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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련 Apr 23. 2025

무료 카지노 게임 비계 전쟁

물기가 줄줄 떨어진다. 타월로 젖은 머리카락을 감싸 투두둑 두드린다. 오랜만에 이 정도 길러 보았군. 오랜만이 아니지. 결혼 전에 이 보다 좀 더 길었으니까 18년 만이군. 쩝, 뭐 하며 살았냐, 너는 너한테. 그러게.


갑자기 형광등 불 빛에 비친 머리카락의 노란빛이 싫어 붉은색이 나게 염색을 했더니 썩 마음에 든다. 아직 어깨 밖에 안 닿아. 뭐랄 사람 아무도 없어. 어깻죽지 끝나는데 까지 함 길러봐야겠어. 큰 녀석 학교 총회 가려면 담 주에는 파마도 해야겠군.


머리카락을 대충 털어 말리고 어깨부터 발가락까지 주르륵 흘러내리는 물기를 툭탁거리며 닦아낸다. 이 놈의 감기는 벌써 6주째야. 기침하다가 가슴 인대까지 늘어났잖아. 이건 가슴 운동해서 아픈 건지, 기침해서 아픈 건지, 아무튼 가슴이 조여 기침하기도 힘들었는데, 이만큼 나은 것도 다행이지. 그래도 아직 찬 기운은 싫어. 저 여자가 틀어 놓은 선풍기 바람을 피해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아니겠지! 선풍기 바람이 아니라 저 육중한 것을 피하느라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겠지.


숫자가 주는 부담감? 부담감이 아니라 두려움이겠지. 너 저 체중계에 못 올라간 지 몇 달째냐? 못 올라갔다고? 안 올라간 게 아니라? 암튼 아직 거기 올라가 볼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다. 저기 저 여자만큼은 돼야 올라가 볼 거야. 쇄골이 저 정도는 파여야지. 어깻죽지도 닭 날개처럼 도드라지고……

한동안 지금처럼 체중을 모르고 산 적이 있었다. 아마도 십의 자리가 6을 넘어서고부터였을 것이다. 62kg까지 재어 보고 그다음은 기억에 없다. 체중은 이상하게도 반 등수와 비례하며 늘어갔다. 고등학교 2학년 올라가면서 이과를 택무료 카지노 게임. 부모님이 약학대에 가라고 하셨기 때문이었다. 물론 핑계다. 악랄한 책임 회피다. 문과 취향인 걸 알면서도 그리 한 것은 줏대 없는 인간이 착한 척하기 위함이다. 친구들 따라갔고, 이과가 더 멋져 보였다. 어쩌면 문과 가는 애들이 한심해 보이기도 무료 카지노 게임. 1학년 동안 수학 상반에서 그럭저럭 보냈기에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고등학교 나머지 2년 동안, 그 두꺼운 수학 정석을 제본하며 보냈다. 쳅터 별로 얇게 잘라 예쁜 표지를 만들어 붙였다. 그것들은 풀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3학년 올라가면서 제2외국어는 또 소신 있게 영어를 택무료 카지노 게임. 열 개 반 중 세 반이 이과였고, 이과 세 반 중 독어 반 두 반, 영어 반 한 반이었는데, 용의 꼬리가 되리라던 평소 신념대로 전교 딱 한 반에 자발적으로 속한 것이었다. 지방의 이 한 반에서 서울대를 여섯 명이 갔다.

야, 허수연, 청바지 찢어질라 그래. 고개를 돌려 맘 좋게 웃어주자 뒤 따라오던 친구라는 것들도 더욱 키득거리며 웃었다. 너 김정미 허벅지도 만만찮거든. 난 왜 이런 말을 못 받아치지. 마음만 부글거린다. 눈물이 핑 돈다. 사복 2세대. 사복 입고 학교 다니는 것도, 남들이 나를 대하는 저런 태도에도 적응하기가 힘들다. 저 아이들은 왜 나한테 이러지.

집에 돌아와 거울 앞에 선다. 볼따구니가 호빵맨처럼 부풀어 있다. 그 터질듯한 볼 살 위에는 캔디스 화이트 아드레이 양을 골탕 먹이던 이라이자 마냥 주근깨가 알알이 박혀있다. 쌍꺼풀 없는 눈두덩은 살집이 더 두터워졌다. 청춘의 꽃인 여드름까지 만개해 있다. 이건 내가 아니야. 나 허수연이 아니야. 고등학교 오빠들이 버스에서 내리는 나를 쫓아오던 중학교 시절의 내가 아니야. 합창 대회에서 지휘를 하며 트로피를 받던 내가 아니야. 선생님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허수연이 아니라고! 가위를 들어 앞 머리를 자른다. 귀 옆 머리카락도 자른다. 뒷 머리카락도 자른다. 넌 미장원 가서 잘릴 가치도 없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아이들은 서로 말을 안 무료 카지노 게임. 1교시 끝나면 도시락을 먹었다. 점심시간에 공부하기 위해서다. 쉬는 시간에도 담요를 뒤집어쓰고 공부를 무료 카지노 게임. 서로 말을 못 시키게 하려는 거였다. 학교를 제일 일찍 가서 교실 창문을 열었다. 또 가장 늦게 나오면서 교실 문을 잠갔다. 아픈 건 안 남기는 건가? 고등학교 2, 3학년 동안의 점수와 등수에 대한 기억이 없다. 뇌가 말끔히 지워버렸다. 역시 체중도 모른다. 결혼 전 태워버린 수많은 일기장은 나에 대한 혐오만 가득무료 카지노 게임. 뚱뚱하고 공부 못하는 아이, 허수연.

딸내미는 상경도, 재수도 안되었던 아빠의 방침대로, 후기대 생물학과를 갔다. 4년 동안 과수석은 일종의 자존심이었다. 서예반 서클의 한의과 선배를 짝사랑만 했던 것도, 영문과 남자애를 짝사랑만 했던 것도 다 체중 탓이었다. 대학만 가면 살이 빠진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다른 학생들이 등록금으로 만원 짜리 뭉칫돈을 창구에 낼 때, 학생회비로 만원 짜리 한 장 내고 4,000원 거슬러 받았다. 부모님은 내게 살집이 계속 붙어 있어야 과수석을 유지할 거라 믿으시는 것 같았다. 내가 다이어트 시도를 할 때마다 단팥죽으로 유혹을 하셨다.

2학년 겨울방학, 잡지의 주소를 보고 무작정 상경을 무료 카지노 게임. 마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산속의 어느 단식원에서 여자 아이들 셋과 함께 열흘을 굶으며 먹는 것 얘기만 했었다. 서울서 직장 다니는 오빠가 찾아와 끌려 나왔다. 너 왜 이러냐. 오빠가 여기 찾느라 죽는 줄 알았다. 미안. 그러게 나 왜 이럴까.

서도반 서클 선배들이 못 알아볼 정도로 빠졌던 살은 한 달 만에 원상 복귀됐다. 중앙 데파트 뒷골목 떡볶이 포장마차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포식할 수 있는 곳이었다.

4년 동안과 수석을 했으니 대학원을 가야 할 것 같았다. 조교를 하면서 대학원을 안 다니는 것은 학부생들 보기도 좀 그랬다. 1회 졸업생이니 학교에 남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과사무실에 앉아 있으면서도 변비약을 달고 살았다. 아랫배가 싸르르 아프면서 장 속의 것들을 비워 내면 먹은 게 지방으로 축적되지 않겠지. 다이어트 약도 먹는다. 셀룰로스 성분이 위를 채워 포만감을 준다. 그러나 언덕배기의 고등학교를 오르며 굵어진 종아리, 66 사이즈의 옷은 그 크기를 줄일 수 없었다. 그런 20대의 내게 제대로 된 로맨스는 허락되지 않았다.

학부 때는 시험 기간에 며칠 밤을 꼬박 새워 책 한 권을 다 외우면 되었다. 그림과 도표의 수치까지 달달 외워 답지를 작성무료 카지노 게임. 그러나 대학원의 실험은 달랐다. 지도 교수님이 주도하시는 프로젝트를 이해할 수도 없었다. 말랑말랑한 젤 같은 것에 전기영동을 해서 DNA 염기 서열을 표시하기는 무료 카지노 게임. 원심분리도 무료 카지노 게임. 그래서 뭐가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뇌 세포 속의 뉴런끼리 커넥션이 되지 않았다.


일요일 아침마다 부모님께 끌려 호텔 커피숍을 갔다. 서울 시청 앞 플라자 호텔이 단골이었다. 대구까지도 내려갔다. 선 보는 게 지옥 같았다. 누구든 골라야 무료 카지노 게임. 하지만 이상형을 고를 처지가 아니었다. 머리를 타협할 수는 없어 키를 타협무료 카지노 게임. 어차피 나도 몸은 안되니까. 똑똑하고 귀엽게 생겼다. 키는 170cm. 나보다 두 살 많은 남자지만 내가 누나 같다. 실험실 무단결근 두 달 만에 약혼을 하고 한 달 만에 결혼, 꿈에 그리던 상경을 무료 카지노 게임.

아이를 셋 낳고 키우는 동안에도 체중은 고무줄이었다. 55kg에서 62kg 사이를 늘 왔다 갔다 무료 카지노 게임. 그러나 대부분은 58kg 수준에서 맴돌았다. 살을 빼준다는 한약이니, 각 종 다이어트 식품이니 먹으면서 조심할 때만 55kg 앞 뒤로 간신히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이었다. 마흔이 넘어서도 이러고 살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고상한 척, 똑똑한 척하고 다니면서 몸이 그 모양인 건 설득력이 없었다. 동네 왕비병 아줌마들 말로는 회원제 피트니스센터에서 트레이너한테 받는 개인훈련(PT, 퍼서널 트레이닝)이 살 빼는 데는 직빵이라고 무료 카지노 게임. 젊은 기운을 받아 시너지 효과를 낸다나. 동네 상가 건물 지하의 헬스클럽을 찾았다. 회원제 피트니스센터의 1/3 가격이다. PT를 시작무료 카지노 게임. 어느새 3년 전 일이다. 그때의 일이 아득하다.

계단을 내려가며 잠시 현기증을 느낀다. 이 짓도 어느새 6개월째군. 오늘은 검은색 벨로아 트레이닝 상하 세트로 가져왔다. 타월소재는 보는 이에게나 입는 이에게나 산뜻함과 사랑스러움을 주지. 엉덩이 부분에 쓰인 PINK라는 진분홍색 글씨를 살짝 덮게 긴 진분홍색 골지 민소매 셔츠를 속에 받쳐 입는다. 상의가 짧아 허리를 더 가늘게 보이게 무료 카지노 게임. 모자도 진분홍 색으로 써 준다. 라커룸에서 나서며 거울을 다시 한번 본다.


홀로 나가 체중을 잰다. 다행히 50kg을 안 넘었다. 아침에 커피 한잔을 마시고 점심은 아직이다. 그러고 보니 어제저녁도 패스했군. 위 속에 든 거라곤 어제 운동 마치고 두 시간 후 먹은 삶은 계란 흰자 두 개, 한살림 두유 밖에 없군. 운동 두 시간 전 가볍게 탄수화물 섭취 후 두 시간 동안 금식상태 유지하고 헬스클럽으로 오랬는데, 탄수화물은커녕 아예 패스를 했군. 하기야 샌드위치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지. 배곯으며 닭 가슴살 샌드위치 만드는 기분, 이 남자는 알려나. 아침 수업을 들으러 가기 전, 정신없었지만 설레었던 시간을 생각무료 카지노 게임.

재운 닭 가슴살을 냉장고에서 꺼낸다. 항생제 주사를 안 맞히고 친환경 사료를 먹인 하림 자연실록이다. 물론 닭장서 못 움직이고 크다가 절명했겠지. 그 한이 이 육질 속에 배어 있을 거다. 하지만 방사한 닭까지 찾기엔 여러모로 버겁다. 흰포도주를 자작하게 붓고 통후추를 갈았다. 천일염도 뿌렸다. 월계수 잎도 큼직하게 부숴 넣었다. 밤새 재워 놓았으니 육질에 배인 분노도 어느 정도 희석되었으리라 기대무료 카지노 게임. 고기는 ‘직화’지.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튀기려다가 마음을 바꿔 오븐을 예열무료 카지노 게임. 180도에서 15분 정도면 될까. 오븐의 알람을 맞춘다. 그릴자국이 나도록 선이 도드라진 판을 넣고 닭 가슴살을 얹는다. 가스 불을 붙이며 전기 오븐으로 바꾸고 싶다, 잠시 행복한 상상을 무료 카지노 게임.

고기는 됐고, 채소를 준비해야지. 역시 어제저녁 냉장고에 넣어 둔 유리 밀폐용기를 꺼낸다. 뚜껑을 똑딱 여니 양상추가 싱싱하게 살아있다. 베이킹 소다를 녹인 물에 3분 정도 담갔다가 헹궈 물방울이 맺힌 상태로 유리 밀폐용기에 넣어 두었다. 그래야 아삭하다. 물방울을 털어 내고 적당하게 찢어 놓는다. 완숙 토마토도 1cm 굵기로 둥글게 썰어 놓는다.


이마트 자연주의 매장은 참 여러모로 마음에 든단 말이야. 한살림이니 아이쿱 생협은 조합원가입에 출자금, 한 달에 일정 금액 소비까지, 골치 아픈 게 많다. 특히, 무슨 종교단체 같은 맹신 분위기가 싫다. 그냥 이마트 가서 다른 거 사면서 조금의 부담만으로도 살 수 있는 친환경 매장이 자연주의다. 호주산 유기농 제품을 재료로 쓰기도 해서 더욱 저렴하단 말이야. 이 정도 융통성은 있어야지. 괜히 한살림 매장을 생각하며 고개를 흔든다. 뭐 사실, 한살림에서만 먹거리를 살 수 있다면야 좋은 거지. 그 경제적 여유를 질투하는 거면서, 쩝. 이렇게 골라 먹으면 몸에 남기는 체지방층이 양질이 되겠지, 위안무료 카지노 게임.

드레싱도 준비무료 카지노 게임. 머스터드 소스, 토마토소스, 마요네즈를 꺼내고 피클도 굵게 어슷 썰어둔다. 우리 밀 통밀 식빵에 마요네즈를 바르고 양상추를 얹는다. 머스터드 소스를 약간 뿌리고 피클을 식빵 크기에 맞게 올린다. 그 위에 토마토를 얹고 오븐에서 꺼내 식혀 굵게 썰어 놓은 닭 가슴살을 올린다. 피클, 양상추를 드레싱과 함께 역순으로 얹고 식빵을 덮는다. 삼나무 도마 위에 놓고 식빵 용 칼로 사선으로 자른다. 삼각형 모양이 예쁘다.


먹을 때 속이 줄줄 떨어지지 않도록 랩으로 싼다. 한 입 베어 먹을 부분을 남기고 싸면 랩을 밀어내면서 먹을 수 있다. 손에도 안 묻으니 일석이조다. 랩으로 싼 두 조각을 다시 종이 포일로 싼다. 알루미늄 포일보다 고급스럽다. 2개 정도면 4조각이나 되니까 한 끼 식사로 모자람이 없겠지. 샌드위치 크기에 맞는 작은 쇼핑백을 고른다. 반듯하게 넣으며 가슴이 설렌다. 수업 마치고 집에 들렀다가 무료 카지노 게임가방 챙겨서 눈썹 휘날리게 뛰어가야겠군. 잊고 가지 않게 무료 카지노 게임가방 옆에 쇼핑백을 둔다.

러닝 머신에서 속도를 7에 놓고 빠른 걸음으로 워밍업을 5분 하고 있으니 나타나는 이 남자.


“아까 몇 키로셨어요?”

“49kg요.”


차트에 적어 넣고는 같이 스트레칭을 시작무료 카지노 게임.


“유연성 하나는 타고나셨나 봐요.”


또 시작이다. 엄마 닮아서 유연하기는 한 것 같다. 임신했을 때 처음 갔던 임산부요가교실에서도 요가한 지 오래냐고 다들 그랬으니. 그나저나 처음 봤을 때 저런 아널드 슈왈츠 제네거 같은 등빨 근육은 별론데, 소지섭이나 강동원 같은 얄상한 근육이 좋던데… 했건만 어느새 적응이 되었나 187cm 정도 키에는 근육이 저만큼은 있어야 되지 않을까, 트레이너의 떡 벌어진 가슴을 보며 생각무료 카지노 게임. 코엔 형제의 ‘번 애프터 리딩’에서 촐싹대던 트레이너, 브래드 피트를 보면서 이 남자를 생각하고 웃었다.

정신 팔고 있는 사이 어느새 서킷 트레이닝이 시작됐다. 근육운동 3세트, 유산소 운동 5분을 40분 동안 반복무료 카지노 게임. 오늘은 하체 운동이군. 스미스 기계 양쪽에 10kg씩 올리고 바를 어깨에 메고 허벅지를 직각으로 구부렸다 일어선다. 아령 들고 하는 허벅지 운동인 런지보다 두 배는 힘든 것 같다. 허벅지 앞, 뒤 근육이 터질 듯 아프다. 허리도 뻐근하다. 스미스 기계 15회 후 하는 버피 15회는 죽을 지경이다. 양손을 바닥에 대고 다리를 뻗어 점프해서 일어나다 보면 벌 받고 있는 기분이 든다. 제도 교육 시절에도 안 받아 본 벌을 사십 넘어서 받는구나. 뭐 받아도 싸다. 이 나이에도 이러고 살고 있었으니……

땀이 비 오듯 흐른다. 모자는 이래서 좋다니까. 이마에서 굴러 떨어져 속 눈썹을 찌르며 눈알로 스며들어 마구 따갑게 할 땀을 막아주고 내 눈빛을 상대에게 안 보일 수 있다. 역시 머쓱하기 짝이 없는 상대 눈을 안 봐도 된다. 하나, 둘, 셋 구령을 세느라 달싹이는 저 입술만 봐도 된다.


“잠시만요.”


머리카락이 땀이 흐르는 볼에 달라붙는다. 뒤로 돌아 모자를 벗어 손으로 머리카락을 훑어 뒤통수 가운데로 모은다. 오른손에 차고 있던 검은 고무줄을 빼내 휘휘 돌려 감는다. 모자 뒷구멍으로 말총머리가 달랑인다. 진작 묶을 것을 라카 룸에서 바삐 나오느라 못했다. 이 남자는 정말 시간은 칼이라니까. 1 분이라도 늦을 까봐 항상 긴장하게 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스미스 기계 앞에 서서 턱으로 오라 가리킨다.

1985년생 이래서 제가 85학번인데요, 하고서 참 아득했었다. 아, 쪼르르 달려간다. 아직 한 세트 밖에 못했지. 15회씩 두 번이 더 남았구나. 하체 무료 카지노 게임 15회 후 다시 유산소 무료 카지노 게임으로 점프가 기다린다. 낮은 구조물 10개를 늘어놓은 것을 점프해서 15회 왕복하면서 작은 녀석 축구 시간에 하던 것을 봤었는데, 피식 웃는다.


“왜 웃어요?”


엄마뻘인데 늘 반쯤 낮춘 말이군. 그래도 기분 나쁘지 않다. “작은 녀석 축구시간에 똑같은 걸 하길래…”

“아, 순발력에 좋아요.”

‘순발력에 좋은 게 아니라 순발력 향상에 좋은 거겠지.’


내게는 너무나 힘든 것을 이 청년은 가젤이 아프리카 벌판을 달리 듯 참 가볍게도 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10회 차 PT다. 다음 10회를 더 할지 말지 고민이군. 안 하면 다시 체중이 오를까 두렵고, 계속하자니 돈이 걱정이고…

6개월 동안 10kg을 빼서 48kg까지 나갔다. 그런데 그 체중을 가리키는 숫자란 게 왜 그리도 허망한지. 50kg까지 뺀 후부터는 여간해서 빠지지 않는 것이었다. 몸 안 좋다는 핑계를 대고 2주 쉬면서 유태우 박사의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에서 읽은 것을 실천무료 카지노 게임. 5일 동안 물만 먹기. 일상생활이 가능한 게 신기했었다. 더욱 신기했던 것은 남들은 내가 먹는지 안 먹는지를 전혀 신경 쓰지 않을 뿐 아니라 같이 있으면서도 아예 모른다는 것이었다. 친정 부모님 생신이어서 같이 식사를 할 때도, 작은 녀석 생일파티 하느라 체육관 빌려 친구들과 엄마들 초대했을 때도 내가 음식에 손도 안대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 세상은 그런 거다.


그렇게 5일 굶고 일상식으로 돌아오기까지 현미 율무 죽 먹으며 5일, 책에 나온 식단대로 다시 5일 실천해서 꿈에 그리던 43kg까지 뺏었다. 그러면 뭐 하나. 다시 밥 먹기 시작하니 49kg까지 원상 복귀되었다.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내 지방 층은 그 욕구를 늘 충족무료 카지노 게임.


기운 빠져 누워 있으면서 한 일 이라곤 베이킹 책 5권, 떡 만들기 책 3권, 요리 책 5권을 본 것이다. 뇌 속에 각인된 그 화려한 먹을 것들을 위 속에 먹을게 들어가면서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들 선생님들께 갖다 드리고 이웃에게 돌리고 눈과 위가 포식을 했다. 요요는 무섭다. 아니 뇌가 무서운 거지. 이는 씹어 줘야 무료 카지노 게임. 다시는 액체로만 위를 채우지 않을 거다.

“무슨 생각해요?”

“아, 예. 앞 허벅지 무료 카지노 게임 해야죠.”

“아, 예.”


기계로 가며 슬쩍 허리를 잡는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런데, PT는 계속하실 거예요?”

“글쎄요. 아직 결정 못했어요.”


기계에 앉아 신음소리를 내며 오른쪽 다리를 든다. 그러고 보니 결혼하고서 남편 말고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이렇게 남자랑 밀접한 거리를 유지하며 신체를 간간히 접촉한 건 이 남자가 처음인 거였다. GX(그룹 엑서사이즈, 단체 운동) 룸에서 내 뒤에 붙어 서서 운동을 보조해 주는 모양새를 전신거울로 보고 있노라면 눈 둘 바를 몰랐다. 내 머리 위로 어깨와 머리 하나가 솟아 있는 것을 보며 키 차이가 이 정도는 나야 하는 건데, 괜히 나란히 서면 비슷한 남편 키를 생각무료 카지노 게임.

50분 서킷 트레이닝 후 러닝 머신에 오른다. 양손엔 1kg을 아령을 들었다. 5분 걷다 5분 뛰기를 20분 이상 해야 무료 카지노 게임. 체지방 감소에 가장 효과적이다. 우선 속도를 7에 놓고 아령을 직각으로 흔들며 걷기 시작무료 카지노 게임.

“뭘 그리 열심히 해요?”


늘 듣던 말을 처음 보는 사람한테 듣는 기분은 더럽다.


“아, 네…”

“트레이너 하고 뭐 한 거예요?”

‘이 여자는 PT도 모르는군.’

“개인 훈련 한 건데요.”


곧 다시 뛰어야 하는데 말을 시키는 이 여자가 성가시다. 속도를 10에 놓고 뛰기 시작무료 카지노 게임. 숨이 가빠온다. 40분을 채우고 내려온다. 극한 인내의 순간이 지났다. GX룸으로 가 스트레칭을 무료 카지노 게임. 긴장했던 근육과 인대를 늘려준다. 오늘의 운동도 무사히 마쳤군.

“한 시간에 얼마예요?”


어느새 따라온 아까 그 여자가 묻는다. 저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가 묻어있다.


“얼마나 했어요?”

“6개월 됐네요.”

“뭘 뺄 게 있다고 그래요?”

“아, 예…”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일어선다.


‘제발 신경 좀 꺼 주세요. 아줌마. 저도 나름 괴롭거든요.’

이 기분 때문에 참고 무료 카지노 게임하는지도 모르겠다. 고통스러운 무료 카지노 게임이 끝나고 나서 샤워하는 기분은 뭐라 표현하기 어렵다. 김이 확확 나는 두피 위로 물줄기들이 떨어진다.


‘참, 나가면서 샌드위치 주는 거 잊지 말아야지.’


처음 샌드위치를 어색하게 건네주고 집에 돌아와 받은 문자를 생각무료 카지노 게임.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맛있는 샌드위치는 처음 먹어 봅니다. 진짜 진짜 맛있어요.ㅠ.ㅠ ’

“엄마가 미장원을 하셔서 라면만 먹고 컸어요.”

‘라면 먹은 몸이 그렇게 튼실한가?‘

“무료 카지노 게임하면서도 닭 가슴살 통조림만 먹었는걸요. 요리한 닭 가슴살은 처음 먹어봐요. 저는 요리 잘하는 여자랑 결혼할 거예요.”


왠지 측은지심이 발동무료 카지노 게임. 같은 걸 먹은 남편의 반응. 그거 속이 줄줄 떨어지고 손에도 묻어서 불편하더라. 고기는 퍽퍽하고 소스 맛은 강하고. 쩝. 딸기잼 바르고 가운데 달걀 프라이 넣은 거 좋아하는 거 알잖아. 안다. 그 소박한 입맛. 원래 미각에 둔한 사람이 강한 맛을 좋아하는 거다.

그 후부터 이 청년한테만 샌드위치를 갖다 줬다.


“아저씨는 좋으시겠어요.”

“안 그런 것 같던데요. 도시락 싸 줘도 잘 안 가져가요. 점심 약속 생기면 부담스럽다고.”


안 가져가는 약밥이니 머핀이니 닭 가슴살 샐러드니 다 이 청년 행이었다.


“애들도 좋겠어요. 저는 맛있는 거 해 주는 친구 엄마를 얼마나 부러워했는데요.”

“우리 애들 제일 좋아하는 게 편의점 삼각 김밥이랑 컵 라면이에요. 엄마가 이거 저거 해 놓고 다 먹으라고 해서 부담스럽대요.”


뭐든 과한 건 나쁜 거다.

드르륵. 진동이 울린다. 트레이너다. 회원님.


“네. “

“PT 어떡하실지 결정하셨어요?”

“아직, 왜요?”

“10회만 더 하시죠. 사장님한테는 얘기 안 할 테니까 5만 원 깎아서 제 계좌로 부쳐 주실래요?”

“그러죠.”


깎아 준다니 연장 한번 더 하지 뭐. 사장하고 6:4로 나눈다더니 무슨 속셈이지, 잠시 의아해하다가 인터넷 뱅킹을 무료 카지노 게임. 평생 몸매를 위해 당분간 투자하자.

화요일 12시에 맞춰 헬스클럽 문을 열었다. 트레이너가 안 보인다.


“마 선생 어디 갔어요?”

“엥? 모르셨어요?”


사장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마 선생 지난 주말에 그만뒀잖아요. PT도 끝났다면서요?”

“네? 아, 네…”


‘이거 뭐야?’

라커룸에 들어가 핸드폰을 누른다. 결번이다. 지난달 정형외과서 마주친 일이 생각난다. 오른쪽 허벅지 근육이 아파서 갔다가 트레이너를 만났다. 코 뼈를 찍어봤다나. 그즈음 자기가 코를 높이면 어떨 것 같냐고 내게 묻길래,


“요새 남자 연예인들 눈은 놔두고 코만 높이잖아요. 얼굴도 작아 보이고…”


한 적이 있었던 게 생각나,


“정형에 관심 있는 거예요, 성형에 관심 있는 거예요?”


물었었다. 뭐라도 들킨 듯이 웃더니……

코 성형 하려고 그리 급히 돈을 부치라고 했구나, 가슴 한편이 서늘하다.

50을 바라보는 아줌마에게 아무도 모르는 로맨스는 그리 종지부를 찍었다. 55 사이즈로 옷 사이즈를 줄인 것의 대가는 컸다. 경제적으로든 심적으로든. 그리고 3년의 세월이 흘렀다.

다이어트는 다시 하지 않았다. 옷 사이즈도 변함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도 여전히 저기 저 체중계에는 못 올라가겠다. 깜빡이는 디지털 숫자를 확인할 엄두가 안 난다. 뭐가 두려운 거지? 암웨이 허니 바디 로션을 양손에 묻혀 몸에 바른다. 겨드랑이 아래 쳐져 덜렁이는 살이 처량하다. 저 여자처럼 쇄골에 물 고일 정도가 되면, 손가락이 갈고리 마냥 여위면 올라간다니까.

한겨레 소설반 투섬이층 습작

2012. 3. 19. 월. 이강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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