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차:3.16. 일요일, 눈, 진눈깨비, 비, 햇빛. 기온 0~4도
Salamanca ~ Calzada de Valdunciel 16km, 누적 거리 524.3km
어제저녁은 피자 셰프 출신인 이탈리아노 지오반니가 예약해 둔 정통 밀라노 피자 집에서 지오반니와 로리아노, 루이스, 그리고 독일인 한스 피터 다섯 명이 만나서 피자 한 판씩 해 치웠다. 내게는 좀 버거운 양이긴 했다. 우리 한국에서는 보통 피자 한 판을 두세 사람이 나누어 먹는다고 하니 1인 1 피자를 원칙으로 하는 이 친구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식사를 마치고 알베르게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이번 카지노 게임 추천길 여정 가운데 살라망카의 도네이티보 알베르게에서 가장 편안한 잠을 잤다. 중간에 깨는 일 한 번도 없이 옆 침대에서 잠을 잔 로리아노가 내 발을 흔들어서야 깨어날 수 있었다. 6:45분에 일어나자고 약속했는데 알람 소리도 듣지 못하고 잠을 잔 것이다.
개운한 몸으로 알베르게에서 차려 준 바게트 몇 조각에 잼을 발라 먹고, 커피에 생 우유를 타서 마신 뒤 내가 먹고 마시는 데 사용한접시와 컵을 설거지하고 싱크대를 깨끗이 정리하니 그것을 보고 있던 남자 오스피탈레오가 엄지 척을 한다.
육중한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섰다. 비가 추적거려 바로 우의를 걸쳤다. 시내 길가에 설치된 온도계가 0도로 나타낸다. 몸이 웅숭크려진다. 중심 시가지를 벗어나니 빗방울은 이내 진눈깨비로, 진눈깨비는 함박눈으로 변하고 말았다. 얼마 가지 않아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눈이 쏟아진다. 젖은 손이 점점 시려진다. 이럴 땐 스틱이 귀찮은 물건이다. 접어서 배낭에 넣기도 그렇고, 옆구리에 끼고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자니 그 또한 자꾸 흘러내려 불편하기 짝이 없다.
카지노 게임 추천들이 어떤 뜻을 품고 먼 길에 나서는가. 효율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현대사회에서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들이 카지노 게임 추천들이 아닐까 싶다. 자동차로 이삼십 분이면 도달할 거리를 온종일 걸어서 지친 몸을 이끌고 하루 10유로 내외하는 알베르게라는 카지노 게임 추천 전용 숙소를 찾아드는 저들은 과연 무슨 뜻을 품었는가. 어떤 사연을 갖고 길에 나서는가. 나도 그렇고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봐도 고상한 뜻을 품고 있거나 종교적인 깊은 영성을 가진 이들도 아닌 것 같다. 너무 겉모습만 봐서 그런가. 아무튼 카지노 게임 추천들 대부분이 잘 떠들고 잘 웃는다. 길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인데도 서로 흉허물 없이 끌어안고 살을 비비고, 그리고 금세 헤어진다. 어찌 보면 바보스럽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멈춰 서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카지노 게임 추천들, 우직하고 바보스럽게 앞으로 앞으로 걸어가는 저들은 별종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추워도, 비가 쏟아져도 짐을 꾸려 길을 나서는 카지노 게임 추천들!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또는 아랑곳하지 않아야 하는 순례길, 어쩌면 스스로 선택한 카지노 게임 추천의 숙명이리라. 비나 눈을 맞으며 길을 나서는 카지노 게임 추천들의 모습에서 나는 우직스러움을 본다. 저들의 우직스러운 모습에서 나는 영혼의 아름다움을 본다. 나아가 우직함에서 우러카지노 게임 추천 숭고함을 본다. 그 품은 뜻이 높고 고상할 때 우리는 숭고하다는 말을 쓴다. 엄밀히 말하면 우직함은 온전히 인간이 갖는 특성이며, 숭고함은 신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갓 인간에 지나지 않는 카지노 게임 추천는 그래도 신의 영역에 가까이 다가서려고 노력하는 인간이다.우직하다는 것은 어리석다거나 고지식하다는 부정의 뜻도 있고, 꾀를 부리지 않거나 요령을 피지 않는다는 긍정의 뜻도 있다. 부정과 긍정의 뜻이 모두 내포된 우직함 또는 우직스러움을 온몸으로 걸머지고 쉼 없이 길을 나서는 카지노 게임 추천들, 그들 모습에서 우러나는 숭고함을 눈으로 보듯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오늘은 주일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 길을 걸으며 혼자 주기도송과 찬송가 몇 곡을 유튜브 영상으로 흘러나오는 소리를 따라 흥얼대고 목사님이 녹음해서 보내 주신 마태복음 19장 말씀을 설교 삼아 예배를 대치했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만 3주, 세 번째 맞이한 주일날 나는 평소 주일 예배를 드리는 것이 얼마나 큰 은혜요 복인가를 새삼 깨달았다.스페인은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종교 우위의 국가이다. 특히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그 중심에는 교회가 세워져 있고, 때마다 시마다 뎅그렁뎅그렁 종을 울린다. 한국에서는 거의 사라진 교회 종소리가 여기서는 가는 곳마다 들려온다. 그러나 카지노 게임 추천로서 때를 맞춰 미사나 예배에 참석하기는 쉽지 않다. 지나는 길에 성당 문을 두드려도 굳게 잠겨 있어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서기 일쑤이다. 혹여 미사에 참석해 본들 말도 통하지 않고, 그 형식에도 미숙하여 구경꾼에 지나지 않는다. 은혜를 받는 건 역시 미사 분위기와 어쩌다 들을 수 있는 천상의 소리 닮은파이프 오르간 연주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주일날이면 정연한 카지노 게임 추천으로 옷을 갈아입고 가족들과 함께 교회에 나가서 찬양하며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은혜요 감사한 일인가. 때로는 몸과 카지노 게임 추천이 힘들어서 교회에 나가기보다는 집에서 영상 예배나 드리지 하기도 한다.또 어느 때는 목사님 설교도 귀에 들리지 않고, 들리긴 해도 카지노 게임 추천에 들어오지 않아 오늘 예배에서는 은혜를 느끼지 못했어 하는 불평도 한 적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렇게 이국 땅에 와서떠도는 생활을 하면서 새삼 귀하게 느껴지는 주일 예배, 카미노를 마치고 돌아가면 더욱 소중하게 드려야겠다 카지노 게임 추천을 먹어 보지만 얼마나 갈까 모를 일이다.
혼자 간이로 예배를 드리며 과연 내 영혼의 봄날은 있을까, 지금 내가 누리는 카지노 게임 추천의 평안과 기쁨, 그리고 평화는 어디서 올까 하는 생각들이 떠오른다.어제 살라망카로 오면서 유달리 카지노 게임 추천의 평안과 기쁨, 평강을 느낀 적이 있었다. 오늘 또한 변덕 심한 날씨 속에서도 로리아노와 '괜찮아', '바 띠또 베네'를 연호하면서 카지노 게임 추천의 평안을 맛보았다. 그러는 새 함박눈이 진눈깨비로 변하고, 비로 바뀌고 어느새 보슬비마저 그치고 구름 사이로 연한 햇빛이 우리 몸을 비추기 시작한다.로리아노가 '오 솔레미오'를 부른다.
마침 유튜브에서 흘러나오는 "내 영혼에 햇빛 비치니" 하는 찬송가 소리가 얼마나 반가운지...
또 이어지는 찬송가 "평화 평화 하나님 주신 평화 하나님 선물일세"
이처럼 적절한 타이밍에 들려오는 찬송가 소리,
'아, 카지노 게임 추천 지금 이 순간 영혼의 봄날을 맞이하고 있는 거로구나. 지금 이 순간 내가 누리는 마음의 평안과 기쁨은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이구나.'
12시경 Calzada de Valdunciel 마을 공립 알베르게에 여장을 풀었다. 8유로, 관리인이 모든 걸 수기로 한다.로리아노와 같이 마을 성당 Santa Elena에 가서 잠시 기도를 드리고 알베르게에 와서 미리 싸두었던 보카디요를 데워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했다.
오후에는 쉬면서 로리아노와 대화를 나누었다.
로리아노. 우리는 카미노 첫날 만나서 오늘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함께 해 왔어요. 고마워요. 그리고 하나님께 감사드려요. 산티아고까지 즐겁게 함께 갑시다.
(Ci siamo incontrati il primo giorno di Camino e siamo stati insieme fino ad oggi. Grazie. E grazie a Dio. Ci divertiremo un sacco fino a Santiago.)
Ringrazio dio che mi ha Fatto incontrare una persona speciale in questo Cammino con cui ho condiviso dei momenti speciali. Gracie chang, sei una persona splendida!
(정말 감사합니다. 이 여정에서 특별한 사람을 만나게 해 주고 특별한 순간들을 함께 나누게 해 주었습니다. 그라시 창, 정말 친절하시군요!)
이러한 대화가 오갈 때 지오반니는 옆에 앉아서 추억록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