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연재 소설 달팽이 <탈출3편에 라이킷과 댓글 올려주신 작가님들께 죄송한 말씀 올립니다.
제가 실수로 브런치북 연재에 글을 올리지 않고, 그냥 올리는 바람에 다시 연재 브런치북에 올리게 됐습니다.
그래서 글을 두번 올리게 됐습니다. 이 점 널리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저의 글에 관심가져주시고 많은 힘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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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요법 시간이 되면 여전히 카지노 쿠폰 그렸다.
나는 연필로 스케치한 카지노 쿠폰에 물감을 풀어 수채화를 그렸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내 머릿속은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카지노 쿠폰 속의 나는 그 생각들을 털어버리기 위해 그저 앞만 보고 걸어갔다.
초록빛 숲을 향해 걷고 있는 나와, 나와 비슷한 크기의 달팽이 모습을 그렸다. 달팽이와 내가 숲 속을 걸어가며 서로 따뜻한 시선으로 마주 보며 위로하는 장면을 카지노 쿠폰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카지노 쿠폰을 그리다 보면 마치 내가 숲 속을 걷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사람이 나를 하찮게 여길지 몰라도 카지노 쿠폰 속에서만큼은 내 존재감이 살아 움직였다. 나무이파리들은 금방이라도 초록 물을 뚝뚝 흘릴 것처럼 생명력이 넘쳤고 나무 사이로 햇살이 세차게 빛을 뿜었다.
초록 숲과 달팽이를 그리면서, 마음속에 맺힌 응어리들이 조금씩 사르르 풀어지고 있었다.
나는 완성된 카지노 쿠폰에 ‘달팽이와 나’라는 제목을 붙였다.
미술 쌤은 내 카지노 쿠폰 들여다보며 말했다.
"선우 카지노 쿠폰엔 왠지 치유의 힘이 느껴져.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위로가 되는 지점이 있거든."
카지노 쿠폰을 그리던 병동 사람들이 우르르 내 자리로 몰려들었다.
"우와!"
세아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병동 사람들은 내 카지노 쿠폰을 바라보며 놀라워했고 부러워하기도 했다.
다음날, 내가 그린 카지노 쿠폰이 병동 복도에 걸렸다.
나는 조금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마음 한편으로는 뿌듯함이 가슴 깊이 차올랐다.
액자 속에는 달팽이와 마주 보고 있는 내 모습이 걸려있었다.
나는 병동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이선우 님, 카지노 쿠폰 멋져요!"
"이선우 님, 카지노 쿠폰 왜 이렇게 잘 그려요?"
병동 내에서 간호사와 보호사들, 주치의도 내 카지노 쿠폰을 보고 칭찬을 했다.
나는 칭찬에 익숙지 않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기쁘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다.
나는 틈만 나면 복도에 걸려있는 내 카지노 쿠폰을 들여다봤다. 카지노 쿠폰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달팽이가 나를 향해 기어 오고 있는 듯했다.
나는 달팽이 카지노 쿠폰을 여러 형태로 그리고 싶었다. 숲길을 걷는 모습이거나, 때론 지쳐서 앉아 있는 모습이거나. 달팽이는 어느 카지노 쿠폰에도 나와 함께 했다.
병실에서도 쉬지 않고 카지노 쿠폰을 그렸다. 멍하니 시간을 보내거나 잠만 잤던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나는 완전히 카지노 쿠폰 속에 몰입해 들어갔다. 카지노 쿠폰을 그리는 동안은, 온전히 충만된 이선우만 있었다.
창밖의 은행나무 잎새들이 노랗게 물들어갔다.
벌써 10월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바람이 불자 은행잎들이 노란 잎새를 파드득거리며 떨어졌다.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도, 나는 쇠창살 밖으로 저 은행나무를 바라보았다. 그때는 초록 잎으로 무성하게 뒤덮인 은행나무를 보면서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노란빛으로 반짝이는 은행나무를 보자 내가 나무를 봐왔던 게 아니라, 마치 오래전부터 은행나무가 나를 보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창밖에서 창안에 갇혀 있는 나에게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보여주며 그렇게.
그날은 미술 쌤이 꽃 카지노 쿠폰 화보를 들고 왔다.
화보 속에는 환하게 핀 노랗고 붉은 꽃 카지노 쿠폰들이 실려 있었다.
미술 쌤은 화보를 보고 그대로 그려도 좋고, 상상해서 어떤 이미지를 넣어도 좋다고 했다. 나는 유화 물감을 풀어 노란 꽃 속에 달팽이를 그려 넣었다. 꽃 속에 들어 있는 달팽이가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익살맞고 귀여운 달팽이였다. 제목을 ‘웃고 있는 달팽이’로 달았다.
"웃고 있는 달팽이를 보면 누구라도 웃을 것 같은데?"
미술 쌤은 그 카지노 쿠폰 보고 웃었다.
그 후로도 나는 여러 달팽이를 그렸다.
그릴 때마다 카지노 쿠폰에 맞는 제목을 달았다. 날이 갈수록 카지노 쿠폰들이 늘어갔다.
"선우야, 네 카지노 쿠폰 사고 싶어 하는 분이 계셔."
어느 날, 미술 쌤이 말했다.
미술 쌤은 심리상담센터에서 미술치료를 하고 있었다.
내 카지노 쿠폰을 본 심리상담사가 자신의 상담실 벽면에 내 카지노 쿠폰을 붙여 놓고, 상담받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치유가 될 것 같다고 했다는 거였다. 내 카지노 쿠폰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약하게나마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나를 달래주고 있던 카지노 쿠폰이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위로를 준다는 건 정말 괜찮은 일인 것 같았다.
주치의는 말했다. 2주 후엔 나도 퇴원할 수 있다고. 이제 이곳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됐는데 퇴원하게 된다는 말이 이상하게 섭섭하게 들렸다. 나로서도 알 수 없는 이 섭섭한 감정은 뭔지. 퇴원이라는 말이 별로 기쁘지 않았다. 나가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밖에 나가는 것보다 병원 생활이 더 안정감을 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문득문득 죽음의 유혹이 나를 따라다니기도 했다. 내가 생각해도 나라는 인간은 참 아이러니했다.
퇴원하는 날, 주치의는 당부했다.
"이선우 님, 하루라도 약을 안 먹으면 다시 재발합니다. 우선 열흘분 나가니까, 약을 먹다가 이상이 생기면 열흘 전이라도 꼭 오셔야 해요. 알았죠?"
주치의는 엄마, 아빠에게도 내가 약을 빠트리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신경 써 달라는 당부를 했다.
퇴원하기 위해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병동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잘 가. 다음에 또 여기 들어오지 말고!"
병동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아저씨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민재는 아침부터 병실 안을 계속 왔다 갔다 서성거렸다.
"이렇게 헤어지게 될 걸, 결국 이렇게 헤어지게 될걸……."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방안을 서성거렸다.
어제 산책 시간에 만난 세아는 나에게 카지노 쿠폰 한 장을 주었다.
"그냥 그려본 거야."
나를 그린 모양인데, 실제 내 모습보다도 순정만화에 나옴 직한 잘생긴 남자였다.
나는 김 보호사를 따라 엄마 아빠와 함께 굳게 닫혀 있는 출입문을 향해 걸어갔다.
민재가 주춤주춤 뒤따라왔다.
철커덕, 육중한 출입문이 열렸다.
"잘 가!"
민재가 손을 흔들었다. 철문이 닫히자 민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우중충한 복도를 지나 바깥으로 나가서 2층 폐쇄병동 창문 쪽을 올려다보았다.
창가에 병동 식구들이 모여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3층 창문 쪽에는 세아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손을 흔들었다. 2층에 있던 병동 식구들과 세아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안녕."
나는 그들과 작별했다. 폐쇄병동에서 만난 사람들은 정에 굶주린 사람들이었다. 한 번도 정을 준 적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는지 섭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