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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의 Feb 07. 2025

2-10. 이 세 무료 카지노 게임 근면하다면

-동란섭필-당나라의 이습예(李襲譽)

연암은 열하일기에서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기라성같은 천재와 선비, 어수룩한 점방 주인과 늙은 거지 여인까지 수많은 인물이 연암의 안테나에 걸렸습니다. 그중에 ‘이습예’가 있습니다. 들어본 적 없으시지요? 이름없는 당나라의 관리가 어쩌다가 연암 인명사전에 오르는 성가(聲價)를 얻었습니다. 먼저는《대당신어(大唐新語》에 나왔지요. 대당신어는 모두 12권으로, 금나라의 유숙(劉肅)이 엮었습니다. 당나라 무덕(武德)에서 대력(大曆)까지의 권계 곧 권장하고 경계할 일들에 관한 기사를 모았다고 합니다. 이습예는, 성질이 검소하고 독서를 좋아하여 책을 수만 권 베껴 쓰고 자제들에게는 이런 말을 한, 권장할 만한 인물의 사례로 나옵니다.


내가 재물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이토록 가난하나, 수도에는 나라에서 하사한 밭이 열 이랑이 있어 밥은 먹을 수 있고, 하남(河南)에는 뽕나무 1천 주를 심어 뒀으니 옷은 입을 수 있고, 1만 권을 베껴 두었으니 넉넉히 벼슬자리를 구할 만하다. 너희는 함께 이 세 무료 카지노 게임 근면하다면, 무엇인들 남에게 구할 것인가.’


나는 이해가 안 되어 고개가 갸우뚱해졌습니다. 스스로 가난하다 하니 어느 정도나 되나 한번 따져 봤습니다. 조사하면 다 나옵니다! 그런데 무명인답게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도 이습예는 안 나옵니다. 그래서 나는 화살을 돌려 옆을 겨냥했습니다. 먼저 ‘이랑’을 검색했지요. 이랑이란 밭농사를 지을 때 작물을 심는 곳이고, 물을 대는 곳이 고랑입니다. 두둑하게 흙을 쌓아 올려 만드는 이랑의 넓이는 일열재배 방식으로 폭이 90~100㎝라고 무료 카지노 게임. 이습예의 열 이랑은 미터법으로 1000cm, 땅이 정사각형이라면 10m*10m=100㎡ 곧 약 33여 평에 해당무료 카지노 게임. 그것도 천하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수도에 자리잡은 땅덩어리가 아니라 금덩어리네요. 밥? 먹고말고요.


날씨가 온화한 하남 지역에 뽕나무 1000그루 과수원도 있습니다. 뽕나무 과수원은 뽕나무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누에도 쳤을 터이지요. 비단도 짰을 터이지요. 뭐, 의식주(衣食住)의 의(衣)와 식(食)이 너끈히 해결될 만한 살림살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주(住)는 어떨까요? 이습예가 베껴 쓴 책이 대당신어에는 수만 권이요, 본인 말로는 만 권입니다. 책 베끼는 비용 곧 먹과 벼루, 붓과 종이 등은 제쳐 두더라도 그 책을 놔둘 장소가 어디였겠습니까. 개인 저택이 아니라 거의 도서관입니다. 손수 베낀 것만 있었겠습니까. 아들이 베낀 것과 딸이 베낀 것 등등 죄다 합치면 넉넉히 벼슬을 구할 만합니다. 너네가 맘을 안 먹어 그렇지 맘만 먹으면 과거시험 합격이야 따놓은 당상이라는 호언장담입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가난하다고 할 수 있나요? 서울대를 졸업한 서울대 교수를 보고 자기도 서울대 나왔지만 지방대 교수를 한다며, 차별을 당하여 억울하다는 이야기를 해대면 듣는 비서울대 출신의 복장이 터지지요. 읽으며 찝찝하더니 자료 조사를 마치고 나니까 기분이 아주 묘합니다. 7학년 1반 여자인 내가 읽기에는 기분만 묘하고 말아도 별일 아닙니다만 문제는 마흔 후반의 아직 피가 덜 식은 무료 카지노 게임입니다. 그 이습예의 말에다가 무료 카지노 게임은 자신을 빗대어 봅니다. 그 빗대는 심정이 어떠했을까를 그려보니 애처로운 마음이 듭니다만 무료 카지노 게임은 공부하는 선비답게 이습예의 중국식의 뻥에 자신을 살짝 빗대어 자기의 삶을 성찰합니다.


나 역시 성질이 재물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이렇게 가난하게 되었으나, 평생에 베낀 책을 점검해 보니 불과 열 권이 차지 못하고, 무료 카지노 게임 골짜기에 손수 심은 뽕나무가 겨우 열두 포기로, 긴 무료 카지노 게임라는 것이 겨우 어깨에 닿을지 말지 하매, 일찍이 슬픈 한탄을 금할 수 없었던 바, 이번에 요동(遼東)을 지나오면서 밭 가에 둘러선 뽕나무숲을 바라보다가, 끝없이 넓은 것을 보고는 또 망연히 정신만 얼떨떨하여졌다.’


연행 가기 이전 연암은 연암협에 살았습니다. 귀국하여 연암협에 돌아와 한양을 오고 가며 열하일기를 썼습니다. 손수 뽕나무 열두 그루를 심었는데, 긴 무료 카지노 게임라는 것이 어깨에 닿을락말락 합니다. 가난한 집에서는 종도 변변히 부리지를 못하는 형편이라, 무료 카지노 게임치기하고 거름 주고 열매를 수확하고 누에를 쳤는지 어쩐지, 열두 그루만으로도 힘들어 슬픈 한탄이 나옵니다. 그 열두 그루를 놔두고 연행길에 올랐었지요. 그런데 요동의 뽕나무숲을 보니 끝없이 넓은 겁니다. 너끈히 벽해(碧海)가 될 수 있는 상전(桑田)이 거기 있었습니다. 하물며 자신의 12그루와 이습예의 1000그루를 감히 어떻게 비깁니까! 그 이습예가 가난하다고 엄살을 떨어요?


당시에 사십대이던 연암은 평생 책 열 권을 베끼지 못했다고 합니다. 먹과 벼루, 붓과 종이가 넉넉했더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왜 안 베꼈겠습니까. 연암 패밀리 중에도 좋은 책 만 권을 소장한 이가 있었으니, 사탕을 보고 군침을 삼키는 아이처럼, 선비가 그 책들을 보고 왜 안 베끼고 싶었겠습니까. 연암이 뽕나무와 책에만 반응하고 수도의 부동산에 관해서는 무반응인 거 눈치채셨나요? 부동산이 부럽다 안 부럽다를 넘어 임금 옆에 가까이 있다가는 엄청난 말썽에 휩쓸릴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원래 한양에서 태어난 연암이 연암협으로 간 건 피신이었고 문제적 인물이 실각한 다음에야 서울 나들이도 했으니까요.


연암이 소개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연암의 의도가 짐작이 됩니다. 이 거대한 나라 중국을 치겠노라는 북벌 주장이 얼마나 엄청난 허풍이냐고 슬쩍 흘리는 겁니다. 연암이 보기에 이습예는 밥 먹고 옷 입고 공부하면 벼슬을 얻을 여건도 갖춘, 선비라면 딱 이 만큼만 살면 좋았겠습니다. 찢어지는 가난 속에서도 글을 쓰거나 읽으며 글에만 몰입했던 우리의 허생은 중국까지 가도 꼭 사고 싶던 동의보감을 보고 돌아서던 연암 박지원이 딱입니다. 이 세 가지-밭을 잘 건사하여 밥을 먹고 뽕을 잘 건사하여 옷을 입고 공부를 잘하여벼슬을 하면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하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존감 높은 가르침과 함께, 자라나는 애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며 교육해 줘야 하는지를 거듭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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