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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진이 좋아,라는 말을 내 시선이 좋다는 뜻으로 여겼다. 눈 쌓이듯 비가 스몄고 이틀 만에 로마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머리꼭지에 베니스 햇볕이 떨어진다. 나그네는 외투를 벗는다. 도시를 누빈다. 온전한 시각적 환희를 누린다. 예찬이 샘솟는다.
로마에서 베니스로 거처를 옮긴다. 테르미니 역에서 트랜이탈리아 기차를 탄다. 망연한 바다 펼쳐진 순간부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철길인가 싶더니, 산타 루치아 역 당도하자 찬란한 윤슬에 촉촉한 로마 따위 잊는다. 붉은 다락방 숙소는 후락하다. 사흘 밤 묵을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변경해야 하나. 심란해도 적응한다. 퀴퀴한 곰팡내, 담배 자국 슨 바닥 차치하고 탈취 스프레이 양껏 뿌린다. 산란한 마음으로 화장실에 짐을 둔다. 발걸음 가볍게 아무 바에 들어간다. 타파스 하나에 화이트 와인을 곁들인다. 알딸딸하다.
미적미적 팔라초 그라시 Palazzo Grassi 입장한다. 묵직한 다리를 푼다. 중세와 현대의 부조화가 고상하다. BIFF 2023 <빔 벤더스의 안젤름 3D 도입부가 떠오른다. 층계참 영상실은 시치미를 뗀다. 어마어마한 우주를 품고서 어둠으로 침묵한다. 영상은 생애를 관통한다. 탄생부터 죽음까지 회고하는 여정이다. 전부 살아버린 허망함. 별의 탄생, 우주적 축사, 비가역 역사, 진정한 성장. 추상은 즉흥이 아니다. 수학이고 기하다. 치열한 계산이다. 캔버스에 쓴 시를 읽는다. 여태 얼마나 스쳐 넘겼나. 시간이 흘러 버렸다. 좋은 질문을 던져 나아간 길이라 여긴다. 점점 멀어진대도. 어디까지 타자인가. 48 분짜리 생을 몇 초로 판단 말자. 더디 자랄지라도.
숙소 가는 길. 구글 맛집 검색한다. 줄 서서 기다릴 체력 부족하다. 눈길 닿은 테라스에 주저앉는다. 콧수염 웨이터가 서빙한다. 토마토 바질 파스타는 맛대가리 없다. 자릿세까지 거금을 치른다. 바짝 붙으면 카지노 가입 쿠폰 거친 여정이다. 한 발짝 떨어지면 생각 못한 방식으로 숙성한다. 풍미가 차오른다. 아무래도 단백질이 부족한 기분이다. 쿠프 마켓을 들른다. 우유를 산다. 단숨에 들이켠다. 자두도 산다. 씻을 힘 없다. 이튿날 아침으로 보류한다. 삐걱이는 침대에 무너지듯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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