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차:3.22 토요일, 흐리고 비(진눈깨비), 기온 -1~9도
Santa Marta de Tera ~ Rionegro de Puente28.5km, 누적 거리 694.8km
이번 카지노 가입 쿠폰 일기를 쓰면서 첫 문장이 대부분 날씨에 관한 것이었다. 못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그날그날 카지노 가입 쿠폰 일정에 미치는 요소 가운데 그만큼 날씨가 영향을 많이 끼쳤다는 것을 반증한다.
07:30, 오늘도 잿빛 하늘을 올려다 보고 비가 참아주기를 바라며 출발했다.6km 만에 나온 마을, 5 km를 더 걸어서 들렀던 마을, 이 두 마을은 로리아노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마을만 나오면 바르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실 희망에 부풀어 카페콘레체를 노래 부르고,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바르부터 찾는 그를 허망하게 돌아서게 한 두 마을... 카지노 가입 쿠폰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바르도 없고, 마트도 없는 그곳 마을 사람들은 대체 어디에 가서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구하고,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푸는 걸까. 적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큰 마을이나 도시에 가려면 수십 km를 가야 할 텐데... 골목길에서 만난 한 노인을 붙잡고 물어보니 바르가 하나 있었지만 얼마 전에 폐업을 했다고 한다.
어쩔 도리가 없다. 카지노 가입 쿠폰 루트로 돌아와서 걷는 발걸음이 서서히 무거워진다. 오늘따라 자꾸 눈꺼풀이 내려가고, 하품이 나오는 까닭이 무언가. 며칠 전부터 잠을 푹 자지 못한 탓이려니 하고 일부러 힘을 내 보지만 쉽지 않다. 이럴 땐 데이터를 써서라도 아내 목소리를 들어봐야겠다며 영상전화를 걸었다. 마침 교회 사랑방식구들이 다 모여 있는 중이어서 번갈아가면서 인사를 나누었다. 반가운 얼굴들, 집을 떠난 지 한 달이 지났으니 보고픈 얼굴들이다. 여러 사람의 응원을 받으니 그래도 힘이 솟는다.
길 주변으로는 펄프용으로 조달될 듯한 포플러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새로 이식한 묘목들도 꽤나 있었다.
어린 시절이었다. 내 고향 가평 북한강 한가운데 자리 잡은 섬(지금은 '자라섬')에도 포플러나무들이 한창 자라고 있었지. 종달새 높이 날아오르며 명랑하게 우짖던 소리와 어우러지던 포플러나무 숲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길엔 나뭇잎이 두텁게 쌓여 푹신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 카펫이라도 깔아놓은 듯 부드러운 데다 무엇보다 질퍽하지 않으니 금상첨화로구나.
그렇게 세 시간을 걸어 누에스트라 델 세뇨라 아가반잘 성당(Iglesia Nuestra del SeñoraAgavanzal)앞, 서쪽에서 몰려오던 비가 이내 우리를 덮친다. 카지노 가입 쿠폰들 쉼터인지 비를 가릴 만한 지붕 아래 벤치가 세 개 놓였다. 알베르게에서 만났던 독일 여자 카지노 가입 쿠폰가 카트를 끌고 가다가 쉬면서 음식을 먹고 있다. 가볍게 인사만 하고 로리아노와 간식으로 바나나와 초코바로 힘을 보충한다.
비를 맞으며 다시 길을 나섰는데 얼마 안 가서 다행히도 비가 그친다. Tera 강 발전소를 가로질러 호수를 끼고도는 카지노 가입 쿠폰를 걸었다. 한 시간여 만에Villar de Farfón이라는 아주 작은 산촌 마을이 나왔다.군데군데 폐가가 보였다.
그 한 구석진 곳에 도미네티보로 운영되는 알베르게(Albergue Rehoboth) 간판이 소박하게 걸려있다.침대 수가 불과 4개뿐인 아주 작은 알베르게였다.로리아노와 내가 여기서 묵을 생각을 한 건 아니지만, 커피가 고픈지라 일단 문을 열었다. 마침 벽난로에 불을 지피던 여주인에게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맥심 커피 같은 가루 커피와 우유, 설탕을 내준다. 테이블에서는 남자 카지노 가입 쿠폰 두 사람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포르투갈 사람들이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자기의 카지노 가입 쿠폰 이력을 이야기하더니 배낭에 넣어 가지고 다니던, 그동안 모아둔 카지노 가입 쿠폰 여권(크레덴시알 Credencial)들을 꺼내서 보여준다. 무려 12개였다. 카지노 가입 쿠폰라면 구석구석 안 다닌 데 없을 정도였다. 이름과 나이를 물어보니 53살 Gaspard라고 하였다. '은의 길'에서 만나는 이들마다 대단한 카지노 가입 쿠폰 이력을 보유한 사람들이었지만, 그야말로 과연 길에 미친(?) 수준의 특이한 인물이라 할 만했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했을까, 50대 초반의 아직 젊은 나이에 무슨 일을 하기에 그토록 많은 시간을 내서 다닐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지만 구체적인 질문을 던질 수는 없었다. 막연히나도 그처럼 자유롭게 세상을 떠돌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반면,'이제는 힘들겠지.' 하고 스스로 한계를 그으면서 로리아노와 함께 알베르게를 나왔다.
오후 세 시에 목적지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와이파이는 없고, 심지어 온수까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미지근한 물로 떨면서 샤워를 해야 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 대부분이 비슷한 실정인 점을 고려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그래도 침실에 침대가 여유 있게 비치되어 있고, 온열 라디에이터가 몇 개 있어 추위를 면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Cáceres를 통과하며 만나 이야기를 나뉬던 독일 여인 하이케 Heike를 다시 만났다. 늘 함께 다니던 도미니크 청년은 아스트로가 Astroga를 향해가고 있다고 했다. 저녁 식사를 하며 그 작은 키에 큰 짐을 메고도 잘 걷는 비결이 있냐고 묻자 "한 발 한 발 떼는 게 노하우다." 하며 큰 소리로 웃는다. 그녀 다운 명답이었다.(그녀는 산티아고에 도착해서 자신의 이력을 실토했다. 마지막에 가서야 키 작은 그녀가 그 크고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닐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수수께끼가 풀린 셈이다.)
그렇다. 잘 걷는 비결이란 게 어디 따로 있으랴. 무거운 배낭이 허리를 아프게 해도, 어깨를 짓눌러도 그녀 말처럼 우직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면 산티아고에 이를 것이다. 나 또한 그렇게 벌써 700km 가까이 왔지 않은가. '한 걸음 한 걸음'이 카지노 가입 쿠폰 비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