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매 농부의 열두달
양파 줍기를 마치고 이제 좀 쉬나 했더니, 이제 귤밭의 차례가 다가왔습니다. 가지치기 한 가지들을 파쇄기에 넣어 잘게 부수고, 퇴비와 비료를 뿌리고는 한 달 넘게 카지노 게임 추천 가지 않았거든요. ‘분명 풀이 잔뜩일 거다’라고 겁을 주셨던 부모님도 귤밭이 그 꼴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귤밭은 어느새 곶자왈처럼 풀이 무성한 숲이 되어버렸어요! 퇴비 속 영양분은 잡초가 다 흡수했나 봅니다. 과수원 입구서부터 모시풀들이 허벅지 높이만큼 자라서 과수원 안으로 들어가기도 어려울 정도였어요.
풀을 진압하기 위해 장낫 세 채를 샀습니다. 장낫은 낫인데 골프채처럼 손잡이가 긴 낫이에요. 하나는 일본 제품이고, 나머지 두 개는 국산 제품이었는데, 그중 하나는 2만 원이 넘는 나름 고가의 제품이었고, 마지막 하나는 단돈 5천 원짜리였습니다. 저와 부모님은 장낫 한 채씩 들고 호기롭게 모시풀과의 전투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여기저기서 짜증 섞인 탄식이 들려오네요. 장낫은 모시풀의 모카지노 게임 추천를 치기는커녕 머리를 빗듯이 슥슥 지나치기만 했습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더니 5천 원짜리 낫은 그중에서도 제일 비실거렸습니다. 차라리 동네 빵집에서 파는 5천 원짜리(얼음과 팥, 연유만 들어있는) 팥빙수를 사 먹었다면 기분이라도 좋았을 텐데! 다행히 나머지 낫들은 사정이 나았습니다. 일제라고 다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농기계 분야에선 여전히 성능이 좋더군요. 얼마 움직이지 않았는데 습도가 높아서 땀이 주룩주룩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아빠는 진작에 콘테나를 뒤집어 그 위에 앉아 계셨고, 엄마는 이마에서 흐른 땀이 눈에 들어가서 못하겠다며 포기를 선언했어요. 저는 졸병이라서 이렇다 할 선택지가 없습니다. 부모님이 하면 하는 거고 말면 마는 거죠. 결국 우리는 입구의 풀을 제거하는데 만족하고 집으로 후퇴했습니다.
이틀 뒤, 우리는 비장의 무기 카지노 게임 추천를 들고 다시 과수원을 찾았습니다. 휘발유와 엔진오일을 넣고 줄을 당기자, 웨엥 거리는 소리를 내며 카지노 게임 추천의 칼날이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풀들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눕기 시작했습니다. 야호! 아빠가 성치 않은 몸으로 카지노 게임 추천를 사용하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는 저와 엄마가 들기에는 너무 무겁고 위험해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카지노 게임 추천가 닿지 않는 부분은 저와 엄마가 낫으로 처리했는데, 저도 모르게 자꾸 카지노 게임 추천를 멍하니 쳐다보게 되더군요. 그때의 기분은 질투도 아니고 부러움도 아닌 허탈함이었습니다. 저리 좋은 게 있는데 굳이 장낫을 써야 할까? 곧 가스 카지노 게임 추천든, 전기 카지노 게임 추천든, 뭐든 사야겠어요.
“주원아! 빨리 와봐!”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보니 카지노 게임 추천 뱀 한 마리가 꿈틀대고 있습니다. 낫에 베인 것인지, 예초기에 베인 것인지, 꼬리가 잘려 있었어요. 뱀은 꿈틀대며 어딘가를 향해 기어가려 애쓰고 있었고, 근처 어딘가에선 뱀의 꼬리가 뱀의 머리에게 신호를 보내는 듯 팔딱거리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뱀을 매우 싫어하는데, 신기하게도 뱀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발견한답니다(너무 미워해서 그런 거겠죠?). 저도 뱀을 좋아하진 않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 생물이 우리 때문에 피해를 입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때 지난달, 귤밭에서 만난 존재가 떠올랐습니다.
그날은 가지치기한 가지들을 파쇄기에 넣어 카지노 게임 추천 나무칩으로 부수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가지들을 파쇄기에 넣고 있는데, 가지와 낙엽 사이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 알 하나를 발견했어요. 신기해하며 가지들을 파쇄기에 밀어 넣는데 그 옆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겁니다! 그건 아주 카지노 게임 추천 아기 새였어요. 병아리만 한 크기에 색깔은 옅은 갈색이었고, 몸통에는 짙은 갈색의 줄무늬가 그려져 있었어요. 아기 새는 엄마 새를 찾는지 열심히 울어댔지만, 삐약삐약 소리는 파쇄기 굉음에 묻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파쇄기가 이동하다가 깔려 죽을까 봐 조심조심 움직이려는데, 아차… 아기 새와 눈이 마주쳐버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기 새가 저를 따라오기 시작하더군요.
아기 새는 제 속도 모르고 저와 부모님, 그리고 파쇄기 쪽으로 뒤뚱거리며 따라왔습니다. 털색이 마른 카지노 게임 추천와 낙엽과 비슷해 잘 보이지도 않았어요. 모르는 사이에 발 밑까지 따라온 새를 보고 화들짝 놀란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새를 집어 처음에 발견된 나무 아래로 갖다 놓았습니다. 그리고 몇 분 뒤 다시 아래를 보니 또 새가 제 발아래에서 삐약 대고 있는 거예요. 아기 새가 이렇게 빨리 걸어올 수가 있나? 손으로 집어 나무 아래에 내려놓으려 했더니, 세상에. 새가 한 마리가 아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아기 새들을 집어서 대야에 집어넣고 보니, 무려 여덟 마리가 모여 저를 향해 삐약 대고 있었습니다.
이 새의 정체는 바로 꺼병이라 부르는 꿩의 새끼였습니다. 꺼벙이가 아니라 꺼병이요(엄마, 꺼벙이는 만화 캐릭터라고!). 제주엔 꿩이 많습니다. 여기저기서 꿩의 울음소리가 들리죠. 이 놈의 꿩 때문에 심장이 떨어질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일을 하러 밭에 들어가면 수풀 사이로 숨은 꿩이 ‘꿔겅!’ 소리를 내며 하늘로 뛰쳐 올라가거든요. 물론 저도 어렸을 때 꿩 샤브샤브를 맛있게 먹었습니다만은… 살아있는 꿩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요?(있다면 미안합니다) 그치만 끼가 뭔 죄겠습니까. 일단은 살려야 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꺼병이들의 부모는 새끼를 낳았다는 것도 잊었는지 한두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꺼병이들은 잠이 들거나, 울음을 멈추고 눈만 껌뻑거렸지요. 불쌍한 것들! 꺼병이들을 이대로 대야에 둔다면 뱀이나 고양이한테 잡아먹힐지도 몰라요. 그렇다고 키울 수도 없고요. 결국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 아빠가 대야에 담긴 꺼병이들을 파쇄기에서 멀리 떨어진 과수원 가장자리에 풀어주었답니다. 부디 살아남기를 바라면서요. 너희들은 꼭 조용한 꿩이 되거라…
과수원에서 작업하며 다양한 생명을 마주합니다. 감귤 잎에 대롱대롱 매달린 매미의 허물과 도마뱀과 알 수 없는 벌레도 볼 수 있지요. 파쇄하다가 옷소매로 들어간 카지노 게임 추천 개미에게 물려 팔이 퉁퉁 부은 적도 있어요. 제초제나 살충제를 쓴다면 잡초도 없고 동물이나 벌레에 시달릴 일도 없을 겁니다. 부모님도 훨씬 편하실 거고요. 하지만 아빠는 과수원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으시대요. 저도 그래요. 부모님의 수고 덕에 30년 가까이 무농약 감귤을 먹고 자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감귤이 익는 동안 이곳이 누군가의 터전으로 쓰인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이겠습니까. 그들과의 조우가 항상 반가운 것은 아닐지라도 말이죠.
어쨌든 우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예초 작업을 마쳤습니다. 아마 다음 달이 되면 또 허리만큼 풀이 잔뜩 자라 있을 겁니다(작물이 이렇게 자라면 좋으련만). 얼른 제가 쓸 카지노 게임 추천를 사야겠어요. 벌써부터 풀이 두렵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합니다. 걱정한다고 풀이 천천히 자라는 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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