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털기 18번-김호연 지음, 나무옆의자 펴냄, 2024-
나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데 라만차. 이것은 내가 2022년에 쓰다만 첫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제목이다. 공권력에 대한 투쟁을 그린 법정 스릴러물로 주인공이 꼭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었다. 당시 나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으며 어떻게 주인공의 색깔을 표현할지 고민했다. 400여 년 전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선 엉뚱한 사건들이 유려한 문장으로 펼쳐졌다. 훌륭한 지침서였지만 닮아보려 아무리 애써도 내겐 너무 먼 당신이었다. 표현력이 부족했던 나는 스토리를 완성할 힘이 없었다. 결국 첫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서랍 속 깊은 곳에 넣어두었다. 잠정적 중단이었으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던 어느 날 식탁 위에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명석이 읽다가 놓아둔 것 같았다. 제목 ‘나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지은이 김호연. 슬쩍 쳐다만 봐도 감이 왔다. 재밌을 것이다. 예쁜 일러스트 표지에 탐스러운 두께로 책은 존재감을 과시하며 반짝이고 있었다.
‘망원동 브라더스’가 출간됐을 때부터 나는 김호연 작가를 좋아했다. 친근한 소재에 따뜻한 내용, 바로 윗집에 살고 있을 것 같은 주인공들. 개연성과 설득력이 충분한 그의 작품은 다정하고 친절했다. 미리 뿌려놓은 떡밥들을 차근차근 회수해 주는 점도 선호하는 이유였다.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만들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노력과 고통을 알기에 리스펙 할 수밖에 없는 작가였다. 그래서인지 전작 ‘불편한 편의점’이 큰 인기를 얻었을 때 내 일처럼 기뻤다.
그러나 내가 쓰려던 제목과 같은 책을 마주하니 심경이 복잡했다. ‘나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열어볼 엄두가 안 났다.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나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할 운명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몇 날 며칠 외면하다 끝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책을 펼쳤다.정체기에 접어든 글쓰기의돌파구가필요했던것이다. 필력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결되지 않았고 글을 통해 무엇을 나누고자 하는지 고민도 깊었다.
혼란스러운 상태의 나에게 글생의 다음 막을 시작할 동기를 준 ‘나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야기는 서른 살 솔이가 실직해 고향에 돌아온 시점부터 시작된다. 솔이는 앞으로 무얼 할지 고민하던 중 어쩌다 만난 한빈과 어릴 때 아지트였던 비디오 가게를 둘러본다. 한빈의 아빠이자 자신의 멘토였던 비디오 가게 아저씨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저씨 찾기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오지랖 대마왕이던 아저씨는 돈키호테를 자처했고 아이들은 그를 ‘돈 아저씨’라 불렀다. 솔이는 돈 아저씨를 찾기 위해 유튜브 방송을 계획하고 아저씨에 관한 콘텐츠를 만든다. 그 과정에서 오랜 친구들과 조우하고 서로를 산초, 둘시네아, 로시난테라 부르던 중학생 시절, 라만차 클럽을 결성하고 아지트에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과 영화로 위안받던 성장기를 떠올린다. 각종 추억이 소환되고 우연과 인연이 겹쳐 아저씨 삶의 궤적을 따라가게 된다. 단서가 하나씩 늘어나면서 솔이는 과연 아저씨를 만나게 될까…
책을 읽는 동안 솔이에게 깊이 감정 이입이 됐다. 제구실하며 살려다 망가져 버린 자신이쓸모없는 돌멩이같다는 부분에서 안쓰럽다가 콘텐츠를 제작하고 원카지노 게임 사이트운명을 개척해 가는 모습에 안도했다. 누군가 한 번쯤 꿈꾸었을 인생을 현실로 구현하는 돈 아저씨에게선 대리만족을 느꼈다. 훗날 돈 아저씨가 세르반테스처럼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가 되었을 때 쓴 첫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내가 쓰려던 첫 카지노 게임 사이트과 비슷해서 신나기도 했다. 제목이 돈키호테인 것처럼 주인공들의 ‘앞으로 돌진’ 기질이 재밌게 녹아있고 결국 우리를 살게 만드는 것은 꿈과 우정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책이었다. 직접 읽어보는 편이 흥미로울 것이라 내용은 이만 정리하고 마음을 울린 문장 몇 개만 소개한다.
“누가 알아준다고 모험을 떠나는 건 아니란다. 나만의 길을 가는 데 남의 시선 따윈 중요치 않아. 안 그러니 솔아?” 47p
그런 사람들이 있다. 자기가 호의를 베푼다고 하는데, 호의를 베푸는 과정이 너무도 호의가 아닌 사람들. 112p
뻔뻔한 자를 이길 방법은 그를 부끄럽게 만드는 게 아니라(뻔뻔함은 부끄러움을 타지 않기에) 놈보다 더 뻔뻔하게 구는 것뿐이다. 154p
“… 가장 구실 못 하며 괴로워하던 즈음에 매일 비디오 방에서 영화를 봤단다. 현실을 잊기 위해. 그런데 그 영화 속에 진짜 현실이 있고, 세상을 뒤집을 힘이 있더구나. ……” 315p
쓸모를 입증하려는 노력을 멈춘 요즘, 나는 새로운 길을 떠나려 한다. 솔이와 돈 아저씨와는 다른 모습이겠지만 그 여정을 시작할 용기가 생겼다. 돈키호테의 열정, 혹은 광기가 나를 움직였을지 모른다. 많이 배우고 돌아오겠다. 어떤 식으로 건 나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마무리될 것이다.아스따 루에고!
**그동안 오늘의 선물과 서재 털기를 함께 해주신 독자님들과 작가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당분간 브런치 연재는 쉴 예정이고 행복한 독자로서 브런치를 방문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