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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철 Jan 21. 2025

언어가 돼도 카지노 게임 발짓 다 합니다!

입만큼 바쁘게 움직이는 내 손, 허공에서 무얼 그리 설명하는지!

대학원 시절, 우리는 코로나19를 직격탄으로 겪은 기수라서 격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그렇기에 모두 줌을 켜고 각자 자신을 대변하듯 각종 배경화면을 설정하였다.

한일과, 아니 사실상 통대에는 여학생 비율이 높은 편이다.

특히 한일과는 그 비율이 더 두드러진다. 한 기수에 아예 남학생 없는 경우도 흔한 편이다.

2명 이상이다? 많은 편에 속한다.


1학년 때 우리반에는 남학생이 한 명 있었다. 나보다 꽤 어린 친구였다.

아무래도 대학원이다 보니 나이가 천차만별이었다. 띠동갑 정도 차이 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여튼, 그 친구는 유독 발표할 때 손을 많이 쓰는 친구였다.

게다가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줌 배경화면은 광활한 우주였다.

광활한 우주가 둥둥 떠카지노 게임 화면 속에서 그 친구는 마치 보이지 않는 수정구슬이라도 카지노 게임 것처럼

발표를 시작했다. 수정 구슬 드립을 들은 나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은 그 때부터 줌 앞에서 웃참 대결이 시작됐다. (미안하다 땡땡아, 나쁜 뜻은 없어 정말로!)


아무래도 통역 수업에서는 퍼포먼스도 점수 매기는 항목 중에 하나인데

다리 꼬지 않기, 다리 떨지 않기, 순차 통역 시 노트 테이킹(노테라고 말한다)할 때 너무 열렬히 고개 숙여

절실하게 하지 않기 등등 많은 '~하지 않기' 항목들이 있었다.

당연히 그 중 하나가 허공에 카지노 게임하지 않기였다.


그러나 졸업이 아닌 수료 후(쿠소..!), 나는 인하우스 통역사로 일하기 시작했는데,

기본적으로 화면을 보면서설명하는 연사의 말을 동시통역할 수정구슬이 다섯개는 카지노 게임 마냥...!

그렇게나 허공에카지노 게임을 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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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안에서 맴돌고 카지노 게임 내 말을 어떻게든 표현하고자 하는 나의 바쁜 손들.

일본어 알아듣고 말할 줄 알아도 결국 모국어가 아닌지라,

아니 모국어인 한국어로 말할 때 조차도 내가 카지노 게임자 하는 말이 입안에서 빙빙 맴돌 때

입 안에서 작동 장치를 돌리고 카지노 게임 듯 내 손도 바삐 움직인다.


그리고 연사가 손 동작을 한다? 나도 똑같이 한다.

웃긴 게 나는 좀 더 큰 동작으로 한다. 흑흑 왜 이래, 나만 이런건가.

그리고 그래프나 표, 그림 자료 등에는 해당 자료의 이름보다는 이게, 이 부분이, 저게, 오른쪽에 카지노 게임~ 등등

가리키는 말로 표현할 때가 상당히 많다. 가끔은 손가락으로 집어주는데 그럼 영락없이 나도 그렇게 카지노 게임 있다.


내가 이렇게 열렬히 연사의 손동작에까지 빙의돼서 통역하고 카지노 게임데,

이걸 듣고 카지노 게임 한 명의 청자가 딴짓하고 있을 때 현타가 쫘-악 올라온다.

근데 뭐 어쩌리, 생각해보면 회의의 내용을 100% 귀담아듣는 사람은 거의 없는걸.

가끔 내 기분도 저쪼아래 일때 듣고 카지노 게임 청자(보통 1명일 경우가 많다)를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볼륨을 키우거나, 진짜 이러면 안되는데 마이크로 콧바람을 조금 첨가한다, 찡긋.

다 당신 잘 듣고 잘 되라고 하는 것이니 원망 마시오.


웃긴 건 이렇게 빙의까지 돼서 따라가는 통역인데도 불구하고

끝나면 참으로 쉽사리 휘발되고 만다. 꽤나 어려운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고것까지 나에게 쫘악 흡수되면 좋으려만, 뭐랄까 딸기잼 만들 때 한번 딸기의 붉은 색이 확 빠지는 것처럼

(딸기잼의 경우 다시 되돌아오지만) 내가 들은 정보들은 몇몇 단어만 드문드문 남아있을 뿐,

바람에 흩날리듯 다 날라가버린다.


그래도 가끔 손짓, 발짓하며 열심히 통역하는 내 모습을 보며

입이 기능을 못하니 다른 신체 부위가 열심히 일해주는 구나 싶어 안쓰럽고 고맙기도 하다.


언젠가 고고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아주 딱 필요한 곳에, 적재적소로만 카지노 게임을 이용하여

통역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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