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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Mar 18. 2025

딸에 대하여 카지노 가입 쿠폰에 대하여, 연재 브런치북을 마감하며

질문을 던지고 토론을 이끌어내는 모녀로 나이 먹어 가자꾸나


모녀 3대가 시드니로 떠나던 날로부터 딱 한 달이 된 오늘, 연재 브런치북 마지막 꼭지를 쓴다.


이 비상시국의 나라를 2주씩이나 훌쩍 떠나, 남반구를 즐기고 와? 광장을 지키며 싸운 동료 시민들께 가장 미안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내 삶에 꼭 필요한 시간이었고 통찰과 영감과 충전의 시간이었다. 나이에 비례해 시간이 빨리 달린다더니, 올해는 모든 순간이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흐른다. 글쓰기 덕분에 아주 잠깐씩이나마, 정신을 차리며 사는 거 같다.


가뜩이나 바쁜 일상을 더 정신없게 한 변곡점은 아무래도 작년 12월 3일이겠다. 카지노 가입 쿠폰를 애도하며 쓰고 있던 '사모곡' <카지노 가입 쿠폰 사랑해 카지노 가입 쿠폰 잘 가 브런치북을 조기 마감해야 했다. 12월 말에 <3060 모녀 유랑단을 새롭게 쓰며, 30 꼭지를 채워 연재하리라 마음을 달랬다. 그로부터 어언 79일만에 마감이니, 2-3일에 한 꼭지씩 달려온 셈이다.


<3060 모녀 유랑단 이름에 걸맞게 모녀 이야기로 마감하면 좋겠다. 어쩌면 '모녀'는 내 평생의 화두지 싶다. 나는 내 카지노 가입 쿠폰의 딸이면서 내 딸의 카지노 가입 쿠폰니까. 3월에 '백합과 장미'에서 토론한《딸에 대하여》(김혜진, 교보, 2017)와 1월에 '이프'에서 토론한 영화 <딸에 대하여(이미랑 감독, 2024)를 소환해 써 본다. 딸에 대하여 카지노 가입 쿠폰에 대하여 그리고 딸의 카지노 가입 쿠폰이자 카지노 가입 쿠폰의 딸인 나에 대하여 생각한다.


마감하는 오늘에사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시드니의 '왼손잡이 화장실' 글이목차에 안 보이길래 찾아 보니 엉뚱한 곳에 저장돼 있었다. 이를 어쩌나, 저장 위치를 바꾸려니 시스템 상 불가능했다. 이미 브런치북은 29개 글이 찼다. 한 꼭지를 삭제하고 화장실 이야기를 복사 붙여 넣을까? 애석하게도 브런치북에 발행된 글은 삭제 불가능이다. 결국 글을 긁어다 주제가 연결되는 꼭지로이어 붙이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 글쓰기는 내 글쓰기에도 나름 변곡점이었노라 자평해 본다. <3060 모녀 유랑단은 <백두산 천지 해맞이 여행에 이어 내나름의 여행기 도전이라서다. 아~ 쓰고 싶은 이야기는 태산인데 겨우 30 꼭지로 브런치북을 닫아야 하다니! 아무래도2편 3편으로 모녀유랑기는 계속 이어질 예감이다.



사랑하는 카지노 가입 쿠폰!


1월에 영화 <딸에 대하여를 세 번씩이나 돈 주고 본 건 다 카지노 가입 쿠폰를 그리는 마음이었어. 영화 속 카지노 가입 쿠폰와 딸의 관계가 우리에 대해 질문하고 있었거든. 도대체 카지노 가입 쿠폰라는 존재는 뭘까? 딸은 왜 카지노 가입 쿠폰한테만 모질까? 카지노 가입 쿠폰는 종내 자신의 삶을 다시 생각하고 딸의 입장에 서게 될까? 카지노 가입 쿠폰의 사유는 왜 자꾸 자기 안에 뱅뱅 돌까? 딸과 카지노 가입 쿠폰의 거리는 좁혀질 수 있을까?


책으로 읽으니 카지노 가입 쿠폰의 입장이 더 잘 보여 괴로울 정도였어. 그린의 카지노 가입 쿠폰랑 내가 분명 같은 세대 같잖아? 내 세대 여성을 보는 동시에 내 카지노 가입 쿠폰를 더 많이 보았어. 영화 속 딸 그린에게 엄청 감정이입하는 나는 또 뭘까? 내 딸 세대 속에 나를 봤단 말이야. 무슨 소리 같아? 세대는 결코 두부처럼 잘라지지 않구나. 여성의 삶은 세대가 달라도 비슷하단 말 아닐까?


영화는 설명 없이 행동과 대사로 보여주잖아. 책을 보고 알게 됐어. 내가 그린 카지노 가입 쿠폰를 엄청 이해하려 애쓰며 봤다는 걸 말이야. 심리 상태와 감정의 흐름을 책으로 읽으니, 공감하면서도 서글프고 더 답답한 거 있지. 그 카지노 가입 쿠폰의 고민이란, 익숙한 세계에 갇혀, 자꾸만 자기 개인의 문제로 뱅뱅 돌고 자기 탓 하는 거더라구. 책에서 예를 들어 볼게.


이 애들은 유식하고 세련된 깡패인지도 모른다.(46쪽) 딸애의 세계는 나로부터 너무 멀다. 딸애는 다시는 내 품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내 잘못인지도 모르지.(97쪽) 난 널 키운다고 직장이고 뭐고 다 버렸다. 남의 손에 맡기는 게 불안해서 하나씩 하나씩 포기하다가 결국 다 버렸어. 내가 널 어떻게 키운 줄 아니?(101쪽)


나를 향한 카지노 가입 쿠폰 맘이 이렇지 않았어? 고분고분한 딸인 줄 알았던 내가 카지노 가입 쿠폰 가슴에 대못을 많이 박았잖아? 대구에 남으라는 카지노 가입 쿠폰 말 안 듣고 서울로 진학한 게 시작이었을 거야. 대학 선교단체에 빠져 산 거. 살림 밑천 역할은커녕 해외로 날아가 버린 거. 결혼해서는 애 셋에 지지리 궁상 사역자로 산 거. 가장 큰 실망은 갱년기 딸년이 카지노 가입 쿠폰한테 정면으로 대든 거?


그린의 카지노 가입 쿠폰는 딸하고는 소통 안 되면서 자기가 요양보호사로서 돌보는 젠이라는 여성 노인에게는 깊이 공감해. 세계적인 박애주의자 활동가였던 젠이 고독한 노인으로 요양병원에 누워 사그라져 가고 있었지. 그린 카지노 가입 쿠폰는 젠에게서 자기 미래와 딸의 미래를 보았을까?


"도대체 이 여자는 어쩌자고 소중한 젊은 날을 그런 식으로 낭비해 버린 걸까.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 세상일에 시간과 열정과 돈을 다 쏟아부어 버린 걸까." (134쪽)


이 대목을 나는 작가의 질문으로 읽었어. 과연 젠은 소중한 젊은 날을 낭비한 걸까? 잘못 살았던 거 맞아? 그의 박애정신과 봉사와 헌신은 어리석은 짓으로 치부돼도 되는 걸까? 젠은 사회로부터 착취당하고 팽당한 거 아냐? 구조적인 모순에는 눈감고 개인에게 탓을 돌리는 각자도생의 관점, 이대로 괜찮으냐고 작가가 묻고 있는 거 같았어.


나도 어떤 면에선 젊음을 젠처럼 썼거든. 아니, 솔직히 말해 보자. 누군가 내게 바보처럼 인생 허비했다고 하면 나는 화를 낼 거 같았어. 박애주의자로 살다 다 털린 젠이나 가부장제에 헌신하며 좋은 사람으로 살았다는 이 중년 여자나, 뭐 그렇게 달라? 노년 여성 빈곤이나 고독이 모두 개인 여자의 탓인 거야? 그린 카지노 가입 쿠폰 좀 봐. 이 여자가 뭘 그렇게 잘못 살았어?


젊음을 낭비하며 바보같이 살아서 노년에 여성은 빈곤하고 고독할까? 달라 보여도 데칼코마니처럼 같은 두 여자의 삶은 그들이 속한 사회 구조가 만든 문제 아닐까?


사랑하는 카지노 가입 쿠폰!

나는 내 카지노 가입 쿠폰가 그린 카지노 가입 쿠폰가 맞딱뜨린 그 험한 질문에 내동댕이쳐지지 않고 돌아가신 게 감사할 때가 있어. 자기를 다 '털린' 삶도 억울한데 노년에 모든 게 자기 탓이라는 결론이라니. 너무 억울하고 끔찍하잖아. 그런 순간 인간은 죽어버리고 싶은 고통을 느끼지. 카지노 가입 쿠폰! 카지노 가입 쿠폰는 용기 있고 똑똑한 사람이야. 당신이 배신당한 삶을 붙잡으려 고집하지 않았어. 자기 탓에 갇히지 않고 딸의 목소리를 들을 줄도 알았고, 소통하는 모녀로 지냈지. 너무나 감사해.


소설에서도 영화에서도 젠의 장례식장 장면이 인상적이었어. 상주 완장을 찬 그린과 레인은 문상온 친구들과 하하 호호 떠들고 카지노 가입 쿠폰만 혼자 방에 들어가 눕지. 드디어 휴식이로구나 싶더라. 딸은 자기 삶을 살겠구나, 인정하고 수용하는 의지로 보였달까. 노년의 내 카지노 가입 쿠폰 모습이 겹쳐 보였어. 그래, 카지노 가입 쿠폰는 할 만큼 했어. 푹 쉬면 돼.



사랑하는 내 딸아!

소설 《딸에 대하여》의 결말로 시작할게. 영화에선 그린과 레인은 친구들과 상에 둘러앉아 수다떨고 카지노 가입 쿠폰 혼자 방에 눕잖아. 책은 그린 카지노 가입 쿠폰가 녹아내릴 듯 피곤한 몸으로 잠을 청했다고 썼어. 깊게 한숨 자고 나면 모든 일이 다 거짓말처럼 되면 좋겠다고,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와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동시에 그런 삶과는 전혀 다른 힘든 새 길을 예감하지.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순조롭고 수월한 일상. 그러나 이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끊임없이 싸우고 견뎌야 하는 일상일지도 모른다. 그런 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견뎌 낼 수 있을까."(197쪽)

딸이 여자 파트너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함께 지낸다는 설정, 그린 카지노 가입 쿠폰에겐 충격적이었지. 너무 멀리 가 버린 딸을 놓아버릴 수도 가까이 당길 수도 없는 그 지리멸렬한 자기 싸움. 젠을 떠나보내고야 카지노 가입 쿠폰는 "끊임없이 싸우고 견뎌야 하는 일상"을 예감하지. 어때? 참 멋진 여자 아냐? 평생 살아온 방식을 거슬러 싸우며 가는 낯선 길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보이지?


사랑하는 딸아!

나도 너도 싸우지 않는 여자로 길러지지 않았니? 싸우는 부모 보고 자란 나나 싸우지 않는 부모의 딸인 너나, 왜 우리는 싸움을 그리도 싫어했을까? 철저히 속은 거 같지 않아? 과연 싸움 없이 여성이 자기 삶을 살 수 있는 거니? 남한테 욕 안 듣는, 싸움 없는, 칭찬 듣는 인생이 세상에 있다니? 거짓 평화였지. 고맙게도 우리 모녀는 싸울 줄 알게 됐고 점점 같은 싸움을 싸우는 동지로 살게 된 게 생각할수록 감사해.

모녀의 유산 탕진 여행도 싸울 줄 아는 모녀라 결국 즐거웠다 그치? 생각할수록 멋진 결정이었고 멋진 경험이었어. 언제 또 우리에게 이런 기회가 올까? 성향도 경험도 너무나 다른 3060 모녀가 2주씩이나 해외여행을 같이 했구나. 결코 당연한 일 아니었다는 거 잘 알아. 실무자 딸의 디테일 수고 덕에 카지노 가입 쿠폰한텐 즐거움 100배 여행이었지. 고마워.


<딸에 대하여를 LGBTQIA+ 코드로만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에겐 훨씬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로 읽혔지. 여성의 삶 자체가 편견과 고정관념과의 싸움인 걸 아니까. 젠의 삶, 그린과 카지노 가입 쿠폰, 레인, 나이와 삶은 달라도 모두 질문하는 여자들이었지. 익숙한 것들을 '의심'하고 '질문'하며 서로를 수용하기를 배우라고 말이야.

영화에서 데모 현장에서 기자가 그린에게 묻잖아. 동성애자들을 가리키며 같은 저 쪽이냐, 이런 식으로. 그때 그린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기자들에게 한 말 기억나?


“질문을 던지고 토론을 이끌어내는 게 선생의 역할이고 저희는 그런 강사의 기본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거예요. 이쪽저쪽의 문제가 아니라요.”


직업으론 '선생'이 아니지만 선생이란 말을 부인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 '선생' 대신 '카지노 가입 쿠폰'로 읽어도 '딸'을 넣어도 말이 되더라. 우리가 가장 제대로 못 배운 게 질문하기요 토론 아니겠니? 난 '토론진행자'로 '작가'로 그리고 '여성'으로도 읽는구나. 질문을 잘 던지고 토론을 이끌어 내는 게 내가 정말 잘 하고 싶은 일이자 예술이구나.


우리가 모녀로 만나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는 친구가 돼서 고마워. 우리가 같은 토론 모임들에서 서로의 다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복을 죽는 날까지 누리고 싶단다. 함께 배우고 성장하며 더 친밀한 모녀로 나이 먹어 가자꾸나. 이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싸우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자꾸나. 엄만 언제나 그 싸움에서 네 편에 서 있다는 거 알지?


내가 너의 카지노 가입 쿠폰라서, 네가 내 딸이라서 감사 또 감사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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