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가용 May 01. 2025

넌 기쁨 확대경

아직도 그 효과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약을 한 달 먹으면서 재활도 병행하니 카지노 게임는 조금씩 좋아졌다. 뒤집기만 겨우 하던 카지노 게임가 몇 바퀴 더 구를 수 있게 됐고, 드디어는 배밀이 흉내도 내게 됐다. 카지노 게임가 정상적으로 잘 큰 경우, 부모들은 이러한 유아기 이동 방법의 변천을 일일이 기억하지 않는다. 12월에는 춥다가 4월에는 따듯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이기 때문이다.


누워서 시간을 보낼 때 카지노 게임들은 부모와 천장이 세상의 전부다. 그러면서 소리를 통해 시야 밖에 뭔가 있다는 걸 알아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몸을 뒤집는다. 자세를 바꾸면서 시야가 넓어진다. 뭔가 신기한 것들이 감각 기관을 통해 카지노 게임에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카지노 게임의 뇌는 이런 신호들을 끊임없이 받아들이며 학습한다.


뒤집던 카지노 게임는 몇 바퀴 더 돌기 시작한다. 활동 범위가 확장되는 것으로, 시야도 당연히 늘어나고, 그에 따라 뇌도 급히 성장한다. 하지만 구르기는 불편하고 방향 조정이 쉽지 않다. 기어야 할 차례인데, 기려면 두 팔과 두 발이 튼튼해져야 하고, 등과 배 근육이 상체를 공중에 유지시킬 정도로 자라야 한다. 그래서 먼저 하는 게 배밀이다. 배를 바닥에 붙인 채 팔 힘으로 몸을 끌고 발로 바닥을 밀면서 나아가는 이동법이다. 카지노 게임라, 몸이 아직 가벼우니 할 수 있다.


이렇게만 해도 카지노 게임는 획기적인 변화를 경험한다. 굴러 다닐 때는 수평적으로 넓어졌던 시야가 처음 수직적 확대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시야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시야각이 생기고, 이를 해석하느라 카지노 게임의 뇌는 다시 한번 발전의 계기를 갖게 된다. 그러다 몸이 자연스럽게 영글어 다리가 팔을 보조하게 되고, 드디어 네 발 기기, 즉 우리가 흔히 아는 무릎 기어 다니기를 하게 된다.


네 발로 기어 다닐 수 있게 되면 시야는 더 높아지고 이동에 속도가 붙어 카지노 게임의 학습 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그러다가 벽을 잡고 몸을 일으키고, 한 발 한 발 옆 걸음도 시도하게 되며, 결국 걸음마에 이른다. 단계별 뇌 발달이 당연하게 따라붙는데, 걸음마를 하며 두 손이 자유롭게 되면서부터 카지노 게임의 뇌는 폭발적으로 자란다.


일반 가족들의 경우 첫 걸음마나 첫 ‘엄마’ 소리에 기뻐 아우성을 치지 첫 구르기나 배밀이 같은 것에 환호하지는 않는다. 우리도 첫째나 둘째 때는 그랬다. 첫째가 처음으로 서서 책꽂이 아래 칸 내용물을 전부 방바닥에 펼쳐놓은 것을 보고 비명을 질렀을 때는 선명히 기억나지만, 그 카지노 게임의 첫 구르기나 첫 배밀이가 떠오르지는 않는다.


십 년 만에 다시 시작한 육아에 얼마나 큰 인상을 남기려는지, 우리 막내는 이 모든 과정을 아주 느리게 지나갔다. 세상 모든 사물에 확대경을 가져다 대면 추상화가 나온다고 어떤 유명 디자이너가 말했다. 세상 모든 곳에 추상이 숨어 있다며, 자기는 그것을 따다가 쓸 뿐이라고 했었다. 천천히 가주는 카지노 게임 덕분에 우리는 지난 두 번의 육아 동안 놓쳤던 성장의 세밀한 과정들에 현미경을 가져다 댈 수 있게 됐다. 그 속에 숨어있던 기쁨들이 발굴됐다. 막내가 아니었다면 평생 몰랐을 것들이었다.

예를 들어, 아직 카지노 게임가 가만히 누워서 가끔 뒤집기를 할까 말까 한 때였다. 이제 막 약 복용을 시작했었고, 재활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었다. 장난감을 눈앞에 가져다 대도 쳐다보지 않던 카지노 게임였다. 그런데 어느 날은 카지노 게임가 자기 위에 매달려 있는 인형에 손을 쓱 뻗쳤다. 그걸 아내가 봤다. 비명 같은 환호를 질렀다. 우연인가 싶어서 다시 장난감을 눈앞에서 흔들었다. 이번에는 영상도 촬영했다. 조금 기다리자 카지노 게임는 다시 한번 손을 천천히 뻗었다. 그 영상에는 아내의 “옳지!”가 생생하게 담겼다. 난 아직도 가끔 그 영상을 되돌려 보는데, 카지노 게임의 손 뻗음이 아니라 아내의 고음역대 감격 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기쁨을 주체 못 하는 그 소리는 들을 때마다 눈물이 찔끔 뽑힌다. 좀처럼 질리지 않는모성애현현이다.


겨우 손 뻗는 것 하나가 우리에게 콧등 시리게 하는 추억이 됐다. 그러니 그다음에 이어지는 날들이 어땠을까. 카지노 게임가 처음으로 두 바퀴 이상 굴렀을 때, 우리 넷은 카지노 게임를 둘러싸고 부둥켜안았다. 카지노 게임가 처음 두 팔로 지탱하여 앉아 있는 것에 성공했을 때 우리는 춤을 췄다.(스스로 앉은 것은 아니고, 앉혀줬을 때 넘어지지 않았다.) 내 컴퓨터 바탕화면은 카지노 게임가 처음 혼자 앉아 있을 때의 사진이다.


카지노 게임가 엎드린 자세에서부터 처음으로 앉는 자세로 몸을 스스로 일으켰을 때 그 자리에 둘째만 있었는데, 둘째는 너무 놀라서 불이라도 난 것처럼 온 가족을 소환했다. 그러더니 자기가 본 것을 허둥지둥 묘사했다. 우리는 믿지 않았다. 둘째가 카지노 게임를 채근하며 여러 번 재현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며칠 뒤 카지노 게임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스스로 앉기에 성공했고, 둘째는 의기양양했다. 자기가 본 게 진짜였는데 왜 믿지 않았냐고, 뒤늦게 증명해 준 막내를 꼭 껴안고 불을 부비댔다.


그때부터 우리 가족 중 누군가 큰 소리로 모두를 부를 때 우리는 우당탕탕 모이는 게 습관이 됐다.“막내가!”라고 소리치면 우리는 이미 모여 있었다. 카지노 게임는 오늘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모두가 기대에 찬 눈으로 카지노 게임를 둘러쌌고, 그러면 소환자가 침을 튀겨가며 자기가 본 것을 얘기했다. 어쩌다 우연히 된 것도 있었고, 진짜 카지노 게임가 성장해서 되는 것도 있었다. 어느 것이든 우리에게는 끝나지 않는 클라이맥스였다. 매일이 블록버스터 같은 삶, 막내 아니었다면 알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험 같은 삶도 곧 중단될 것이었다. 재활의 맛을 본 아내가 진짜 재활을 시작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입원 재활’이었다.물론 기쁨 자체가 멈춘 건 아니었다. 다만 그 무대가 옮겨간 것뿐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