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나른하고 졸린 어느 날, 지하철역에서 김밥을 한 줄 샀다. 배가 그렇게 고프진 않았지만 며칠 전부터 주머니 안에 돌아다니는 천 원을 써 버리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요즘 세상에도 천 원짜리 김밥이 있나 싶지만 지하철역 입구에서 파는 할머니의 김밥은 항상 천 원이었다. 남는 게있을까 싶은 가격이었다. 그렇게 김밥을 사고 나서 어디에서 먹을지두리번거리는데 저 멀리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저긴 뭐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보니 넓게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여러 동물들이 있었다. 커다란 케이지 안에 들어 있는 동물도 있었고, 아이들과 자유롭게 놀고 있는 동물들도 있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 같다고 생각했는데 트럭에 "이동무료 카지노 게임"이라고 써진 글씨가 보였다.
"이동무료 카지노 게임?"
그랬다. 그건 이동 무료 카지노 게임이었다. 아이들이 소리 지르며 동물들에게 손을 뻗치고 있었다. 동물들은 그런 아이들에 익숙한지 큰 경계심없이 아이들을 향해 머리를 들고 있었다.나름 볼만한 구경이다 싶어 여기서 김밥을 먹기로 했다. 대강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김밥을 먹으며 아이들과 동물들을 지켜봤다.
"역시 아이와 무료 카지노 게임은 잘 어울리는구나."
슬슬 웃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데 원숭이가 고개를 휙 돌리며 나를 비웃었다. 원숭이가 내게 보인 웃음은 정말 피식 그 자체였다. 어이가 없어진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원숭이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너 지금 날 비웃은 거야?"
피식
"와. 진짜네. 비웃은 거 사과하면 이 김밥 하나 줄게. 이거 먹고 싶지?"
내가 김밥을 내밀자 무료 카지노 게임는 눈이 커졌다. 김밥을 먹어 본 적이라도 있는 것인지 꿀꺽 침을 삼키며 김밥에서 눈을 떼질 못했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한 번 더 김밥을 흔들며 사과하라고 강요했다.
'미안.'
"응?"
'미안하다고. 어? 어라? 너 내 말이 들려?'
"뭐지? 네가 말하는 거야? 맞아?"
'응. 내가 말하는 건데. 왜 내 말이 너에게 들리지? 아무튼 난 사과했다. 김밥 줘.'
얼떨결에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김밥을 주었다.
'단무지가 맛없는 걸 보니 역 앞에서 샀나 보다. 거기 할머니 거 맛없어. 거기보다 500원 더 비싸지만 저쪽 횡단보도에서 파는 게 더 맛있다. 난 여기 자주 와서 알지.'
"나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우리 어떻게 대화하는 거야? 텔레파시야?"
'그런가 봐. 너 무료 카지노 게임 좀 다녀 봤어?'
"응. 무료 카지노 게임 좋아해서 자주 가긴 하는데 이렇게 대화하는 건 처음이야."
'아닐걸? 대화해 봤을걸? 단지 알아듣지를 못했을 뿐. 냠냠.. 근데.. 있잖아. 나 김밥 하나만 더 주면 안 돼?'
"응? 응. 그래. 맛없다더니 잘만 먹네?"
아직도 무료 카지노 게임와 대화를 하고 있는 게 믿어지지 않아 김밥 먹고 있는 무료 카지노 게임를 빤히 쳐다봤다.
'남 먹는 걸 뭘 그렇게 봐? 내가 좀 미소년 무료 카지노 게임긴 하지만 난 먹방 하는 게 아니라고.'
"하하하. 너 재밌다.그런데 아까 나 왜 비웃었어?"
'아. 그거.. 네가 우리들이랑 아이들이랑 잘 어울린다고 해서. 그렇지만은 않거든.'
"정말? 왜? 애들은 너희 엄청 귀여워하잖아."
'귀여.. 워 하지. 그래. 애들은 기본적으로 우릴 좋아하니까. 그런데 아이들의 잔인한 동심에 대해 알아? 아이들이 마냥 순수해 보이지만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그 동심 때문에 훨씬 잔인할 수도 있어. 저기 개 보여? 까만 놈 말고 그 옆에. 그래. 걔. 걔는 지난번에 엄마를 잃었어. 다른 동네에서 사고가 있었거든. 아니. 사고가 아니라 사건인가? 암튼 그 동네 꼬마가 주인 인간이 한 눈 파는 사이에 돌덩이를 들고 와서 던져 버렸거든. 머리가 깨졌던 것 같은데.. 가망이 없었는지 안락사를 했다더라.'
"아니 그게 무슨 일이야. 정말 그런 일이 있었어?"
'응. 뭐 하러 그런 슬픈 일로 거짓말을 하겠어. 우리들에게는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일이야.'
"정말?"
'그래. 저기 고양이 있잖아. 쟤네 친구들이 동네마다 있거든. 길고양이? 도둑고양이? 너희들은 그렇게 부르지? 걔들이 놀러 와서 바깥세상 얘기를 해주거든. 요즘 정신 나간 인간들이 많아져서 머리에 못도 박고 눈도 찌르고 꼬리도 자르고. 아휴. 어떤 개는 주둥이가 잘렸데. 쩝.'
"그 짓들을 모두 아이들이 그랬을까?"
'모르지. 어른 인간이 했을 수도 있지. 그런데 중요한 건 어른이라는 인간들은 애초에 그런 짓을 하니까 경계라도 하거든?그런데 아이들은.. 아이들은 순수 그 자체잖아. 그 맑은 얼굴에서 어떻게 다른 걸 상상할 수 있겠어. 그런데 그런 아이들도 잔인해져 가더라. 무서워. 죄책감 없이 우릴 괴롭히고 깔깔거리고 해맑게 웃어. 사실 이까짓 케이지? 백번도 더 열고 나갈 수 있어. 하지만 그런 인간들이 있는 바깥보다는 우릴 지킬 수 있는이 안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방실방실 웃어주는 게 나은거지. 인간이 주인으로 있는편이 좀 더 안전하니까.'
"아. 어쩐지 내가 미안해지는 걸."
'음. 넌 그런 짓은 안 할 것 같아.'
"어떻게 알아?"
'나랑 대화할 수 있잖아. 그런 짓을 하는 인간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우리와 대화할 수 없지. 대화할 수 있는데 그런 짓을 한다면 그건 정말 최악의 인간 아니 악마인 거야. 생각해 봐. 우리가 내뱉는 소리들을 알아듣는데 그런 잔인한 짓을 할 수 있겠어?'
"그래. 말 못 하는. 아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니까 어떻게 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 책임감, 양심, 죄책감 이런 것들 없이 순간의 재미와 쾌락만을 가진 인간들 말이야."
원숭이와 한창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이동 무료 카지노 게임 원장이었다. 내가 계속 원숭이를 보며 중얼거렸기 때문일까? 아마 괴롭힌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수돗가로 가서 김밥을 담았던 비닐봉지에 물을 조금 받았다. 그런 나를 원숭이가 계속 바라보았다. 얘가 뭘 하나 싶었던 걸까?
"마셔. 김밥만 먹으면 목메잖아."
'센스 있네? 고마워. 그런데 이건 못 마시겠다. 사실 김밥도 받아먹으면 안 되는데 주인 인간 안 보는 사이 먹은 거라. 걸리면 혼나. 아무거나 받아먹으면 안 되거든. 그리고 나 물 있어. 내 거 마실게.'
"그래. 알겠어."
무료 카지노 게임는 안쪽에 있는 물통에 가서 꼴깍꼴깍 물을 마셨다. 마치 잠시 기다리라는 듯 내쪽으로 팔을 쭉 뻗어 손을 까딱이더니 다시 돌아와 배를 두드리며 배불러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기대에 찬 목소리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너 혹시 혹성탈출 봤냐?'
"응. 봤지..?"
무료 카지노 게임는 갑자기 끽끽 거리며 웃더니 말했다.
'나중에 우리가 너희를 지배하는 날이 올지도 몰라.'
"뭐? 뭔 소리야. 그건 영화잖아."
내가 어이없어 하자 무료 카지노 게임는 울타리에 얼굴이 눌릴 정도로 가까이 다가오더니 속삭였다.
'야. 걱정 마. 넌 나한테 김밥도 줬으니까 대우해 줄게.'
"하하. 네 마음은 고맙지만 그건 영화라고. 너희가 인간을 어떻게 지배해. 하하."
'넌 평소에 나랑 대화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살았냐? 원래 그런 일은 전혀 생각도 못했을 때,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때 그때일어나는 법이야.'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무료 카지노 게임 말이 틀린 것도 아닌 듯했다. 그럼 정말 무료 카지노 게임가 인간을 지배하는 날이 올 수도 있는 걸까? 그럼 지금 얘네 대신 우리가, 인간이 철장 안에 갇히는 걸까?
'그런데 넌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거야? 일 없어? 백수야?'
"아. 맞다. 나 아르바이트 가야 해. 다음에 또 올게. 그때 더 얘기하자."
'잘 가. 그런데 다음은 없을걸?'
"왜? 여기 다시 안 와?"
'넌 지금처럼 인간과 비인간이 대화할 수 있는 게 365일 가능할 줄 알았어?'
원숭이의 말에 뭔가 가슴이 철렁했지만 더 말할 여유가 없었다. 아르바이트 시간이 가까워졌으니까. 원숭이가 말해주지 않았으면 계속 원숭이랑 떠드느라 아르바이트에 지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아쉽지만원숭이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그곳을 떠났다. 아르바이트를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계속 그 원숭이가 떠올라서. 아르바이트가 끝나자마자 그곳에 갔지만 이미 이동 무료 카지노 게임은 철수한 후였다. 그 후로한동안 이동 무료 카지노 게임이 동네를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이동무료 카지노 게임에 대한 소식을 듣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곳을 지날 때마다 원숭이를 떠올리며 이동 무료 카지노 게임이 또 동네를 찾아오길 바라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제법 시간이 흘러 드디어 이동 무료 카지노 게임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원숭이를 만날 생각에 원숭이가 맛있다고 했던김밥집에서 김밥을 사서 달려갔다. 한눈에 원숭이를 발견했다. 나와 대화를 나누던 낯익은 원숭이. 난 마치 반가운 친구라도 만난 듯 한달음에 달려가 인사를 했다.
"안녕? 잘 지냈어?"
무료 카지노 게임는 갑자기 들이닥친 나를 보고 놀랐는지 뒷걸음질 쳤다.
"나야 나. 나 기억 못 해? 김밥. 그때 우리 김밥 나눠 먹었잖아. 오늘은 네가 말한 집에서 맛있는 걸로 사 왔어."
"끽~ 끽끽~"
하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는 나와 김밥을 번갈아 힐끔 쳐다만 볼 뿐 다가오거나 예전처럼 말을 건네지도 않았다. 그러다 그대로 반대쪽의 아이들 있는 곳으로 가더니 아이들이 주는 과자를 집어 먹으며 끽끽거리며 뛰었다.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마치 내가 누군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다. 날 휘어잡던 카리스마의 무료 카지노 게임는 더 이상 그곳에 없었다. 평소 흔히 보아오던 그런 무료 카지노 게임만이 그곳에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