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카지노 게임는 산책 전 가끔 벌이는 혼자만의 의식이 있다. 문 앞에 서성거리며 산책을 가고 싶은 척은 혼자 다 해놓고, '산책 갈까?' 하며 목줄만 잡으면 줄행랑을 치는 것이다. 탁자와 의자 아래를 요리조리 다니며 네 다리를 빠르게 교차하며 움직이는 모습을 뒤쫓아 다니고 있자면, '다른 집 카지노 게임들은 산책에 환장하던데'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나는 지금 계단 앞에서 내려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이놈을 끌어안고 10분째 멍 때리는 중이다. 저만의 의식의 상위버전으로, 목줄은 어찌어찌 (당)했어도 내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냄새를 맡는 것 같기는 한데) 안겨서 가끔 바르르 떨어대는 모습이, 무섭다는 건가 하는 생각(착각일 것이다.)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 녀석은 겁이 많아서 내게 입양됐다. 카지노 게임를 한 마리 임보하고 싶어서 실행도 한 번 하고(떠나보내며 크나큰 울음대환장파티로 끝났다.) 보호소를 몇 번이나 들락거리다가 만난 녀석이다. 품에 안겨 가만히 있다가 아까 있던 케이지에 내려놓자, 방황하던 눈동자. 겁먹은 그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냉큼 평생 책임지겠다며 데려온 것이 7.5kg의 늠름한 성견으로 자라났다.(그런 녀석을 품에 안고 있는 지금 팔다리가 살짝씩 저린다.)
겁 많은 카지노 게임는 생각보다 쓸 데가 많다. 겁 많은 인간에게 산책 시간을 보장해 주는 것이 가장 큰 쓰임이다. 수상한 아저씨를 보면 으르렁하고, 지나치게 다가오면 왕왕 짖기도 한다. (아저씨들이 처음 보는 카지노 게임를 만지려다 벌어지는 일이다. 다행인 건 카지노 게임 관련 교육프로가 많이 생기고, 반려 인구가 많아지다 보니 겁 많은 카지노 게임의 특성을 이해하는 분도 많다. 으르르 폼이라도 잡을라치면 "너, 겁쟁이구나"하고 한발 빼는 분들이 대다수다.) 혼자서는 걷기 꺼려졌던 밤 산책길도 두렵지 않아 진 덕분에 거의 매일 6 천보는 달성할 수 있다.
카지노 게임를 키우면, 집안 어디에 있어도 혼자인 기분이 들지 않는다. 실제로 혼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정말 졸릴 때를 제외하곤 옆을 따라다니며 놀아달라 보채거나, 먹을 걸 나눠달라고 보챈다. 카지노 게임란 생물은 맛있는 과일과 맛없는 과일을 기가 막히게 구분해 내기 때문에, 맛있는 부위를 골라 바치지 않으면 입에 넣고 오물거리다가 뱉든가, 킁킁대다가 고개를 돌려버리기 일쑤다. (거절당한 그 과일 나머지를 먹다 보면, 맛없는 과일을 먹는 내가 초라해지기도 한다.) 카지노 게임보다 고등생물이지만 체력만은 하등 한 나는, 카지노 게임와 노는 게 체력전이라는 걸 일찍이 알아차렸다. 특히 우리 집 카지노 게임는 터그놀이를 좋아하는데, 이가 부러질 것 같이 놀아줘야 그제야 만족을 한다. 이를 달랠 수 있는 건 노즈워크뿐이다. 간식을 장난감 안에 쏙쏙 박아놓고 나는 잠시잠깐의 휴식을 즐기는 것이다. (하도 잘 찾는 통에 우리 카지노 게임는 늘 하드모드를 강제선택한다.)
카지노 게임가 슬픔을 이해하고 어쩌고 하는 영상이나 글들이 많던데, 우리 카지노 게임는 그런 건 모르는 것 같다. 하지만, 해맑은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걱정이라든가 근심이라든가 이런 건 제쳐두고 현재의 해야 할 일(대부분 산책이다)에 집중하게 되기 마련이다. 사실 무진장 좋은 일이다.
심리상담가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건데, 나는 지지난해에야 처음으로 노을 진 석양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그 석양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됐다. 현재에 있되, 정신머리는 현재에 있지 않기 때문에 벌어졌던 일이다. 눈앞에 펼쳐진 찰나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과거에 대한 후회 때문에 늘 잊히게 마련이었고, 그 아름다움과 즐거움도 늘 살짝 빛바랜 모습으로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런 아주 건강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게 되자, 의식적으로 현재에 집중할 힘이 생겼다. 넋을 잃고 쳐다볼 대상이 생겼고, '카르페디엠' 따위의 말을 실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늘 그랬던 건 아니다.)
카지노 게임는 그런데, 4-5살 아이와 지능이 비슷하거나 아니면 좀 더 어린 상태로 평생을 살아서, 미래에 대한 번뇌에 빠져있거나, 과거에 대한 후회에 빠져있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좋은 것(에 머무르고), 현재 나쁜 것에 (빠져나오는 데) 집중하며 살 수 있다고. 웬만한 사람보다 심리학적으로는 늘 우월한 상태인 거다. 그래서 회복탄력성이 아주 좋다. 아마, 학대당했던 카지노 게임가 좋은 주인을 만나거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면 금세 우리가 아는 '카지노 게임'의 모습을 되찾는 이유일 것이다.
사실, 우리 카지노 게임도 어미와 산에서 잘 살다가 낯선 곳, 보호소에 새끼들끼리만 끌려온 아픈 기억이 있다. 내가 본모습은 아마 무서워서 떨고 있는 그때의 표정과 감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입양 첫날부터 우리 집에 와서 멍빨을 당한 뒤 먹을 것도 안 가리고 잘 먹고, 푸지게 잠도 잔 것을 보면 카지노 게임의 회복탄력성은 정말, 사람인 내가 열심히 배워야 할 능력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