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허탕만 치고 말았다. 늦은 저녁을 먹은 후 세 사람은 바닷가 근처에 있는 낡은 모텔로 들어갔다. 나란히 붙어 있는 방 두 개를 잡아 너는 혼자, 재이와 정훈은 둘이 함께 쓰기로 했다. 방문을 열자 매캐한 담배 냄새와 싸구려 방향제의 짙은 라벤더 향이 날카롭게 콧속으로파고들었다. 바닷바람에 얼어붙은몸을 뜨거운 물로 녹였다. 촛농이흘러내리듯허물어지는몸을 질질 끌어침대에 걸터앉은 뒤 텔레비전 리모컨을 집었다. 전원 버튼을 누르자 이전 손님이 보던 방송에서 나체의 카지노 게임 추천가 뒤엉킨 채로 신음소리를 내고있었다. 너는 화들짝 놀라채널을 바꿨다. 버튼을 수십 번 누르고 또 누르면서 어지럽게 교체되는 화면들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페이드 아웃. 페이드 인. 버튼을 누르는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화면이사이사이 잠깐씩 어둠을 송출했다.
깜박이는 어둠 너머로 어린 시절의 너와 오빠가 보였다. 폭격기 같은 빗소리와 짜증 섞인 엄마의 목소리가 방 안의 공기를 뒤흔드는 동안 너와 오빠는 소리가 잘 들리지도 않는 텔레비전화면만쳐다보고있었다. 하지만 둘 다 정말로 텔레비전을 보는 건 아니었다. 아빠는 한쪽 벽에 기대앉아 한 손에 담배를 낀 채로 대본을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담뱃재가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에 맞추어 투둑투둑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날 아빠가 앉아 있던 자리에는 지워지지 않을 시커먼 어둠이 파였다. 아빠는 드디어 지긋지긋한 ‘품바’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잔뜩 들떠 있었고 여행 내내 대본을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엄마는 그런 아빠를 이따금 흔들리는 눈빛으로 쳐다보곤 했다. 엄마와 아빠 사이에 똬리를 튼 은밀하고도 불길한 침묵이 자꾸만 너의 가슴을 짓눌렀다.
코미디가 나오는 채널에 화면을 고정한 후, 음 소거 버튼을 눌렀다. 얼굴에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남자의 일그러진 얼굴과 과장된 몸동작이 마치 팬터마임의 한 장면을 연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너는 그대로 자리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천장 구석에서 곰팡이 꽃이 옅게 피어나고 있었다. 요란하고짙은 색깔의 벽지로도 가려지지 않는얼룩이 방안 전체로 서서히 번져나가고 있었다. 너는 이 모든 게 왠지 낯설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들었다. 느닷없이 울리는 휴대전화 벨 소리에 놀라서 눈을 떴다. 재이였다. 어느새 방안은 시도록 환해져 있었다. 재이는 아침을 먹자고 했다. 세 사람은 모텔 바로 앞에 있는 작은 해장국 집으로 향했다.
“잠은 잘 잤어요?”
“응. 카지노 게임 추천 씨랑 정훈 씨는요?”
“퀴퀴한 냄새가 나긴 했지만 잠자리는편안하더라고요. 근데 밤새 파도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잠을 설쳤어요.”
“파도 소리가 들렸다고? 나는 적막할 정도로 조용했는데.”
“정말이에요? 이 파도 소리를 못 들었다고요? 지금도 들리잖아요. 시끄럽게.”
너는 식당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하지만 정말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너에게 바다는 침묵 속에 갇혀 있는 무성 영화 같을 뿐이었다. 아무런 감동도주지 못하면서엉터리 손짓과발짓이 무수히반복되기만 하는.
“밥 먹고 경찰서에 가 볼 거예요.”
“경찰서를? 왜?”
“혹시 모르잖아요. 무슨 신고라도 들어온 게 있을지도요. 물론 아무 일 없길 바라지만 혹시 몰라서…….”
재이는 국밥 한 숟가락을 입안에 밀어 넣으며 말끝을 흐렸다. 세 사람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각자의 뚝배기를 깨끗이 비우는 데에만 집중했다. 재이 혼자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고 너와 정훈은 주차장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정훈은 운전석에 앉자마자 어제 못 잔 잠에 빠져들었고, 너는 뒷자리에 앉아 북카페에서 사 온 소설을 펼쳤다. 책장을 넘겼지만 실상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글자들이 낱낱의 자음과 모음들로 흩어져 하얀 백지 위에 생채기를 내며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한참 후 경찰서 문을 열고 나온 재이의 얼굴이 재를 뒤집어쓴 듯 캄캄했다. 쓰러질 듯 휘청거리면서 경찰서 앞 기둥을 손으로 짚는 것이 보였다. 너와 정훈은 서둘러 재이에게로 달려 나갔다.
“아무래도 그 카지노 게임 추천들이 그분들인 거 같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신원불명의 두 카지노 게임 추천가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고 지금 조사 중이래요.”
“그래? 근데 그게 왜? 그 카지노 게임 추천들이 그분들이란 증거라도 있어?”
“민박집 주인이 신고를 했는데 늙은 부부가 밤중에 배를 타고 나갔다 며칠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대요.”
“거기가 어디야? 당장 가 보자. 그분들이 아닐 수도 있어.”
세 사람은 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탔다. 너는 태어나서 한 번도 배를 타본 적이 없었다. 파도가 뱃전을 거세게 때리며 눈보라 같은 포말을 일으켰다. 재이와 정훈은 멀미가 심한지 수시로 갑판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너는 갈매기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달려드는 모습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눈앞까지 바짝 달려든 갈매기 한 마리가 힘에 겨운지 날갯짓을 잠시 멈추는 순간, 세찬 바람에 온몸이 떠밀리면서 저만치 멀어져 버렸다. 그런데도 갈매기는 계속해서 다시 너에게다가오려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다. 닿을 듯 가까워졌다가 한순간에 멀어지기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그분들일 리 없잖아. 그럴 리가 없어.’ 너는도리질을 쳐 댔다. 이 모든 소란이 가벼운 해프닝으로 끝나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섬에 도착하자 재이와 정훈은 비틀거리면서 배에서 내렸다. 섬은 아주 작았고 사위는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섬에서 민박을 하는 곳은 단 한 군데뿐이었다. 그것도 숙박업소가 아니라 섬에 왔다가 배를 놓친 카지노 게임 추천들이 잠시 머무는 임시 거처 같은 곳이라고 했다. 민박집의 위치를 묻자 모두가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곳은 섬 내의 유일한 슈퍼이기도 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팔십은 족히 넘은 듯한 노인이 안쪽 계산대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어르신. 여쭤볼 게 있어서요.”
“뭍에서 오셨수? 경찰들인가?”
“아, 아닙니다. 저희는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여기 민박집에서 머물렀다는 분들이 저희가 찾고 있는 분들이 맞는지 확인하러 왔습니다.”
“누구신데 그카지노 게임 추천들을 찾으슈?”
“저희는 실종된 여자분을 찾고 있습니다. 그분 따님의 의뢰로요. 여기 사진이 있는데 한 번 확인해 주실 수 있을까요?”
재이는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어 노인 앞에 내밀었다. 숨죽인 채로 마른침을 삼키며 노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았다. 노인은 아주 천천히 사진을 받아 들더니 옆에 있던 돋보기를 끼고는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글쎄, 맞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구먼. 늙으니 눈이 제대로 보이질 않아. 방금 만난 사람 얼굴도 깜빡깜빡하는데 그 밤중에 잠시 보았던 얼굴을 어찌 기억하겠어. 경찰도 왔다 가긴 했는데 특별한 게 없다고 하더구먼. 배를 타고 나갔다 실종된 건지 그냥 둘이 여길 떠나 카지노 게임 추천 건지 알 수 없다며 수색도 제대로 안 하고 가버렸지. 하지만 나같이 오래 묵은 사람에겐 감이란 게 있다우. 그 둘은 분명히 함께 바다로 나갔단 말이지.”
“두 분이 바다에 나갔다고 믿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딱 하룻밤 동안만 배가 사라졌었거든. 그리고 여행 온 카지노 게임 추천들 같지가 않았어. 말도 별로 하지 않았고. 둘이 바다만 그렇게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더라고. 바다에서 뭐 찾을 거라도 있는 카지노 게임 추천들처럼.”
“혹시 저희가 그분들이 묵었던 방에 잠시 들어가 봐도 될까요?”
“그러시든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직 짐에는 손도 대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