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TCH Apr 09. 2025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속에 누군가 있다

채널에 따라 만나지는 사람이 다르다


새로 이사 간 동네가 생각보다아늑하다. 서울 한복판에도 이런 동네가 다 있군. 원래 집 보러 가려던 동네는 이곳이 아니었는데 버스를 잘못 내리면서 오게 된 동네다. 아파트까지 가는 길에 있는 특유의 주택가 분위기가 특히 마음에 든다.양쪽 어깨를 감싸 안으며 이런 동네를 발견한 나를 칭찬했다. 가져온 가구와 소품들로 집을 채우긴 했지만 저번보다 넓은 곳으로 오다 보니 뭔가 비어 보인다. 이사를 위해 생각해 둔 금액을 이미 초과했기 때문에 중고 중에 괜찮은 것들이 있나 찾아봐야 할 듯하다. 요즘은 중고도 괜찮으니까. 문을 열고 나오는데 맞은편 문도 열리며 아주머니 한 분이 나오셨다.

"안녕하세요? 그저께 이사 왔어요."
"아 네. 반가워요. 호호호."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제가 이 동네는 완전 처음이에요."

"그래요? 처음이구나. 그럼 그럼.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고 그래요."

"그럼.. 혹시 여기 중고품 파는 가게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

"중고 파는 가게?"

"네. 중고 마켓 어플 써도 되지만 그냥 어떤 것들이 있는지 쭉 한번 보고 싶어서요. 요즘은 그런 곳이 없을까요?"

"아.. 음.. 음.. 아! 파는 건 아닌데. 왜 저기 아래에 나려가면 사거리 골목 있잖아요?"

"아. 네네."

"거기서 슈퍼 쪽 골목으로 꺾어져서 가면 버려진 물건이 아주 많아요. 누가 관리 하는지 항상 잘 정리되어 있긴 한데 아무나 가져가도 되더라고요. 아 잠깐만요."


앞 집 아주머니는 슬쩍 웃으며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자신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는 듯했다. 전화기 너머로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찡긋 웃으며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해주었다. 그런 곳이 있다는 뜻인가 보다.


"통장한테 확인 좀 하느라고. 호호. 내가 가져가도 된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면 큰일이잖아. 버려진 물건이래도 거기 제법 쓸만한 물건이 많아서 사람들이 종종 사용하는 모양이더라고. 그냥 가져가도 된다고 하니까 거기 한번 가봐요."

"하하. 네. 감사합니다. 가볼게요."


버려진 물건?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보면 부자 동네는 부자들이 새것 같은 물건도 잘 버린다고 하던데 그런 물건들일까? 내심 뿌듯하게 웃어주고 계시는 아주머니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그곳으로 향했다. 사거리. 사거리. 아. 슈퍼가. 아 저깄다. 이쪽 골목이겠지? 어디쯤이려나. 아?


정말 그곳은 이것저것 많이 쌓여 있었다. 냉장고, 장롱, 자전거, 책, 인형 등등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 늘어져 있었다. 늘어져 있었지만 정말 아주머니 말씀처럼 누군가 관리라도 하는지 먼지 없이 깨끗하게 자기 자리에 잘 놓여 있었다. 마치 새 주인을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냥 들고 가면 된다고 했지?"


그때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지고 가는 것은 무료요."


고개를 번쩍 들었지만, 어디서 들려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근처에 누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뭔가 잘못 들은 것일까?


"잘 골라보시오. 뭘 고르느냐에 따라 상대가 달라져."

"아? 누구.. 누구세요? 네?"


누구냐고 물으며 여기저기 둘러봤지만 여전히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잡동사니가 가득한 그곳에는 오직 나뿐이었다.


"팟!"


뒤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보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한대 놓여 있었다.


"설마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하하.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전기도 없는데 어떻게 켜져. 그리고 무엇보다 말을 어떻게 해."


고개를 흔들며 다시 물건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뭘 봐도 아까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생각났다. 그래서 다시 아까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 쪽으로 다가갔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또 말을 하는 건 아닐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갑자기 켜지는 건 아닐까 조금 무서웠다. 하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쉬고 천천히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들여다봤다. 상태는 괜찮아 보였다. 문제는 전원을 연결할 수 없어 켜 볼 수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앞집 아주머니가 쓸 수 있는 물건들이 버려져 있다고 했으니 쓸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며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사할 때 썼던 카트를 가져와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올리고 낑낑 거리며 집까지 간신히 갖고 올라왔다. 어쩐지 집이랑 어울리는 것 같았다. 테두리는 검은색에 가까운 쥐색이었고, 화면은 마치 천장의 형광등 빛을 다 빨아들일 듯한 검은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리모컨이 없는 줄 알았는데 뒤쪽 부분에 리모컨이 꽂혀 있기까지 해 잘 주워왔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성능을 테스트해 볼 때였다. 제발 잘 켜지기를 바라며 리모컨의 전원 버튼을 눌러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틀었다. 끔뻑하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켜졌고 채널 88이라는 글씨가 오른쪽 상단 위에 떠 있었다. 채널 변경을 하기 위해 리모컨을 더듬었는데 응당 있어야 할 채널 버튼이 없다. 그제야 리모컨을 자세히 들여다봤는데, 내가 익히 보아왔던 그런 리모컨이 아니었다.


"아.. 뭐야.. 아. 이러니까 버리지. 뭐냐. 힘들게 들고 왔더니만..."


갑자기 기운이 쭉 빠지며 그대로 누워버렸다. 힐끔 거리며 본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는 여전히 88번만이 켜져 있었다. 정규방송도 아니고 88번 채널은 대체 뭐란 말이지. 크롬 캐스트 같은 거라도 사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 쓸 수 있을 것 같긴 한데-라고 생각하며 리모컨을 돌리고 있는데 손가락 끝에 뭔가 버튼이 느껴졌다.


"뭐지?"


그건 버튼이 분명했다. 외부입력 버튼쯤이라 되나 싶어 혹시나 하는 마음이 버튼을 눌러봤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는 찰칵 소리가 나며 어떤 영상을 보여주었다. 검은 테두리가 4겹 정도는 있는 듯한 화면. 그 화면의 가운데엔 어떤 길거리가 보였다.


"케이블 방송인가?"


영화든 드라마든 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뭔지 궁금했던 난 주방에 던져두었던 과자를 집어 들고 다시 거실로 돌아와 앉았다. 화면 안은 평범한 길거리였고 한 화면만 계속 고정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간혹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이쪽을 바라보기도 했고, 화면 앞까지 와서 이리저리 만져 보는 것 같다가 가기도 했다. CC온라인 카지노 게임 영상을 보며 토크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던데 그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슬슬 지루해졌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껐다. 내일 다시 원래 장소로 갖다 놓기로 마음먹고 방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웬 비람..."


비가 와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다시 가져다 놓는 건 무리일 것 같았다. 심드렁해진 난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노려보다가 한 번 더 켜보기로 했다. 일단 뭔가가 나오는 건 알았으니 지금 틀면 다른 프로가 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화면 안은 여전히 어제와 똑같은 곳이었다. 우산을 쓴 사람들이 그 앞을 지나다녔다. 노란 비옷에 노란 장화를 신은 꼬마들이 물장난을 치며 지나가기도 했다.


"도대체 이 프로의 정체는 뭘까?"


88번 채널에 대해 찾아봐도 전혀 다른 것들이 적혀 있을 뿐이라 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나오는 건 공식적인 채널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역시 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 버려야겠다.


그렇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끄려는 순간 한 남자가 나타나 화면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다 빙그레 웃더니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곧 화면이 흔들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아래 놓아둔 카메라를 들어 올린 후 움직이기 시작한 것처럼.


"에?"


화면 앞이 어두워졌다. 화면이 꺼졌나? 그런데 또 그런 것 같진 않다. 자세히 보려고 화면 앞으로 가는 순간 인터폰이 울려다.


"여보세요? 아. 네. 내려갈게요."


아마도 엄마가 뭔가를 보내신 모양이다. 보나 마나먹는 거겠지. 엄마는 정말 내가 굶어 죽을까 봐 걱정이 크다. 택배를 들고 올라와 힐끗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봤다. 여전히 검은 화면. 정말 맛이 간 모양이다. 택배나 뜯어보자. 상자를 열어보니 역시나 고추장과 된장이었다. 식탁에 그대로 두고 다시 거실로 돌아와 앉았다. 아까와 같은 검은 화면이었지만 뭔가 조금 달라 보였다.


"빛...?"


몸이 저절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향해 다가갔다. 그때 화면의 어둠이 벗겨지며 환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집의 거실이었다. 누군가의 몸이 여기저기가 조금씩 보였다. 그러다 이내 얼굴이 보였는데, 아까 보인 그 웃고 있는 남자였다. 여전히 빙그레 웃으며 천 같은 것으로 정성스럽게 화면을 닦고 있었다.


"저 사람 뭐야?... 집은 어쩐지 나랑 비슷한 거 같은데?"


남자가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여태껏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급히 여기저기를 만져 보기 시작했고, 돌릴 수 있는 얇은 휠을 찾을 수 있었다. 그 휠을 돌리자 조금씩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볼륨 버튼이었구나.


"멀쩡 한 것 같아 가져오긴 했는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제대로 나오긴 하려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럼 지금 내가 보는 화면이 상대방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는 얘기일까? 뭐지 이거? 리얼 다큐인가? 점점 알 수 없어졌다.


"뭐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안 나오네. 그럼 그렇지.. 비도 오는데 기껏 들고 왔더니만. 으아악"


괴성을 지른 남자는 계속 투덜거리며 리모컨을 눌러댔다. 나도 저랬을까? 남자의 얼굴에 갑자기 화색이 돈다.


"오, 켜졌다. 그런데 이 여자는 누구야? 왜 화면을 빤히 보고 있지?"


이 여자? 내 얘기인가? 설마 이 남자도 나를 보고 있는 건가? 나는 내가 보이는지 확인하고 싶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남자가 마구 웃으며 말했다.


"뭐야 이 프로. 왜 저러는 거야. 누구한테 손을 흔드는 거지."


내가 보이는 것이 확실했다.


"내가 보여요?"

"뭐라고 하는 거지? 소리가 전혀 안 들리는데."


나는 급한 마음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래쪽에 볼륨 버튼이 있다는 걸 손짓과 표정으로 얘기했다. 그러자 남자 역시 이 상황에 무척이나 당황해하더니 이내 볼륨 버튼을 찾아내었다.


"들려요?"

"네? 네. 누구세요?"

"저도 묻고 싶은 말이에요."


그 말을 끝으로 남자와 나는 몇 분 정도 서로 화면만 바라보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보고 계세요?"

"네. 그쪽도?"

"네. 제가 먼저 보고 있었던 거 같아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그쪽이길거리에서부터 나오고 있었거든요."

"길거리요? 그럼 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들고 올 때부터 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그쪽에게 저를 방송하고 있었나 봐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죠?"

"그러게요. 그런데 좀 재미... 있네요?"


우리는 서로가 누구인지도 얘기하지 않았고, 도대체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 상황이 발생한 건지도 얘기하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이 신기한 현상을 즐기기 시작했고, 마치 화상채팅이라도 하는 것처럼 시간이 날 때마다 이야기를 나누었다.


"혹시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켜지 않아도 보이나요?"

"그렇지는 않은데. 혹시 모르니까 평소에는 가려두려고요."

"아, 좋은 생각이에요. 저도 뭔가로 덮어놔야겠어요."


서로 같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켜놓기로 한 때가 아니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검은 천으로 가려 두었다. 서로의 사생활까지 노출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하. 그랬다니까요. "
"웬일이야. 정말요? "
"하하. 네. "

"갈치~~~ 갈치가 왔어요 물 좋은 갈치가~ "

"갈치차 왔나 보다 "
"어? 여기도 갈치차 왔었어요. 조금 전에 지나갔는데. "
"같은 동네인가? 그러고 보니 같은 곳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주운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 거리 낯익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그럼 적어도 같은 동네일 수도 있겠는데요? 저는 A 아파트예요."
"저는 그 뒤쪽에 있는 C 오피스텔이에요."

정말 우리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다. 이렇게나 가까운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통해서만 몇 날며칠을 이야기한 것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속에서만 보니 나와는 다른 세계 사람이라고 생각한 걸까? 왜 만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만나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와 아파트 놀이터에서 만나 이야기를 잠깐 나누고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놓여 있던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잠시 멈칫했지만 하나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차피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더 이상 필요 없을 테니까. 그와 만나는 것 외에는 볼 수 있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인데 이렇게 실제로 만나기 시작하면 정말 쓸모가 없어질 테니까. 저녁을 먹으며 그에게 이야기하니 그의 집에서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없어졌다고 한다.


문득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가져오던 날, 그곳에서 들렸던 목소리가 기억났다. 뭘 고르느냐에 따라 상대가 다르다고 했던 말. 아마 어딘가에서 또 누군가와 누군가를 만나게 해 주기 위해 버려져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모든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다 누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상대를 만나고 못 만나고는 어쩌면 채널 차이가 아닐까? 어떤 채널을 통해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나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