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성당에서는 ‘본당의 날’ 행사와 함께 전 신자가 모여 점심 식사를 했다. 신자수가 많지 않은 시골성당이다 보니 이런저런 이름 붙은 날이면 신자들이 모여 함께 식사하는 날이 많다. 식사 준비를 하는 분들은 수년간 손발을 맞춰 오신 여성분과 회원들이다. 대부분 주부경력 40년 이상 되신 베테랑들이다. 이제는 부엌일에 진저리를 칠 만도 하련만 기꺼이 수고해 주는 손들이 있어 이백여명 가까운 신자들이 맛있게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밥상에 오른 반찬들은 집에서 키운 채소들을 가져와서 볶고 무친 것들이다. 집에서 직접 쑨 도토리묵도 있고 고춧잎나물도 있었다. 그런데 벌써 고춧잎 먹을 때가 되었던가...?
요 며칠 여러 가지 일로 마음이 분주하였더니 계절 가는 줄도 잊고 있었다. 24 절기 중 9월의 시작인 한로가 10월 3일, 어제였다. 이달 23일은 무료 카지노 게임(霜降)으로 아침과 저녁 기온이 뚝 떨어지고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때이다. 절기상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었다. 벌써 겨울철새들이 줄 맞춰 날아오고 가을꽃 국화꽃이 피기 시작했다. 곧 울긋불긋 단풍철이 머지않았다. 상강에는 개구리와 땅강아지, 벌레들이 굴을 파고 땅속으로 기어들어 겨울잠 잘 채비를 한다.
한로와 무료 카지노 게임 사이 농가에서는 할 일이 많다. 특히 밭농사가 많은 농가에서는 노인이든 어린아이 든 손을 빌려 써야 할 정도로 바쁘다. 지금은 들깨를 베고 고구마도 캔다. 호박과 고추, 가지, 땅콩 등 밭작물들 모두 무료 카지노 게임 전에 수확을 마쳐야 한다. 고추며 가지, 호박들도 지금 기세대로라면 언제까지고 따 먹을 것 같아도 절대로 절기는 속이지 못한다. 무서리 한 번이면 기세 좋던 호박 넝쿨도 가지도, 고추도 끓는 솥에 들아 갔다 나온 것 마냥 흐물거리게 된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에는 특히 아녀자 일이 많다. 채 익지 못한 풋고추를 따고 애호박을 썰어 말리고 장아찌를 담고 묵나물도 만든다. 가을에 주부 손이 바쁘면 무료한 겨울철 식구들의 입이 심심할 틈이 없다. 밤도 주워 말리고 애고추만 골라서 찹쌀 풀을 입혀 가을볕에 잘 말려 고추부각도 만든다. 손만 부지런하면 가을볕의 도움을 받아 곳간 채우는 것은 일도 아니다.
담백한 고춧잎나물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먹게 되는 때도 이맘때다.
서리 내리기 전까지 새로 올라오는 곁순과 깨끗한 고춧잎을 따서 나물도 무쳐 먹고 말려서 묵나물도 만든다. 고춧잎나물을 좋아해서 고춧대를 뽑아낼 때가 되면 남의 집 고추밭에서도 고춧잎을 따서 나물도 만들고 장아찌도 만들어 밑반찬을 두고 먹는다.
파랗게 데친 고춧잎나물은 습습하고 담백하게 무쳐야 제 맛이 난다. 묵나물과 물에 데친 나물도 양념이 과하지 않아야 더 맛있다.
성인이 된 아이들은 나물반찬을 곧잘 먹는다. 이제는 나물 맛을 알겠다며, 철이 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