심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12월의 일정은 끝나지 않았다.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연주회에 가야 카지노 게임 추천. 밤늦게 시작되는 연주회에 참석하는 건 무리인 듯카지노 게임 추천. 남편은 취소하자고 했지만, 나는 결단코 반대카지노 게임 추천. 그동안의 막노동에서 잠시 벗어나, 오랜만에 문화를 향유하며 내 정신이 위안받을 수 있는 기회인데! 결국 남편이 운전하는 차로 편히 이동카지노 게임 추천.내가 운전하지 않는 차를 탄 게 얼마만인지! 날카롭던 신경이 느슨하게 풀어졌다.
우리는 콘서트홀에 도착카지노 게임 추천. 그 주에 일어난 안타까운 비행기 사고로 인해, 무대 앞에는 하얀 국화가 소복하게 깔려 있었다. 우리는 다 같이 묵념을 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카지노 게임 추천. 한 해를 돌아보며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행위는 나를 행복하게 하고 충만하게 했지만, 중간중간 몰려오는 수마에는 속수무책이 되었다. 나를 흘끔 대며 웃는 남편의 옆모습이 보였다. 평소와 반대가 되다니!다음 연말 음악회까지는 어떻게든 체력을 길러서, 카지노 게임 추천을 비웃어주던 내 원래 포지션을 찾겠어!
이제 밤 12시가 넘었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가고, 새로운 2025년이 도래카지노 게임 추천.
집에 돌아오면서 지난해를 돌이켜보니, 검사를 다니고 수술을 결정하면서 정말 많은 일을 혼자서 해내었다. 내가 처한 환경은 변화가 완벽하게 허용되는 절묘한 불균형적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었고(주 1),나는균형을 맞추지 못한 채, 오로지 가족을 위해 나를 희생하며 묵묵히 일해왔다.
어쩌겠는가. 하늘은 항상 내 한계를 시험했는데.
지금의 한계를 더, 더, 더, 뛰어넘으라고 계속 시련을 주었는데.
'천국'은 내면에 있다는데, 왜 '지옥이 따로 없다'는 기분이 들곤 하는것일까?
평화가 아닌 것이 잔뜩 쌓인 진창을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행복과 기쁨은 본래부터 인간의 영혼에 있다는데, 슬픔과 불안, 사소한 일상의 판단이 우리 내면의 정적을 깨뜨리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진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방법이 과연 있을까? (주 2)
나는 나에게 주어진 길을 꾸역꾸역 걸어 나갔고,
꾸준한 운동과 수술 전 몸카지노 게임 추천 과제는 완벽히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살아야 한다.
그동안 손에 쥐고 놓지 못했던 것들을 조금 흘려보내야겠다.
이제는 다른 것들을 내려놓고, 그 무엇보다 나를 먼저 돌보겠다.
'항복이야말로 완전한 성취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카지노 게임 추천.
항복한다는 것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바꾸려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주 2).
슬픔이든 불안이든, 그것을 바꾸려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러니, 나도 이제 나 자신에게 항복해 보려 한다.
나를 몰아세우고, 끝없이 희생하며 앞만 보고 달려온 나에게.
수술을 기점으로, 나는 달라질 것이다.
이번에는 나 자신을 지키는 방향으로 달라질 것이다.
주 1) 우리의 환경은 변화가 완벽하게 허용되는 절묘한 불균형적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제인로버츠, 『육체가 없지만 나는 이 책을 쓴다』에서 발췌
주 2) 데이비드 호킨스, 『놓아버림』p.319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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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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