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와 일상 사이 – 유물과 사람 사이의 거리
“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몇 년 된 건가요?”
한 외국인이 무심한 듯 던진 질문에, 현지 가이드는 익숙한 웃음을 띠며 이렇게 대답했다.
“아마도 최소 3500년, 길게 보면 4000년은 되었을 겁니다.”
처음 들으면 농담처럼 들릴 법한 대화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전혀 과장이 아니다. 카이로의 심장부, 언제나 붐비는 타흐리르 광장(Tahrir Square, ميدان التحرير). 관광객과 시위대, 상인과 경찰, 지나가는 시민들과 노점상이 한꺼번에 섞여 드나드는 이 광장의 중심에, 조용히 그러나 웅장하게 서 있는 하나의 오벨리스크가 있다.
기원전 13세기, 람세스 2세 시대에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는 이 석주는, 높이 19미터, 무게 19톤에 달한다. 다시 말해, 지금으로부터3300년 전의 건축 양식이 도심 한복판에서 여전히 존재감 있게 사람들의 일상을 지켜보고 있는 셈이다.
이집트를 처음 찾는 사람들은 이 장면 앞에서 다소 혼란스러워진다. 아니, 어쩌면 경외심보다는 의아함이 먼저일 수도 있다. 어째서 이렇게 귀중한 유물이 거리 한복판에, 그것도 차들이 씽씽 달리는 도로 한가운데 서 있을까?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는 유물이라면 대개 유리 벽 너머, 경고문 옆, 플래시 금지 구역 속에 보존되어야만 할 대상으로 여겨진다. 유물이 곧 성역이 되는 그런 관념. 그러나 이집트는 다르다. 오벨리스크는 감시 카메라나 철제 울타리의 보호도 없이, 고요히 그리고 당연하게 도로를 바라보고 있다.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무관심할 정도다. 그들에게 있어 고대의 흔적은 경외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삶의 일부로 스며 있다.
도시의 문명과 시간은 항상 사람을 놀라게 한다. 하지만 이집트는 문명보다 더 오래된 기억의 땅이다. 바삐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속에서도, 나는 자꾸 그 오벨리스크에 새겨진 글자를 눈으로 더듬게 된다. 람세스 2세가 누구였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는 단순한 이름이겠지만, 이집트에선 그 이름조차 생활의 지층에 속한다. 역사가 박제되지 않고 살아 숨 쉬는 나라. 이곳은 그런 곳이다.
카이로 중심부에서 남서쪽으로 차로 약 40분쯤 달리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사카라(Saqqara, سقارة)"는 고대 도시 멤피스(Memphis)의 인근 지역으로, 세계 최초의 석조 피라미드인 "조세르 피라미드(Pyramid of Djoser)"가 위치한 유서 깊은 땅이다. 그러나 이 유명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지의 바깥으로 조금만 벗어나면, 전혀 예상치 못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지와 논밭이 맞닿아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지가 논밭처럼 보인다. 저 멀리 뿌연 흙먼지 사이로 미완의 기둥들이 반쯤 땅에 묻혀 있고, 그 앞에선 농부들이 손으로 밭을 갈고 있다. 처음 이곳을 지날 때, 나는 혼란스러웠다. 저것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인가, 폐허인가, 아니면 단지 오래된 농기계 창고인가?
한참을 들여다보며 가이드에게 물었다.
“저기 보이는 건물들, 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맞는 거죠?”
그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거의 4000년 가까이 된 건축물입니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것들이 많죠.”
“그런데 왜 이렇게 방치되어 있나요?”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이집트에는 유물이 너무 많거든요. 모든 것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어쩌면... 우리에겐 이게 일상이라서 그럴 수도 있어요.”
이 말은 오래도록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대 유물이 일상이다'
그 문장은 왠지 철학적인 울림을 품고 있다. 어느 나라에선 보호해야 할 과거가, 이곳에선 함께 살아가는 현재가 되어 있다.
햇빛이 아직 부드럽던 아침, 나는 사카라 외곽의 마을 길을 걷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바람은 여느 때처럼 건조했지만, 어딘가 느슨한 평화가 흘렀다. 그때, 길가에서 낯익은 광경을 마주쳤다. 당나귀 등에 올라탄 중년의 남성이 웃으며 손을 들어 보이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의 얼굴은 햇살보다 먼저 웃었고, 손등에는 흙이 배어 카지노 게임 사이트. 헐렁한 전통 복장과 발등이 드러난 샌들, 그리고 그가 탄 당나귀의 꾸밈없는 털빛. 이 한 장면만으로도 시간은 현재에서 몇 세기쯤 뒤로 물러나는 듯했다.
그 남성의 뒷배경엔 야자수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바싹 마른 잡초 사이로는 고대의 기운이 숨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내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을 걸자, 그는 선뜻 길을 안내해 주었다.
“이 길을 따라가면, 오래된 신전 터가 있어요.”
그는 마치 자기 밭의 구석을 소개하듯 그렇게 말했다. 말끝엔 어떤 자부심도, 신비로움도 담겨 있지 않았다. 단지 ‘늘 거기 있어왔던 것’에 대한 무심함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나는 그가 말해준 방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작은 이정표 하나를 발견했다. 그곳에는 하토르(Hathor)에 관한 설명이 적혀 카지노 게임 사이트.“The Mistress of the Southern Sycamore”—고대 이집트인들이 숭배했던 풍요와 음악, 사랑의 여신. 그녀는 암소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돌보았고, 남부 이집트에서는 특별히 ‘남쪽의 무화과나무 여주인’이라 불렸다. 그 안내판엔 영어와 아랍어로 같은 설명이 적혀 있었고, 여신의 머리 위엔 태양 원반이 그려져 카지노 게임 사이트. 옆에는 하얀 소가 고요히 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나는 이 설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고대의 신이 머물던 자리에 지금은 누가 머무는가?'답은 곧바로 사진 속 또 다른 장면이 보여주었다. 설명판 뒤로 펼쳐진 논밭과, 그 앞에 자리한 작은 쉼터. 돌을 쌓아 만든 낮은 벽, 그 위에 놓인 나무 벤치, 그리고 땅에서 자란 나무가 자연스레 지붕 역할을 하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늘 아래에는 주전자와 마실 물, 그리고 막 피운 듯한 차 한 잔이 놓여 카지노 게임 사이트. 누군가의 하루가 그 자리에서 잠시 멈추었음을 말해주는 풍경. 신전의 자리에 들어선 농부의 쉼터, 신의 거처가 사람의 안식처로 바뀐 것이다.
그 자리에서 나는 한참을 앉아 카지노 게임 사이트. 곁에 있던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근처가 옛날 신전 터라는 걸 알고 있니?”
그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예전 사람들이 뭐라 그랬대요. 하지만 지금은... 우린 여기서 논농사해요.”
그 말은 짧았지만 많은 걸 담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고대의 무게보다 오늘의 생존이 더 가까운 현실임을. 하토르의 상징이었던 무화과나무는 이제 실제 그늘이 되었고, 제물을 올리던 제단은 밥상을 놓는 평상이 되었다. 이 땅의 시간은 이어져 있지만, 의미는 달라져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러나 나는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이 변화가야말로 진짜 생명력이 아닐까 생각했다. 유물은 유리 안에서 숨을 쉬지 못하지만, 이곳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람과 함께 숨을 쉰다.보호되지 않기에 더 손상되지만, 함께 살아가기에 더 오래 견디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다시 당나귀 위의 남성을 떠올렸다. 그 웃음에는 고대도, 현대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냥 ‘오늘’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땅을 밟고 사는 사람들의 표정, 그게 이집트의 진짜 역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전이 무너진 자리에 마을이 들어서고, 여신이 머물던 자리에 나무가 자란다. 그리고 그 나무 그늘 아래, 누군가는 차를 마시고, 누군가는 한숨을 쉰다. 그렇게 시간은 이어진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안에 마을이 있고, 마을 안엔 여전히 삶이 있다.
사카라의 농촌 지역을 더 깊이 걷다 보면, 또 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수천 년 전 방식 그대로의 농사. 지금도 여전히 낙타나 당나귀가 끄는 물레방아, 땅을 긁는 목제 농기구, 그리고 손으로 퍼 올리는 깊은 우물이 남아 있고,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이 여전히 현역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것들은 더 이상 '유물'이 아니었다. 그들의 삶 안에서 여전히 쓰이고 있는 생생한 도구들이었다. 농사법은 세월 속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변할 이유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이 방식은 시간을 통해 검증된 생존의 지혜였고, 그래서 바꿀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가이드는 흙먼지를 털며 설명을 이어가고 있었고, 나는 중간에 그 말을 끊고 물었다.
“이 방식이 얼마나 오래되었을까요?”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적어도 3500년은 되었겠죠. 아마 조세르 시기부터일 겁니다.”
그 말에 나는 잠시 숨을 멈췄다. 지금 이들이 일구고 있는 밭, 물을 퍼올리는 우물, 땅을 긁는 손길 하나하나가 3500년의 시간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 마을에서는 농업도 하나의 역사였고, 땅도 교과서였다. 누군가는 박물관 유리벽 너머에서 고대의 농기구를 설명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곳에선 그것이 오늘의 수확을 위한 도구였고, 일상의 일부였다. 그들의 삶은 이미 과거를 품고 있었다. 그 일상이야말로 가장 생생한 기록이자 살아 있는 역사였다.
이집트에 머무는 동안, 나는 종종 이런 상상을 하곤 했다. 만약 조세르나 람세스 2세가 지금 다시 깨어나 사카라를 걷는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하지만 곧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낯설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같은 땅에서 사람이 살고, 농사를 짓고, 물을 퍼 올리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는 그들에게 이질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흙냄새, 우물의 물맛, 낙타가 끄는 물레방아 소리는 너무도 익숙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이집트는 수천 년 전과 단절되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여기는 단순히 유적이 많은 나라가 아니다. 역사와 현재가 나란히 걷는 드문 땅이다. 고대 유물은 유리 안에서 숨 쉬지 않는다. 그 유물들은 사람 곁에 있고, 손에 닿을 만큼 가까이에 있으며, 때로는 무심히 밟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는 것은, 그것들이 박제가 아니라 일상 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 땅의 유산은 고요한 기억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움직이고 있는 한 조각의 오늘이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다시 타흐리르 광장을 지나쳤다. 여느 때처럼 광장 한복판에는 오벨리스크가 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고, 그 곁으로 수천 명의 인파가 무심히 스쳐 지나갔다. 누구도 그것을 쳐다보지 않았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곤.
아마도 나 자신. 나는 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햇살이 기울어가는 오후, 그 오래된 석주의 그림자가 내 발끝에 드리워졌다. 그리고 나는 문득, 이 오벨리스크도 사카라의 농부처럼 아무 말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보호받는 대신 버티고, 경외받는 대신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집트 고대 유물의 방식이었다. 사람들이 지켜야 한다고 외치지 않아도, 스스로의 존재로 시간을 견디는 것. 어쩌면 진짜 유산이란 바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유리관 속에 갇힌 화석처럼 멈춘 과거가 아니라, 숨 쉬는 일상 안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과거. 이집트는 그것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몇 안 되는 나라다. 그리고 나는 그 땅에서, 그 숨결을 마셨다. 고대의 시간이 오늘의 공기 속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고, 나는 그 안에서 내 삶의 시간도 조용히 더듬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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