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감옥에서 한달하고 일주일 정도를 살았다. 부모님의 헌신적인 노력과 막대한 돈을 투자한 결과 A의 재판 날짜가 이주일 정도 앞당겨졌다. 그 재판에서 A는 5주 징역 판결을 받았다. A는 사실 무죄를 주장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모국의 의사한테 정신감정을 받아야 하고 그 금액이 지금까지 들어간 변호사비를 넘는다는 얘기를 듣고 그렇게 할 수 없었다.
5주 징역이면 이미 교도소에서 한달 하고 일주일 넘게 살았으므로 재판 당일 빠져나올 수 있었다. A는 재판소에서 빠져나오자마자 택시를 잡아타고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문제는 A에게 현금이 없었는데 택시는 현금만을 받는다는 점이었다. 택시기사는 A가 비자 카드가 되냐고 묻자 온리 캐시라며 결국에는 폴리스를 불러댔다. 출소한 당일에 또 경찰에 잡혀갈 수 없었던 A는 손이 발이 되도록 택시기사에게 빌었다. 다행히 택시기사는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ATM이 공항에 있다는 걸 알았다. A와 택시기사는 길게 늘어선 줄에 소리를 연발하며 돈을 뽑아서 택시기사에게 전달했다.
택시기사는 잔돈도 주지 않고 화를 낸채 가버렸다. A는 멀어져가는 택시기사에게 소리 소리라고 목놓아 외칠 뿐이었다. 핸드폰도 없던 A는 대한항공에 가서 비행기표를 오프라인에서 살 수 있냐고 물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직원이 컴퓨터로 대신 항공권을 사주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10시간 후에 떠나는 비행기표를 얻었다. 빨리 출발하는 비행기표는 배 정도 비쌌다.
A는 지친 몸이 되어 한국에 도착해서 자신의 오피스텔로 갔다. 오피스텔에 불이 켜져 있어서 문을 열어보니 어머니가 안에 있었다. 어머니는 A를 끌어안고 울기 시작카지노 게임 사이트. A는 이 뻔한 신파극에 끼어들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어머니를 안고 잠시 있었다. 그리고 잠에 들었다.
잠에서 깬 A는 이 모든 일이 자신의 머리 때문에 일어났다는 걸 깨닫고 먼저 정신과를 찾아갔다. 약도 떨어졌고 새로운 증상이 나타났으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나이 든 의사는 약을 바꾸지 않았고 A의 기나긴 체험기에 대해 별 말을 하지 않았다. A는 갑자기 정신과를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화를 내지 않았다. 새롭게 정신과를 가면 지난 10년 간의 이야기를 다시 반복해야 하고 그건 A에게 너무 힘든 일이었다.
교도소에서 A에게 준 슬리퍼와 복지단체에서 준 패딩을 입고 A는 핸드폰을 개통하러 갔다. A는 자신이 수염이 덮수룩한 상태여서 불리한 상황인 줄은 알았지만 일단 이 세상과의 연결점을 다시 찾아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 100만원이 넘는 돈이 들었다. 갤럭시 S25가 곧 나올 상황이었지만 S24를 금방 사서 바로 개통해야 하는 A에게는 어쩔 수 없는 지출이었다.
A는 자신이 다니고 있던 회사에 전화를 했고 회사에서는 복직을 받아줬다. 하지만 사실대로 모든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법이다. A는 대충 둘러대고 다음달부터 회사에 다니기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동안 부모님 집에서 지내며 A는 쉴 수 있었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향기 속에서 다시 살아난 것이다.
A는 감옥 생활을 통해 두가지 교훈을 얻었다. 마약중독자와는 어울리지 말자. 다시는 모국에 가지 말자. 물론 A가 마약중독자와 감옥에서 친하게 지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여자의 목소리를 듣는 등(환청),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었다. 이빨은 특히 정신병 약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A가 먹는 약이 어떤 모양인지, 색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했다. A는 이빨에게 정신과의사는 정신병 약에 대해 전문가이므로 굳이 환자가 약에 대해 세부사항을 알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빨은 병원-교도소에서 정신병 약을 처방받았는데 약간 어지럽다고 했다. 그래서 이빨에게 괜찮냐고 물었더니 그는 이 상태를 인조이하고 있단다. 뭘 인조이한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약을 인조이한다는 걸 보니 이빨이 어째서 앞니 두개가 빠졌는지 알 것 같았다. 이빨의 말로는 아이스를 하고 이빨을 제대로 안 닦으면 이빨이 빠진다고 했다. 디마가 슈퍼맨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소액을 강도질하다 감옥에 잡혀왔는데 그도 이빨이 거의 없었다. 이빨의 말로는 늙어서 그런 게 아니라 아이스 중독자의 전형적인 특징이라 했다.
모국에서는 아이스 구하기가 너무 쉽고 아이스 중독자가 되면 섹스에 중독되는 경우도 흔하다고 했다. A는 이미 아웃사이드 하스피털에서 나히 세벰비에게서 마약 가격에 대한 강의를 들었기 때문에 이빨의 말이 이해됐다. 나히 세벰비는 감옥에서 자기 이름을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디마에게 물었더니 자신은 말레이시아인을 모른다는 답변을 했을 뿐이다. 결국 나히 세벰비도 그저 그런 마약 운반책에 불과했다.
그가 병원에 온 것은 교도소에서 초콜릿을 너무 많이 먹은 나머지 당뇨에 걸려서였다. 같은 병실에 입원한 중국인 환자도 당뇨였다. 세벰비는 교도소에서 사람들이 나눠주는 초콜릿을 그대로 받아먹었다가는 건강에 치명적이니 조심하라고 했다. 도대체 초콜릿을 얼마나 먹었길래 당뇨에 걸릴 정도가 되었는지 궁금했지만 나히 세벰비 같은 친구가 많은 마약 운반책은 친구들이 자주 찾아오고 그들에게서 초콜릿을 사먹을 돈을 받는다고 했다. A는 친구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나히가 부럽다고 했다. 나히는 순간 눈이 번뜩이더니 누군가 자신이 감옥에 간 걸 눈치챈 모양이라고 답했다.
A는 별로 웃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지만 그때 세벰비의 눈길이 너무 섬뜩해서 허허하고 웃어보였다. 나히는 A보다 두살이 적었는데 얼굴만 봐서는 A보다 연상인 것 같았다. A가 그게 너무 이상하다고 말하자 나히는 자신의 배를 보여주며 사고로 우산이 배에 꽂혀서 내장을 헤집어 놨다고 답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 바람에 수술을 여러번 했고 몸이 안좋아지는 바람에 겉늙어 보인다는 얘기였다. 머리도 그때 빠졌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나히의 배를 가로지르고 있는 수술 흉터는 정말 컸고 A는 나히에게 럭키하다고 말해주었다.
A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생각해봤다. 일은 고된데 월급은 별볼일 없고 사무실에는 짜증나는 인간들 뿐이었다. 나히 세벰비는 매일 샤워하는 문제에 대해 까다로운 것에 비해 상당히 낙관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A는 감옥에서 나가면 마약 운반을 업으로 하는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려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아이스라는 것이 한국말로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내고 그걸 한번 해보는 것이다. 이태원에 가면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의 모든 마약을 다 구할 수 있다. 이제 A는 마약중독자의 연락처도 알고 있으니 위챗으로 마약을 구하는 건 쉬운 일이다.
A는 언론계에 있었지만 말이 언론이지 사실상 돈을 뜯어내는 양아치 무리에 가까웠고 매일 하는 일은 다른 기자들의 (진짜) 기자들의 기사를 베끼는 일이었다. A는 취재라는 걸 해본 적도 없고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다. 그가 들어간 엉터리 언론들에서는 취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어떤 언론에서는 A가 선배 기자들에게 물어보지 않아서 문제라는 식으로 말했지만, 뭘 물어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도대체 어떻게 질문을 한단 말인가. 어떤 회사든지 새로 입사한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교육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 과정 없이 무작정 기사를 써내라고 하니 도무지 제대로 된 기사를 쓸 수 있을 리가 없다.
A는 남는 시간에 소설을 쓰며 지냈다. 사실을 사실대로 쓴다. A는 소설이 마치 기사와도 같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기사는 소설만큼이나 거짓으로 가득하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