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기분도 이랬다 저랬다
3월만 해도 늦겨울이다 초봄이다 헷갈리는데, 4월은 의심의 여지없이 봄이다. 그런데... 내가 상상했던 스페인의 봄 날씨는 이런 게 아니었다. 2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마드리드의 비 오는 날과 안 오는 날의 비율은 반반이었다. 며칠은 선글라스 없이 외출이 힘들 정도로 해가 쨍쨍하더니, 그다음 며칠은 강한 비바람 때문에 우산을 써도 소용이 없었다.
이 정도로 봄 날씨가 변덕스러운 건 스페인 사람들에게도 생소한 일인지 회사 안에서나 밖에서나 날씨 얘기가 모든 대화의 시작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올해는 대체 왜 이런지 모르겠다며, 스페인에서 맞이하는 첫 봄이 이래서 어쩌냐며 나를 안타까워했다. 날씨 때문에 눈에 보이는 피해를 입은 건 아니지만,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같은 걸 보고 겪어도 기분이 좋을 땐 다 추억이 될 거라 생각하며 받아들이지만, 반대일 땐 내가 자처해서 생고생을 하고 있구나 싶어 착잡해진다.
런던 여행 후 마드리드 일상으로 돌아오자마자 미뤄두었던 숙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지난 2주간 나는 '이대로 괜찮은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스스로를 괴롭혔다. 고민거리가 끊임없이 생기는 건, 그걸 해결하지도 포기하지도 못하는 건 해외살이의 숙명일까?
마드리드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이렇게 작은 하숙방에서 오래 지내게 될 줄 몰랐다.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집을 알아봤지만 이렇다 할 소득은 없었다. 가계약까지 했던 공유 주택이 있었으나, 조리 공간이 없고 시내에서 멀다는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이사를 포기했다.
보증금을 돌려받기까진 한 달이 걸렸고, 그동안 나는 이틀에 한 번씩 진행 상황을 물어봐야 했다. 입주 한 달 전까진 불이익 없이 계약 취소가 된다 하여 진행했던 건데, 이렇게까지 기다림이 길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한동안 의욕을 잃었다가 다시 집을 알아보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됐다. 하숙집에 새로운 사람들이 꽤 많이 들어왔고, 부엌무료 카지노 게임 삼삼오오 모여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웃고 떠드는 날들이 많아졌다. 아무래도 교환학생이 많이 머무는 곳이니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나의 컨디션은 그와 별개로 신경이 점점 예민해지는 게 느껴졌다.
마침 최근에 건너 건너로 집을 소개받았다. 한적한 동네에 있는 3층짜리 단독 주택의 방 한 칸이 비었다고. 회사무료 카지노 게임 별로 멀지 않아 퇴근길에 방문했다. 두 마리의 강아지가 왕왕 짖으며 내 무릎까지 펄쩍펄쩍 뛰어올랐다. 집은 유럽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무료 카지노 게임 볼 것 같은 가정집이었고, 주인 부부는 매우 친절했다. 마당의 원형 테이블무료 카지노 게임 함께 차를 마시며 나에 대해 소개하고 그들의 일과 생활에 대해 들었다.
집은 괜찮았지만 옮기지 않기로 했다. 세금 때문에 월세는 꼭 현금으로 내야 하고 거주지 등록은 불가능하다는 말에 마음을 접은 것. 안 그래도 스페인에 대해 잘 모르는데 합법의 영역에서 티끌만큼도 벗어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분간은 계속 여기다. 시끄러운 건 내가 귀마개를 사든지, 사무실 출근을 더 자주 하든지 하면 또 얼마간은 버티겠지. 정들겠다 정들겠어.
때는 작년 12월. 회사와 연계된 스페인어 수업이 개강한다는 메일을 받았다. 복지 중 하나로 입사 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고민 없이 신청했다. 올해 1월에 시작한 과정은 이번 주면 끝난다. 그리고 내 스페인어는 아직도 처참한 수준이다.
주 1회, 1시간 반씩 온라인으로 만나는 수업은 여러모로 애매했다. 초보반 수강생은 5명이었는데 작년에 같은 수업을 들었던 사람도 있대서 의아했다. 그때 알았어야 하는데, 실력이 늘지 않을 거라는 걸...
첫 수업에서 선생님은 휴대폰으로 화면 공유를 했다. 아이폰 메모앱이 칠판이었고 필기 내용은 글자가 작아 잘 안 보였다. 배경음으론 강아지가 종종 짖었다. 안 그래도 피곤한 평일 저녁인데 집중력을 끌어올리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었다. 3개월이 지나 수업을 계속 듣겠냐는 메일을 받았고, 솔직한 피드백과 함께 아니라고 회신했다.
바벨(Babbel)이라는 언어공부 앱도 구독하고, 유튜브에서 스페인어 강의 영상도 종종 찾아보는데 의무나 책임이 없어 그런지 꾸준히 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내 돈 내고 굴레에 들어갔다. 회사 근처의 어학원에 가서 평일 저녁 코스를 등록한 것. 회사에서 일부 지원은 해준다는데, 큰 기대는 없다.
아직 두 번밖에 안 갔지만, 학원 수업은 무난하다. 예전에 종로 쪽무료 카지노 게임 잠깐 프랑스어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내 기분은 달랐는데, 그 원인으로는 타지에 있어서만은 아니다. 첫 수업 때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두어 명을 빼고 모두가 20대 초중반이었다. 외국인 만학도가 된 기분 참 묘하네.
아무튼, 좋은 싫든 앞으로 8주는 열심히 출석해야 한다. 월세 아껴 학원 다니는 만학도여 힘내자!
마케터로 8년을 일했고, 나름 재미도 보람도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 마케팅의 영역은 정의하기 나름이라 방향을 잃지 않으려면 스스로 비교 우위를 찾아 나아가야 한다. 나는 그게 '콘텐츠'였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 그걸 여러 채널에 걸쳐 캠페인으로 확장하는 일은 매번 흥미로웠다. 내가 잘 모르고 관심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여도 아이디어를 내고 눈에 보이는 무언가로 만들어내는 건 재밌었다.
국내외 대행사를 다니며 지루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회사 일이 어찌 좋을 수만 있겠는가. 그래도 마케터의 울타리 안무료 카지노 게임는 지속적으로 새로움에 도전했다. 스타트업도 다녀보고, 해외 회사무료 카지노 게임 원격근무도 해보고, 지금은 아예 해외무료 카지노 게임 직장인으로 살고 있으니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시야는 꼼질꼼질 넓혀왔다.
그런데 요즘은 그 울타리 너머가 궁금하다. 오랜 취미인 글쓰기를 본업으로 해보고 싶다. 정규직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하기 전, 잡지사에서 인턴 기자로 일했다. 그 이후 다른 데엔 변덕을 부려도 글쓰기만은 꾸준히 놓지 않았다. 브런치에 일상적인 글을 올리는 것 외에도 여러 미디어에서 객원 에디터로 일했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본업으로 이어지지 않은 걸 보면 나는 글쓰기에 아주 재능 있지는 않은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근데 요즘은 성공 못하는 것보다 도전하지 않고 나중에 후회하는 게 더 무섭다. 나한테 글 쓰라는 사람도 없고 그런 사람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기장이 아닌 곳에 다짐해 본다. 취미를 일의 영역으로 끌어올 수 있게 노력해 보겠다고.
그러니 글 쓸 사람이 필요하다면 아주 편하게 연락 주세요. 취재하는 것도 좋아하고 주절주절 일상 얘기 쓰는 것도 좋아한답니다.
이런저런 고민으로 뒤숭숭하게 봄을 맞이했으나, 그래도 마드리드 생활은 전반적으로 즐겁다. 별 거 아닌 일상도 해외에 있어서인지 흥미롭고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냥 흘려보내기에 아쉬운 순간들을 공유해 봅니다. 돌아보니 다 해가 쨍쨍했던 날들인데, 나는 정말 날씨에 영향 많이 받는 인간이구나!
한국 지사에서 직원 한 분이 마드리드로 출장 오셨다. 덕분에 한국인들끼리 저녁 회식했다.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하몽과 삼겹살 튀김이 참 맛있었다.
자라(Zara)무료 카지노 게임 도시 컬렉션 중 하나로 서울의 이름을 단 향수가 나왔길래 사봤다. 시트러스 계열의 상큼한 향인데 마냥 가볍지만은 않아서 마음에 든다.
어학원 첫날, 기념 삼아 라운지무료 카지노 게임 사진 찍었다. 카페처럼 꾸며놓은 라운지가 인상적이다.
재택근무하는 날은 근처 카페무료 카지노 게임 커피를 사 온다. 3유로대의 모닝커피는 곱절 이상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스페인에 와서 알게 된 블로그 친구가 있다. 처음 만났을 땐 커피만 마셨고, 며칠 전에 두 번째로 만났을 땐 공원에서 같이 빵을 먹었다. 유명한 빵집이라더니 결이 살아 있는 패스츄리라 진짜 맛있었다.
날씨 좋을 때마다 점심시간에 공원 산책을 했다. 스페인의 맑은 날은 눈이 시릴 정도로 사방이 푸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