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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달 Mar 21. 2025

"너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내가 가만있을 것 같아?"

보수 끝판왕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의 의견 충돌

새 집을 구하게 된 것은 분명 큰 짐을 덜게 되는 일이었다. 그가 독일에서 보낸 짐과,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임시로 살던 집에서 옮긴 짐이 합쳐져 집 내부가 점점 채워졌다. 입주한 첫날은 아직 침대 받침대가 없어 덩그러니 놓인매트리스 위에서 잠을 자야 했지만, 드디어 내 집이 생겼다는 생각에 미소가 절로 났다. 필요한 가구를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엄청난 박스가 도착할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가구를 조립했다. 그가 독일에서 가져온 소파와 TV,각종 식기 등을 정리했다. 이렇게 큰 노동력이 필요한이사는 처음이었지만(이전에 살던 집들은 모두 가구가 이미 있는 집이었다), 그와 함께 직접 우리 손길로하나하나 완성해 가는 보금자리이기에 뿌듯하고 즐거웠다.


공교롭게도 이사 2주 후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엄마와 남동생이 방문하기로 예정되어 있어, 얼른 사람이 살 구색을 갖추어야 했다. 정신없는 2주가 지나고 드디어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가족들이 온 날, 공항에서 로잔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엄마가 하시는 말.


"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스위스 올 것 같아. 네 남자친구 때문에 걱정돼서."


이게 무슨 말인가. 분명 나는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지난 크리스마스에 밝혔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로부터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했지만 간간히 사진을 보낼 때마다 특별한 말 없이 넘어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이사하고 나서 우리가 함께 가구를 조립하는 모습을 한번 찍어서 보낸 적이 있는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거기에서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다.


"저 새끼 왜 내 딸 집에서 저러고 있어?"


그렇다. 우리가 살림을 합치기로 했다는 것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모르셨다. 엄마는 열린 사고를 하시는 분이라 진작에 말씀드렸고 응원해 주셨지만, 조선시대에 태어난 것 같은 우리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남자와 함께 산다는 것, 그것도 외국인 남자친구랑 산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처음 남자친구를 공개했을 때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3일동안 답장이 없었다.그래서 우선은 밝히지 않고 나중에 조금 안정되면 이야기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둘이 같이 사는 것 같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이다.


원래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언젠가 스위스에 데려와 구경시켜 주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그를 배척하는 상황에서 데려올 순 없었다. 게다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하루빨리 설명해야겠다고 느꼈다.


우선 엄마와 동생이 여기 있을 때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을 여러 장 보내주기로 했다. 아무래도 가족이 같이 찍은 사진이 있으면 조금 안심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카드게임을 하고, 여행을 가는 사진을 찍어 보내주자 아빠도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누그러진 듯 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여전했다. 엄마와 동생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돌아갈 때 온라인 카지노 게임한테 최대한 그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달라고 부탁했다(당연 사실이었다).


그리고 나도 결심이 섰다. 솔직하게 이야기해야겠다고.최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며 온라인 카지노 게임한테 거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우선 이곳에서 집 구하는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설명드렸다. 적당한 크기의 아파트를 구하려면 혼자 벌어서는 힘드며, 두 명의 월급 증명서가 있어야 훨씬 유리하다는 것도. 그와 이미 장시간 함께 지낸 적이 있고, 서로 문제가 없겠다 판단하여 합의 하에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믿을 만한 사람이고, 난 이미 그의 부모님과 사촌들까지 만난 적도 있다고. 그의 부모님은 나를 너무 좋아하신다고도 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상황을 듣더니 생각보다 불같이 화를 내지는 않으셨다. 다만 한탄에 가까운 말을 자주 하신 것 같다.


"너 네가 이억만리 떨어져 있으니까 내가 어쩌지 못하는 거지, 너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있었어 봐. 내가너 그러는 거가만히 둘 것 같아?"


"아들이었으면 진짜 나 코빼기도 신경 안 써. 근데 딸이니까..."


"너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었으면 나 너랑 대화하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했을 거야."

등등... 대한민국 극보수 60년대생 아빠라면 할 수 있는 말들이다.


그런데 웃긴 건, 갑자기 이런 말씀을 하시다가 맥락을 확 바꾸어 이런 말씀을 하셨다는 것이다.


"그럼 차라리 걔를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한번 데리고 와서 친척들이랑 같이 식사하는 자리 만들어. 거기서 언약식 같은 걸 해. 결혼식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반지나 목걸이 같은 걸 교환하는 자리 말야"


언약식이라니. 살면서 누군가한테 들어 본 적이 있는 단어인가 싶다. 사실 듣고도 무엇을 의미하는 말인지 잘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그저 불안하셨던 것 같다.한번도 남자친구의 존재를 밝히지 않았던 딸인데 갑자기 외국인 남자친구를 사귄다는 것에 모자라서 함께 살기로 했다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인이었으면 대충 어느 집안인지 예측이 가능했겠지만 생판 모르는 나라의 외국인이니 아빠가 추측할 수 있을 리 없다.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으로 예상할 수 없는 사람이니 일단 배척하고 보는 것이다. 그게 안된다면 차라리 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붙잡아 두는 것이다.


아빠의 태도도 이해가 간다. 낯설음에서 오는 적대감과 딸에 대한 염려, 보수적인 마인드가 합쳐져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인 세대에는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함께 사는 건 꿈도 못 꾸는 일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아빠가 밉거나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그저 너무나도 나를 환영해 주시는 그의 부모님과 큰 문화차이를 느꼈을 뿐이다. 유럽은정말 결혼하지 않은 연인이라도 함께 사는 것이 '매우' 흔하다. 실제로 이곳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느낄 것이다. 모든 것이 얼마나'가족' '연인' 위주로 돌아가는지.


스위스를 포함한 유럽에서는 20대 커플이라면 반 이상이 파트너와 함께 살고 있고, 주말만 되면 주로 그들과 시간을 보낸다. 결혼하지 않았어도 서로의 부모님을 알고 지내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기 때문에 서로의 부모님 댁에 함께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자리에도 파트너를 데려가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가 않다. 이런 문화 때문에 처음에 스위스에 왔을 때 적응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나보다 나이가 더 어린데도 몇 년씩 장기연애를 하고 함께 살고 있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파트너가 없으면 제대로 된 사교활동도 힘들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만큼 이곳은 연인이 함께하는 자리가 많다.


물론 이것 때문에 연애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 어느 나라에 살던, 나를 사랑하고 진심으로 믿고 지지해 주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은 큰 행복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타지생활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더더욱 큰 힘이 된다. 나는 그를 만나고 마음이 많이 따뜻해졌다. 그는 사랑을 진정으로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사람에 치이고 데여 믿음이 사라진 나의 마음을 녹여주었다. 그와 함께하고 난 후 삶에 활력이 생겼고, 얼굴이 밝아졌고, 더 많이 웃음짓게 되었다.


그렇기에 말싸움을 정말 싫어하는 나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의 갈등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그를 실제로 본 적이 없다'는 데서 오는 막연한 불안감이 제일 컸다. 비행기를 정말 무서워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어떻게든 스위스로 날아오겠다고 하실 정도니, 말 다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그를 소개하는 것은 능사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가겠다고 했다.



사진 출처: photo by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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