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628
허무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어쩌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주 오랫동안 이별해 온 걸지도 모르겠다. 자그마치 9 년에 걸쳐.
계기는 평범했다. 밀린 일기 쓰며 지난 행적 반추하면 왜 이걸 쓰고 있지, 물음에 멍청해지는 순간이 닥쳤다. 묵직한 돌은 모친이 던졌다. 제주 여행 복기하는 동안이다. 속밭대피소, 사라오름 전망대, 진달래 대피소…… 몇 시 몇 분 그곳이었는지 GPS 추적 관찰 버금가게 동선을 써 내렸다. 활자로 빼곡한 페이지가 뿌듯해 흐린 눈으로 여행 잘 다녀왔구나, 생각했다. 엎드려 펜과 씨름하는 딸을 보며 당신은 툭,
카지노 게임 사이트 더 이상 쓸 게 없어.
이제 하고 싶은 말이 없어.
앞으로 벙어리가 되어도 무방할 것 같아.
말했었다. 묵언으로 나 부르는 당신 목소리 다시 들을 일 없으면 어떡하나, 괜스레 울컥해 핀잔했다. 그런 게 어딨어. 이렇게 쓸 일정이 많은데. 어쩌면 엄마는 주식으로 만족을 찾아 마음이 넉넉해 그럴지 몰라. 당신은 그렇지 않댔다. 내가 쓰다 만 일기장을 어깨너머 곁눈질하더니 그래, 우리 여행 잘 다녀왔네, 쓸 말 참 많다, 이야기카지노 게임 사이트 살포시 웃었다.
다음은 하필 <희랍어 시간이었다. 목소리를 잃은 여자와 눈을 잃어가는 남자가 만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야기였다. 언어의 늪에 허우적거리며 저런 글도 쓸 수 있구나 경외하다 서울 행적 따라 적으니 산란한 파문이 피었다.
이런 글을 왜 쓰지?
정신없이 입사지원서 갈기고, 해낸 일정 체크하고, 몇 시에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 기록하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십 년, 이십 년 뒤에도 이 짓을 계속할까?
갤러리를 정리했다. 19 년도와 20 년도 사진 위주로 지우고 또 지우니 사뭇 생경했다. 납득 어려운 출사가 수두룩했다. 초 단위 셔터 누를 때보다 남길 컷 고르는 순간에 당시 기억이 끈적하게 묻었다. 특정 포착 마음에 들어 — 나뭇가지 살랑이는 그림자 등 — 찍은 영상이나 재잘거리며 떠들던 장면에 하등 감흥 없었고, 되려 잘 찍은 사진 한 장이 당시 냄새까지 떠올릴 촉매가 되었다. 스냅숏처럼 기억하는 편인가, 생각카지노 게임 사이트 자잘한 동영상마저 지우자 휴지통에 천 몇백 개 파일이 들어갔다. 그때 번연히.
잊기 위해 저장하고 기억하려 지우는구나.
분수령을 시인했다. 우연히 아이클라우드 사진이 전부 날아가고, 화재로 지금껏 쌓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전소한대도 무감하리라. 아쉽지 않겠구나. 지난 일들을 지나간 채로 둘 수 있겠구나. 사라져도 괜찮겠구나. 귀결에 선득했다. 불이 났을 때 가장 먼저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지키겠다 다짐한 나였기에 더욱이.
감돌던 고민이 <애프터 양 감상 이후 튀어나왔다. Q15는 기존에 벼르던 질문이 아니었다.
기억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을까?
망각마저 유의미하다면, 기록은 무슨 의미일까?
휴지를 살아가니 치열했던 과거가 아스라한 꿈같다. 그 위에 허무의 파도가 덮쳤다. 수행을 기록하며 만족했고, 쓰면서 남긴다고 여겼다. 그런데, 사실, 전부 무위에 불과했다면? 완벽주의자의 편집증적 집착이었다면? 속수무책으로 흘러가는 예사, 손가락 사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알 빠지듯 쉼 없이 망각하는 범상을 어떻게 움켜쥐지?
내가 과거의 퇴적으로 이루어진 사람이라면, 미래를 보지 못해 암담해도 발밑은 든든했다. 그러나 만일 맹목이 눈먼 공회전에 불과했다면. 훗날 매년 써 온 다이어리를 책꽂이 한편 연대순 나열하겠다는 꿈은 어디로 날아가나. 무엇을 쓰고 쓰지 말아야 할지 구분조차 어려운 혼란이 도래했다. 종이 더미 아래 깔려 숨 옥죌 늙은 나와, 들출 가치마저 전무한 글을 매주 써대는 젊은 나. 고루한 관성으로 여생을 수음할 텐가.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비할 바는 못 되겠지만, 철옹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성일 뿐임을 깨달은 순간은 선연한 허무였기에. 나는 가뭇없이 허무했다.
쓰기를 멈췄다. 짓기를 관뒀다. 달리던 말에서 내려 바라본 세계, 시간, 기억인 2023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여전히 사랑스러웠고 옹골찼지만 더는 쓸 말이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이 없었기에 쓸 수 없었다. 끈덕지게 회전하던 톱니가 거짓말처럼 멈추는 순간이 내게도 올 수 있구나. 일편 서글픈 심상은,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우주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득한 탓이었다.
<패왕별희를 관람하려 희 집에 머물렀다. <이니셰린의 밴시를 덤으로 보았다. 감상카지노 게임 사이트 건조하다 자취방 귀환하자 먹먹한 가슴이 슴벅거려 그에게 근래 고민을 토로했다. 망각과 존재에 관하여. 그날 새벽 여섯 살 어린 남동생이 누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일러준 말은 평생 간명하리라.
신은 영생의 대가로 모든 일을 기억하고
인간은 망각을 대가로 유한을 살아간다.
누군가 나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이만한 달관을 전할 수 있을까? 그가 이따금 데미안과 겹쳐 보임은 어둠 속 유별나게 빛나는 눈동자가 놀라울 정도로 영특하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유한을 살아가는 인간이므로 망각이 당연하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움켜쥐려 애쓰지 말자, 다짐하니 테드 창 단편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이 떠올랐다. 과신할 견지 없이 철저히 오해하며 나아갈 결심. 광막한 백사장에 여러 겹이 층층이 쌓이고 사라졌다. 과거라 기억할 기록의 결락, 그리고 낙착.
샛노란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덮었다. 그만 써도 괜찮겠다 보내주면서. 그럼에도 온라인에 온전히 메모하기 불안해, 마무리짓지 못한 옛 노트들 빈 페이지 엮고 펀치로 구멍 뚫어 육공 카지노 게임 사이트 삼고자 재구성했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 정작 직접 만든 속지 본 도희는 그저 튜닝의 끝판까지 간 것 같댔다 — 십 년 전 단속적 습관에 재귀했다. 누군가 일기를 어떤 식으로 쓰냐 물으면, 꼭 쓰고 싶은 날에 양껏 쏟는다 대답하겠다.
아직 얼떨떨하다, 만년형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쓰지 않는 나도 있다니. 멀리 둘러 귀로 찾은 감상인데 십 년 전 나와 지금 나는 세포마저 다른 사람인 것처럼 고민한 귀결에 종착하면 족하다 여긴다. 비어서 오히려 충일하다는 모친 말을 오롯이 이해한다. 호젓함에 적격한 인용인지 모르겠으나,
전부라고 믿었던 것을 잃고도 살아갈 수 있다.*
230415 혜
231223
1. 지혜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자
2. 상호협력과 보완
3. 늙는다고 해서 가치 없는 삶은 아니다
*한강, <노랑무늬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