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도 너를 안아줄게
거실 바닥에 물이 흥건하다.걸레를 꼭 짜지 않고 대충 닦은 흔적이다.
방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깨끗하게 닦지 않은 물기가 발자국을 선명하게 남긴다.
손바닥만 한 욕실은 홍수가 난 것 마냥 사방이 물바다다.
비누. 샴푸가 바가지와 대야와 함께 널려있다.
혹시나 싶었는데 오늘도 역시나 마찬가지다.
내가 묵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와 선교사님 사택에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18살 카지노 쿠폰가 방금 청소하고 간 자리다.
오늘도 나는 그녀가 흘리고 간 물기를 닦아내고 물건들을 다시 정리한다.
솔직히 10평이 겨우 되는 숙소에 무슨 청소할 사람이냐? 싶었지만 일자리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의 그녀였던 지라 마지못해 청소를 맡겼는데 태어나서 청소라는 것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게 분명할 정도로 청소가 무엇인지 청소에 대한 개념이 1도 없는 청소부였다.
하긴. 평생을 흙집에 살았으니, 타일이 깔린 집과 변기가 딸린 욕실을 청소한 적이 없었으니 그럴 수 있지.
그나마 비질은 깨끗하게 해서 다행이었다.
문제는 물 걸레질. 흙집에 살아서 걸레질을 해보지 않았다 보니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정리정돈.
물건을 옮겨 먼지를 닦아내는 것은 좋은데 제자리에 갖다 놓지를 않는 것이다.
하긴 그녀의 18년 평생에 정리 정돈할 무엇이 있었겠는가?
하지만 걸레질과 정리정돈을 못하는 것 외에 카지노 쿠폰는 장점이 많은 친구였다.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을 웃게 한다는 거였다.
스와힐리어에 서툰 나를 위해 온몸을 사용해서 의사를 전달하는 에스더 때문에 나는 자주 웃었다.
무뚝뚝하고 표정이 없는 이곳 사람들과 달리 표정도 얼마나 풍부하고 얼마나 잘 웃고 흥도 얼마나 많은지.
카지노 쿠폰가 있는 곳은 웃음꽃이 만발이었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래서 네 에마처럼 자신도 나와 영어로 대화하고 싶다고 한다.
단지 나와 대화하고 싶어서?
내가 스와힐리어를 배우는 게 빠를게 같은데? 싶었지만 그녀가 뭐라도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 알파벳부터 가르쳐 줬는데 열흘이 지나도록 알파벳 열개를 외우지 못했다.
그런 자신에게 실망과 좌절을 할 만도 한데 굴하지 않고 글자 말고 말을 가르쳐달라며, 말은 잘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 하면서 굿모닝. 굿바이. 아엠어 걸 등 아주 기본적인 회화를 가르쳤는데 한 문장 한 문장 배운 것을 만나는 사람들마다 써먹는 것이 그 폼과 자신감이 마치 미국으로 유학을 다년 온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밝고 쾌활한 카지노 쿠폰가 좋았다.
우린 시간이 나면 함께 동네에 마실을 나가 차파티도 사 먹고 소다도 사 먹고 사진을 찍으면서 놀았고, 틈만 날 때마다 카지노 쿠폰를 안고 기도하면서 축복해 주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카지노 쿠폰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 역시 현지인들처럼 중고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기 때문에 특별히 값나가는 것은 없지만 그럼에도 카지노 쿠폰가 보기에는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좋아 보이는 것 같았다.
특히 한국에서 갖고 간 나의 모자와 신발과 가방 핸드폰과 노트북은 물론이고 손선풍기 손전등까지 카지노 쿠폰는 관심을 보이면서 갖고 싶어 했다. 심지어는 비타민까지 탐을 냈다.
처음에는 카지노 쿠폰에게 줘도 될 것들 손수건. 양말 옷들과 모자를 나눠주고 피곤하다고 하면 비타민도 먹였다.
그런데도 카지노 쿠폰의 관심은 멈출 줄 몰랐다.
내가 없을 때면 나의 물건을 사용한 흔적도 있었지만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서 그러려니 했다.
그래도 말 그대로 손만 댔지 가져가지 않았으니까 넘어갔는데.
그게 화근이었던 것일까?
그때 단호하게 '남의 물건에 손대면 안 되는 것'이다고 훈육을 하든지 물건들을 보이지 않게 보관을 잘했어야 했다.
어느 날. 한국에서 가져간 핸드폰 공기계중 새 거만 모두 없어졌다.
가난한 나라에서 한국의 공기계는 인기제품이기는 하지만 필수품은 아니다.
그래서 갖고 오기 전 고민을 했지만 선교사님이나 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혹시나 싶어서 갖고 왔다.
지인들에게 선물 받고 돈 주고 사온 꽤 값이 나가는 새 공기계 5개가 없어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의심해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그게 카지노 쿠폰였다.
그런 상황이 가슴이 아팠지만 나는 물어봐야 했다.
나는 어렵게 카지노 쿠폰에게 공기계가 없어졌다고. 네가 가져갔냐고 물었다.
당연히 카지노 쿠폰는 아니라고 했다.
이때 나는 그래. 하며 관뒀어야 했다.
그런데 나의 의심은 똬리를 털어 카지노 쿠폰가 가져갔다고 결론을 내려버렸다.
'솔직하게 말해. 이제라도 말하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경찰에 신고해야 된다.'
나의 실수는 스와힐리어가 되지 않아 중간에 네에마에게 통역을 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본의 아니게 네에마까지 카지노 쿠폰를 의심하게 만든 셈이 되었다.
카지노 쿠폰는 자기는 절대 아니라며 울며불며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기의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카지노 쿠폰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후회했다.
나는 어쩌자고 한국에서 이런 것들을 들고 왔을까?
어쩌자고 카지노 쿠폰의 마음에 미혹할만한 것들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고 카지노 쿠폰의 마음을 힘들게 했을까?
나는 어쩌자고 카지노 쿠폰를 의심하고 있는가?
나는 카지노 쿠폰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사과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결국, 이튿날 카지노 쿠폰는 온다 간다 말 한마디 없이 사라졌다.
사람들은 분명 카지노 쿠폰가 공기계를 훔쳐갔다고. 그러니까 몰래 달아났다고 결론을 내려버렸고, 카지노 쿠폰는 물증 없이 도둑이 되어버렸다.
훔쳐간 공기계를 팔면 어쩌면 일 년 생활비는 될 수 있을 거라는 사람들의 말에 나는 차라리 카지노 쿠폰가 공기계를 가져갔음 했다.
부디 그것으로 일 년 동안이라도 먹을 걱정 없이 살기를.
좋아하는 짜파티와 소다도 실컷 사 먹고 고급 로션도 바르고 립스틱도 바르고 입고 싶은 청바지 새 신발도 사 신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꼭 다시 나를 만나주기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지 몰라도, 그때는 에스더의 소원이던 영어로 마마와 이야기하고 싶다는 소망이 조금이라도 이루어져 있기를.
그때도 여전히 나는 카지노 쿠폰를 안고 기도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