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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작 Mar 16. 2025

[카지노 쿠폰] 2_최선을 다하지 말자

- 느리게, 오랫동안, 멀리, 재미있게 가기 위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인생의 문장 중 하나가 "이번 시합에서 최선을 다하지는 마세요"다.

(...)

인간승리, 다 좋다. 일 년에 한 번 정도라면 이를 악물고라도 해보겠다. 하지만 고문당하기 선수도 아니고, 인간 승리를, 그 괴로운 일을 매일 할 수는 없지 않겠나? 매일 달리고 싶은 사람에게는 당연한 의문이다.

반면에 LSD(느리게 Slow 오랫동안 Long 멀리까지 Distance)는 오직 즐거움을 위해서 달리는 연습을 뜻한다. (이 방법을 주장한) 조 핸더스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LSD는 단순한 훈련법이 아니다. 그건 운동을 바라보는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익힌 사람이라면 누구나 달리기란 재미있다고 말할 것이다. 서로 경쟁해서 승리했을 때뿐만 아니라 달리기의 과정 전체가 말이다."


- 김연수 『소설가의 일』(문학동네, 2014)







큰 카지노 쿠폰가 백일 된 시점부터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아니다. '읽어주기'보다는 내가 '읽었다'. 지나 보니 사람은 다 다른 적성이 있다. 적성의 정의를 '하고 싶고, 하기 쉬운 일'이라고 한다면, 나의 육아 적성은 그야말로 낙제감이었다(다행히 남편은 육아 능력자라, 우리를 합치면 평균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러나 불행히도, 주 양육자는 나였다. 고심 끝에 찾은 방법이, 그나마 내가 하기 가장 편하고 가장 좋아하는 일인 - '책 읽어주기'였다.


『달님 안녕』, 『사과가 쿵』으로 시작된 그림책의 세계는 넓고 광활했다. 그러나 동시에 매우 반복적이었다. 카지노 쿠폰은 좋아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읽고, 또 읽고, 또 읽는다. 그래도 카지노 쿠폰은 늘 처음인 것처럼 눈을 경이롭게 반짝였고, 같은 부분에서 깔깔거렸다. 급기야 한글도 모르는데, 책을 줄줄 (외어서) 다 읽는 경지에 이른다. 보석 같은 눈을 달고 오물거리며 책을 읽는 아이는 정말 너무 예뻤지만, 한 7년쯤 하고 나자 나는 그림책보다 더 많은 글밥의 책을 읽고 싶었다. 내가 살아야 했다. 매일 읽어줘야 한다면, 좀 더 긴 책을 읽어도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시작했다. 긴 책 읽기를.



카지노 쿠폰둘째가 한 달쯤 됐을 무렵, 큰 카지노 쿠폰는 글을 몰랐지만, 마음의 눈을 뜨고 정말 진지하게 동생에게 글을 읽어줬다(근데 동생 얼굴이 더 원숙해 보이는 건, 왜지?).



첫 책은 『내 이름은 삐삐 롱 스타킹』이었다. 큰 아이가 7살이었다. 매일 한 챕터씩, 잠자리 의식으로 읽어줬다. 『내 이름은 삐삐 롱 스타킹』에는 제대로 된 어른이 나오지 않는다. 어린 '삐삐'가 가장 힘이 세고, 모든 걸 다 해결한다. 카지노 쿠폰은 특히, 어른을 혼내주는 대목을 가장 좋아했다. 나는 아직까지 이 책을 싫어하는 아이를 못 봤다. 모두 각자의 힘듦이 있는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시작된 긴 책 읽기는 5학년까지 이어졌고, 주니어 세계문학 전집을 거의 다 읽었다. 『나니아 연대기』(총 6권) 같은 긴 시리즈도 읽었다. 상관없었다.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매일 한 챕터씩 읽는 분량은 같으니까.


5학년이 되자, 아이는 혼자 읽고 싶다고 했다. 내가 읽어주는 것보다 자기가 읽는 게 빨랐기 때문이다. 그때부터는 SF와 추리 소설 등의 세계로 갔다. 그러나 중학생이 되자 다시 책을 읽는 일이 줄어들었다. 카지노 쿠폰은 너무 바빴다. 아니『모모』의 시간 도둑처럼, '유튜브' 등에 시간을 뺏겼다. 나는 억지로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흔한 남매』도 좋지만, 고전의 문장을 넣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고전 함께 낭독 후, 연극 보기'였다. 방학 때 마을 카지노 쿠폰과 함께 읽었다.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리어 왕』 등을 그렇게 봤다. 그 외에도 책을 정해 천천히 읽고, 필사하기 등을 했다. 『동물농장』 『1984』 『앵무새 죽이기』 등을 그렇게 읽었다.

카지노 쿠폰아까 누워있던 둘째가 이렇게 컸다. 첫째는 뒤에 서 있는 카지노 쿠폰 중 한 명. 둘째는 자칭 I로,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저렇게 다닌다고 했다. 허허허.



띄엄띄엄하긴 했지만, 그렇게 청소년 읽기를 또 3년 정도 했다. 생각해 보면 긴 시간이다. 물론 그동안 여러 가지 감정들도 들었다. 대부분은 재미있게 잘했지만, 가끔 아이들이 나를 학원 선생님 대하듯 하면 억울하기도 했다(이럴 거면 돈이라도 내라? 응?). 책을 바로 낭독하고 나서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거나(방금 읽었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니?), 뻔한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나는 어제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이 보이면 솔직히 어이없기도 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화가 나지 않았다. 그냥 그러려니 넘어갔다. 그 비결은 다른 게 없었다. 바로,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표가 없었다. 순전히 나를 위해 했다.


아이에게 처음 좋은 문장이 담긴 긴 책을 읽어줄 때, 이 시간이 쌓여 언어영역 상위 1%에 들겠지...라는 생각 따위는 안 했다. 다만, 내가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었다. 문장이 좋았으면 했다. 낭독을 하면 꼭, 꼭 눌러 읽는데 정말 문장이 중요했다. 그리고 그때 진짜 피부로 느꼈다. 고전은 고전이다.

『데미안』을 선정한 것도, 내가 그 연극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카지노 쿠폰이 어릴 때 보던 인형극(?)에 지쳤다. 애들 핑계를 대고 당당하게 대학로에 가고 싶었다. 그러니, 카지노 쿠폰은 카지노 쿠폰다워도(그러니까 매우 이상해도) 괜찮았다(어차피 너희들은 지금 나한테 이용당하고 있...).



*


카지노 쿠폰을 맞아, (비교적 쉽게) 청소년들과 한국 단편 읽기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경험이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정식 관장은 아니고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카지노 쿠폰대길, 건양다경'말고, 다른 문장을 너희라면 뽑을 수 있지 않겠니라는 무의식 중에 기대도 했다. 그렇게 중2, 중3 청소년 5명이 모였다.

카지노 쿠폰부터 우수까지 4주간 진행했다. 낭독한 단편은 이태준 『달밤』, 김유정 『봄봄』, 하근찬 『수난이대』, 박완서 『자전거 도둑』이었다. 아이들에게는 4주 모두 출석하면 '컵라면'을 하사하겠다고 유혹했다(아이들은 정말 다 출석했다). 아이들이 "예~" 하고 소리를 질렀다. 방식은 단순했다. 돌아가며 낭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짧은 글쓰기였다.

아이들을 모아놓고 함께 책을 읽다 보니, 불현듯 소설 제목이 떠올랐다. 『열다섯에 곰이라니』라는 청소년 소설이다(혹시 아직 읽지 않은 청소년 '부모'라면 일독을 권한다). 소설의 내용을 간략하게 말하면 어느 날 갑자기 자고 일어난 아이들이 '곰, 여우, 비둘기'등 각자의 특성을 살린 동물로 변한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기 모습으로 돌아온다. 청소년의 동물화라니. 이건 정말 소설을 가장한 논픽션 아닌가 하는 생각을 아이들을 보며 했다. 그리고 4주간 하면서 카지노 쿠폰 문장을 뽑겠다는 나답지 않은 욕심을 버렸다. 대신 빠르게 '나다운'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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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쿠폰이 했던 결과물 중 일부. 뒷 이야기 상상하기, 빈칸 채우기, 제목 새로 쓰기, 입장 바꿔 생각하기, 나의 문장 뽑기 다양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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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아이들에게서 입춘 문장 따위는 뽑지 못했다. 아니, '굳이 뽑아야 할까?'로 바뀌었다. 짐승과 사람 사이에 수시로 변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애써 다그치거나, 있어 보이게 가공할 필요가 없다. 그냥 재미있게 하면 된다.



[입춘]은 절기의 시작이다. 아이들에게는 지금이 '입춘'의 시기고, 나의 마을 관장기도 그렇다. 애써서 무얼 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라고 핑계를 댄다). 그러니, 지금은 김연수 작가가『소설가의 일』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 승리'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도 책을 '인간 승리'처럼 읽히게 해서는 안 된다. 책은 그냥 읽으면 즐거운 것. 그 경험 자체가, 과정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


*


여전히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목탁을 두드린다. 그러나 목탁을 두드릴 때 내가 할 일은 '어떻게 하면 힘 있게 칠까'가 아니다. '힘 빼기'다.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의 제목처럼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가늘고 길게, 무엇보다 즐겁게 한 시절을 잘 지나가야 한다. 나의 목표는 다름 아닌 그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아이들에게서가 아닌, 나 스스로 카지노 쿠폰 문장을 뽑아보기로 한다. 다가올 뜨거운 여름에 쓰러지지 않도록, 지금 밭을 다지고,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나만의 '카지노 쿠폰' 문장을 골라본다.

그리하여, 아이들이 아닌 관장의 초입에 선 내가, (김연수 작가가 인용한 문장을 변용해) 세운 카지노 쿠폰의 문장은 이것이다.


"최선을 다하지는 말자. 느리게, 오랫동안, 멀리... 무엇보다 재미있게 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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