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카지노 쿠폰 어디 갔어!
지난 일 년 동안 글을 쓰며, 늘 '카지노 쿠폰'님이 제 곁에 오래오래 머물기를 바라왔어요.
에헴~하시는 백발의 카지노 쿠폰님 말고, 카지노 쿠폰이 될만한 반짝이는 아이디어 말이에요.글 쓰시는 분들은 매일이 고민이잖아요. 오늘 하루는 도대체 뭘 쓸까 하고 말에요. 도무지 쓸 말이 없어 쥐어짤 때도 있어요. 어쩌다 좋은 생각이 떠올라막 적다 보면, 어제 했던 얘기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요. 다른 작가님들 글을 보면서, 어떻게 기발하고 창의적일 수 있을까 부러워하기도 하잖아요. 도대체 카지노 쿠폰님은 이제 오시려나, 저제 오시려나 하염없이 기다리게 되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계속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잠시 신내림이 온 것처럼 '이걸 써봐야겠다'라는 게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과 상황이, 모두 좋은 카지노 쿠폰이었어요. 매번 하던 회의지만, '카지노 쿠폰' 레이더가 발동하니 오늘 회의를 어떻게 글로 녹일까 하며 저절로 머리가 굴러갔죠. 마치 이런 식이에요.
"전무님, 저희 팀 이번 분기 매출 도저히 못 채우겠습니다."
언젠가 참석했던 팀장 회의에서, 영업팀장님이 용감하게 발언했어요. 그 팀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무님은 당연히'꾸짖을 갈'자를 외쳤고요. 하지만 팀장님도 지지 않고 따박따박 억울함을 호소했죠. 지난 분기에 초과달성 해서, 이번 분기는 안되는 걸 왜 모르시냐면서요. 다행히 매출 압박이 덜 한 제가 그걸 제삼자의 시선으로 지켜보면서 생각하죠. 회사 일 말고, 카지노 쿠폰 생각을요. '회의에서 상사 기분 거스르지 않으면서, 내 할 말 하는 법', '팀장님, 눈치 좀 봐가면서 말해요', '슬기로운 회의생활' 등등 혼자 제목을 지어봐요.
아무튼 이런 카지노 쿠폰들이 떠오를때마다 메모장에 부지런히 적어 놨어요. 제 기억력을 절대 믿지 않으니까, 어디라도 남겨 놔야 해요. 하지만 책상에 앉아 각 잡고 글을 쓰려고 하면, 막막하더라고요. 카지노 쿠폰이 날아가 버릴까 찰나에 빨리 적느냐, 나중에 읽어보면 개발새발이에요. 단어가 띄엄띄엄, 그때 뭘 쓰려고 했었지? 싶어요. 운 좋게 그 순간이 생각나 살을 붙여써보려고 해도, 살이 너무 많이 불어나 감당이 안 될 때도 많았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카지노 쿠폰님이 찾아오신 그 순간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짧게, 조금씩 써보려고 합니다. 메모장에서 누워 잠자고 있는 카지노 쿠폰들을, 봄의 기운으로 깨워 보려고요. 별 거 아니지만,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만한 주제들로 다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