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던 2000년대 초반주야장천 듣던 말들이다.
더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문의 크기는 정해져 있었고 그문을 통과할 자격을 얻기 위해 우리는 경쟁했다. 대부분의 평가 기준은 성적이었고,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선 내 스스로 노력만 하면 되니 무엇보다 공정한 게임처럼 여겨졌다.
신자유주의의 골자는 정부가 시장에 최소한으로 개입해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이로 인해거대 자본 위주로 경제가 성장하게 되면 서민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효과 이론도 신자유주의에 힘을 보탰다.
정부의 개입이 줄면서 신자유주의 체제 안에서 개인과 기업은 말 그대로 무한경쟁 체제에 놓였다.주어진 파이는 한정돼 있으므로 더 부지런하고 더 재능이 뛰어나며 뚜렷한 성과를 보인 사람만이 원하는 것을 누리고 가져갈 수 있었다.무한 경쟁은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제공되고 누구든 무엇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린 것처럼 보였다.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성과가 나올 것이고, 출신 배경, 성별, 나이와 무관하게 그 성과로 평가되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공평하다 여겼다.
하지만 시작점이 다르단 걸 간과한 이론이었다. 누구는 출발선이 저 앞에 있었고, 누구는 달릴 때신을 낡은 운동화 한켤레 조차 없었다.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신자유주의에 대한 회의론은우리 사회에 급속도로 전파됐다. 공정한기회라 여겼지만 기득권층이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주장들이 속속 등장하며청년들은 더이상 속지 않았다. 그러면서보편적 복지라는 가치가 힘을 받기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개인들은아직 걷어차지 않은 사다리가 남아있을 것이란 기대 속에 위로 오를 궁리를 멈추지 않았다.
MZ세대들은 이런 청년 시절을 겪고 사회로 나왔고, 누군가는 아이의 부모가 돼 있다.
"어머니 세대는 그래도 수능을 봤으니 주입식은 아니었죠?"
한 유명 영유아 전집 회사의영업사원님이 우리집을 방문했을 때 내게 던진 질문이다. 자신은 학력고사 세대라 말하던 그 영업사원님은 4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분이셨다. 물론 나는 수능을 치렀지만 주입식 교육을 받지 않은 적은 없다.
내 어린 시절에도 꽤나 창의력이 중요시 되는 분위기가 엄마들 사이에 흘렀다. 하지만 아이의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을 키워줘야하는데 큰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엄마들은 자녀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대학은 잘 보내야하기에. 아직은 그래도 이름은 들어봤을 법한 대학을 나와야만자기 밥벌이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세상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창의력이 정말 중요한 세상이 되려면 끊임없이 사고하고 비판적 사고를 하는 게 반드시 필요한 세상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결정적 시험 몇 번으로 여생의 안락이 보장되는 체제 안에서는 창의력이 중요한 능력이 될 리 만무하다.
창의적 사고를 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우선돼야 창의력을 위한 교육환경은 영유아에서 멈추지 않고 지속 될 것이다.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선 문해력, 창의력이 필수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전적으로 공감한다.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시대의 취업전선을 뚫고사회초년생이 됐던10여년전과지금은 또많은것들이변해있다. 콘텐츠가 넘쳐나고다양한 경로의 SNS를 통해 개인의 경험을 기반한 정보들 역시 범람한다. 이젠 궁금한 것이 생기면 국내외 포털에서 뿐만 아니라 유튜브에서도 검색 해 찾아본다.데이터의형태가음성인지, 수치인지, 텍스트인지,이미지인지,영상인지,또영상이길이가긴지 짧은지에 따라 실시간으로 검색할 플랫폼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콘텐츠가 영상, 이미지 등 시각 위주의 것들이 난무하다보니 아이들의 문해력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대에 역설적이게도 정말필요한 능력이 문해력이다. 그것도 보통의 문해력이 아닌 가속도가 붙은 문해력이 필요한 시대다. 글을 보고이해하고, 이해한 내용에 자신의 경험을접목해 깊이 있게 사고할 줄 아는문해력. 이 문해력이 발달된아이일 수록 더 빨리 많은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수용한 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수 있다. 그 격차는 하루, 한달, 1년이 지나면서 더 벌어질 것이다.
데이터 분별력이라고 해도 과연이 아닐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의 이 문해력은 창의력과 떨어질 수 없는 짝궁처럼 붙어다닐 것이다. 비판적 사고가 가능한 아이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과 사고 그리고 감정을 접목해 그 누구도 생각하거나 창조 할 수 없을 결과물을 만들어 낼 창의력을 뽐낼 기회를 얻을 것이다.
다시 엄마 세대인 MZ세대들의 이야기로 넘어가보겠다.MZ세대는 무한경쟁시대를 통해 많은 좌절을 경험하며 신자유주의에 대한 신봉을 멈췄지만 그렇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버리진 못했다. MZ세대는 공정한 지표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이를 금전적 가치로 제대로 보상받길 원하며 이를 보여주는 것에 익숙한 세대다.
때문에 성과를 얻기 위한 경쟁은 지속 될 것이다. 다만 무한경쟁 시대에서의 동일한 시험문제에서 높은 점수만 받으면 됐던 성과지표와는 분명 다를 것이다. 우리세대는 시험성적을 잘 받아 좁은 문을 통과만 하면 됐다면 이제 아이들의 세대는 새로운 문을 만들어 새로운길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 문은 다양하게 만들수 있고, 그 문을 열고 나가 만든 나만의 길이 가치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따라 나설 것이다.
때문에 우리 아이의 세대에서 요구되는 평가방식은같은 문제를 두고 시험을 치르는 우리 세대의정량 평가가 아닌 '정성 평가'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다. 이와 더불어 상대 평가가 아닌 '절대 평가'의 방식이 주를 이룰 것이며,평가의 기간은 일회성 시험과 같은 단기성이 아닌 경험과 스토리를 담아낼 장기간이 될 것이다.
이러한 성과지표의 주요 특성을관통하는 건 '고유성'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한 개인이 살아온 일생에 대한 스토리는 그 어떤 가치보다 유일무이한 가치가있는 정보다. 때문에 다시금 중요한 능력은 문해력과 창의력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능케 하는 공감력이다.
어찌보면 한번의 시험으로 나의 깊은 내면은 숨길 수 있었던 무한경쟁시대의 성과지표가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 치르게 될 고유한 성과지표보다 더 수월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분명 제대로 된 가치를 분별하기엔 한계가 명확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 아니 어쩌면 우리도 경험해야 할 지 모를 변화하는 세상은 나만이 이끌어 낼 수 있는, 그리고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이 '고유한 성과'가 각광받는 세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