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돈 많은 사람들이 참 많다
내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 정착하고 사는 사람들을 흔히expat(엑스팟)이라고 한다. 나 또한 카지노 게임에서 학위를 받고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나름 expat 그룹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카지노 게임는 높은 급여와 낮은 세율 덕분에 유럽 각지에서 돈을 벌기 위해 모여든다. 그래서 규모가 있는 도시에서는 주로 expat 들이 주최하는 네트워킹 모임 같은 것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최근에 인스타그램에서 많은 광고를 하고 있는 Timeleft인데, 모르는 사람 5명과 평일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모임이다. 앱에서는 모임을 주최하는 수수료를 받고, 모임 참가 전 설문조사를 통해 성격이 잘 맞을 것 같은 사람들 위주로 그룹을 만들어 준다. 얼마 전 그 모임에 처음으로 나가게 되었다.
모임을 나가게 된 이유는 명확했다. 나 말고 다른 expat 들의 삶에 대해 들어보고 싶었다. 지금 회사는 스타트업이라 직원 수가 적어 네트워킹하기에는 부족했다. 로잔에 이사 온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고, 불어 실력도 부족한 터라 현지인 친구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Timeleft 모임에서는 사용하는 언어를 고를 수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편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직장을 다니고 나서부터 절실히 든 생각인데, 친구를 사귀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느낀다. 이미너무도 다른 경험들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마주하며 그들과 깊은 관계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옛 친구들은 모두 한국에 있으니, 내가 이곳에서 적극적으로 친구를 찾아 나서지 않으면인간관계를 넓히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곳에 장기적으로 살기로 결심했으니, 어떻게든 아는 사람을 만드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 모임에 나가기로 했다.
Timeleft 는 매주 수요일 저녁식사를 주최한다. 그날 당일 아침에 어느 레스토랑을 가야 하는지 알려준다. 레스토랑 이름을 구글 지도에 검색해보니 달러가 세 개 짜리인 이탈리안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메뉴를 훑어보니 제일 싼 메인 메뉴 가격이 32프랑(한화 약 51,000원) 이었다. 물가 비싼 카지노 게임에서 왜 하필 이 레스토랑이 선정되었을까, 오늘 지출이 꽤나 되겠구나 생각하며 출근길을 나섰다.
퇴근 후 레스토랑으로 향하면서 나 자신에게 주문을 외웠다. '나는 잘났다, 나는 멋진 사람이다. 자신감을 가지자.' 일부러 이렇게 한이유는 내가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낯을 가릴 때가 많고, 특히 백인들만 모인 장소에서는 의도치 않게 주눅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인이 소수인 이곳에서 어떤 모임을 나가게 되면 나는 항상 한국인의 대표가 된다. 그들은 대개 한국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다. 나는 그들에게 '한국보다 카지노 게임가 훨씬 선진국이어서 이곳에 왔어' 같은 인식을 주고 싶지 않았다. 사실이 아니니까. 요즘은 한국에 방문하는 외국인도 많아 한국을 조금씩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인식이 부족할 때가 많다.
레스토랑에 들어섰을 때 나보다 먼저 도착한 체크무늬 셔츠의 남자를 봤다. 우리 테이블 멤버인 듯했다. 그의 이름은 Luca 라고 했다. 카지노 게임에서 나고 자랐지만 부모님은 영국 사람이라고. 그와 스몰토크를 하는 동안 다른 두 명도 이어 도착했다. 한 명은 프랑스인 남자, 한 명은 프랑스/카지노 게임 혼혈인 여자였다. 나머지 두 명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넷이 한 팀이 되어 식사를 시작했다.
대화는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카지노 게임인 남자는 연금보험 관련 일을 한다며 카지노 게임에서 세금을 덜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프랑스인 남자는 식품회사 네슬레(Nestle) 에 다니고 있었으며, 네스프레소 쪽에서 일한다고 했다. 커피 콩을 재배할 때 고도가 높은 지역의 콩은 카페인이 부족하고, 고도가 낮은 지역의 콩은 카페인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재미있는사실을 알려주었다. 프랑스/카지노 게임 혼혈 여자는 제약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카지노 게임 학교에서는 제2외국어를 어떻게 선택하는지와 미국 유학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카지노 게임인 남자와 대화를 좀더 많이 했는데, 그는 여행하는 걸 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한국과 일본도 모두 가 보았다며 한국의 경복궁 사진을 보여줬다. 나중에 돈이 많이 쌓이면 아시아 어딘가로 떠나 오래 살고 싶단다. 카지노 게임에서 연금보험을 들고 있으면 나중에 카지노 게임를 영구적으로 떠날 때 그 연금을 전부 가지고 갈 수 있다. 태국 같은 동남아는 물가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저렴하니, 그가 거기 가면왕처럼 살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여유는 당연 금전적인 것에서 오는 부분이 강했다. '난 물가가 최고로 비싼 나라에서 돈 벌고 있으니 어느 나라에 가도 잘 살 수 있어' 같은 느낌이었다.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혼혈 여자도 여유로운 집안에서 자란 느낌을 받았다. 여자의 부모님은 St.Sulpice 에 거주한다고 했는데, 그곳은 로잔이 위치한 Canton Vaud 에서 가장 부유한 곳 중 하나다. 세율이 매우 적은 곳이기도 하다(카지노 게임는 사는 지역에 따라 세율이 달라짐). 게다가 여자가 미국으로 학사 유학을 다녀왔다는 것 또한 부를 어느 정도 증명해 준다. 메뉴판에서 비싼 스테이크 메뉴를 아무렇지도 않게 고르는 것 역시. 나 또한 카지노 게임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카지노 게임 기준 절대 높은 연봉이 아니기 때문에 제일 싼 라비올리 메뉴를 골랐다. 그녀에겐 그 정도의 물가가 너무나 자연스러운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카지노 게임에 정착했다는 프랑스인 남자는 그나마 조금 평범해 보였는데, 그는 올해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울 계획을 하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에서 강아지를 키우려면 돈이 꽤 많이 든다. 강아지 학교(dog school)을 반드시 보내야 하고, 칸톤에 반드시 신고해야 하며 매년 세금도 낸다. 그렇기 때문에 카지노 게임에서 돌아다니는 강아지들은 웬만하면 관리가 잘 되어 있고 얌전하다. 그는 강아지와 함께할 머지않을 미래를 꿈꾸듯이 이야기했다.
식사를 끝내고 결제를 하는 순간이 왔다. 우리 넷이 합산한 가격은 총 271 프랑이었다. 한화 약 43만 원. 넷이서 평일 저녁에 1인당 10만원 이상 쓴 거다. 주류가 정말 비쌌다. 와인 한 병에 89프랑이었다. 음식 자체는 맛있는 편이었지만 절대 이 돈을 주고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눈물을 머금고 내 몫을 결제했다. 자릿값이 정말 비싼 모임이었다고 생각하며 식당을 나왔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가볍게 작별인사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 그들이 가진 특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카지노 게임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가족이 있고 친구들이 있는 삶. 그들에게 돈 쓰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웬만한 다른 나라에서는 훨씬 여유롭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여행도 자주 다닌다. 지구 어딘가에서는 하루에 10달러도 받지 못하고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 이 사람들이 특별한 것이 아니다. 카지노 게임에서는 상대적으로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꽤 돈을 잘 벌 수 있다.잔인하게도 어디서 태어나고 자랐느냐가 많은 것을 결정하는 것이다.부유한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가지는 특권과 그들에게만 주어지는 선택권.
이런 감정을 느끼고 오는 날에는 멍해질 때가 있다. 한국에 있는 내 오랜 친구 중 한명은 의료계에서 일하는데, 전문직이 아니라 서비스업이다. 월급이 최저임금과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카지노 게임에 놀러 오라고 항상 이야기하지만, 비싼 항공권과 물가 때문에 항상 망설여진다고. 다른 친구들도 대부분과도한 노동에 비해 적은 월급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의 근심하는 얼굴과 이곳 사람들의 여유 넘치는 얼굴이 겹쳐 내 마음을 어지럽게 한다. 그들 중 누구와도 완벽히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애매한 마음으로 마무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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