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선물 열 하나
※ 작년에 쓴 글인데발행할 기회를 놓쳤습니다. 연재의 마무리가 가까워져늦게나마발행합니다. 브런치 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적혀있습니다.
몸살에 걸린 듯 속이 후들거렸다. 팔다리에 힘이 없어 일어날 수 없었다. 천장을 보고 누운 채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다 문득 2007년에 개봉한 영화 ‘클릭’을 생각카지노 가입 쿠폰. 주인공 마이클이 샀던 리모컨을 갖고 싶었다. 힘든 시간을 빨리 감기 해줄 만능 리모컨. 가능하다면 그대로 삶을 건너뛰어 중간과정을 모두 스킵하고 싶었다.
올 초부터 응모한 공모전에서 죄다 떨어진 날 나는 저런 꼴을 하고 우울의 고치를 짓고 있었다. 나의 글솜씨로 보아 당연한 결과지만 기분이 안 좋은 건 어쩔 수 없었다. 지원하지나 말걸, 하는 후회와 어떻게 해야 글쓰기 능력을 끌어올릴까, 하는 고민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글쓰기 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다른 길이 없는데,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든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는 계속되어야 했다(이번 브런치북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지요). 한 달쯤 빠진 시 수업에 다시 출석하고 여러 기관에서 진행하는 강의를 기웃거렸다. 그러다 이수명 시인을 만난 날이었다. 시 수업 동기이자 특강을 함께 들은 숙녀 5가 다가와 반갑게 말을 걸었다. 지난주 시 수업에서도 그를 못 봤기에 아주 오랜만의 조우였다.
“바람씨. 그동안 잘 지냈어요?”
“네. 선생님도 잘 지내셨어요? 오늘 수업 참 좋았지요?”
“그러네요. 시인은 역시 단어 선택에서부터 남다른 모습이네요.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죠? 정말 자유자재로 언어를 구사하시네요. 차분하게 말씀도 잘하시고요.”
훈훈하게 대화를 나누던 중 그가 약간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실은 저, 오늘, 바람씨 보러 일부러 온 거예요.”
낮은 음성으로, 뭔가 중요한 일이라도 있는 듯속삭였다. 카지노 가입 쿠폰 똥그래진 눈에 귀를 쫑긋 세우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저번에 응모하기 위해서 글 쓴다고 했던 거, 마무리했어요?”
그렇게 조심스럽게 꺼낸 화제는 공모전 이야기였다. 시 수업 수강생 중 가장 가까웠던 그에게 퇴고 때문에 결석이 불가피하다는 사정을 알렸던 것이다. 한 달 전쯤, 그것도 슬쩍 흘리듯이.
마음 쓰고 계셨구나. 내 일에… 그 일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코끝이 시큰카지노 가입 쿠폰.
“아. 그거요? 완성은 했어요. 지원도 했는걸요. 그런데요… 선생님… 저 똑, 떨어졌어요.”
카지노 가입 쿠폰 머리를 긁적이며 ‘똑’이라는 부사에 강세를 주어 답했다. 쑥스러운 심정을 어물쩍 넘어가려는 심산이었다. 우스갯소리로 덮으면서 하하하.
그러나 이어진 그의 말에 카지노 가입 쿠폰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유. 대단하다. 바람씨. 정말 수고했어요. 제가 플래카드라도 달아줘야겠네요.”
“네에??”
“얼마나 장한지요. 그 힘든 글을 완결하고 응모까지 했으니. 난 아직 시도도 못 해본 일인데….”
등단도 아니고, 수상도 아닌 이 상황에서 카지노 가입 쿠폰가 웬 말인가. 아. 동공 지진.
하지만 나 같은 바보라도 알 수 있었다. 그의 말에 담긴 진정성을. 그는 해바라기같이 환한 미소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는 농담이 아니었다.
“앗. 선생님. 안 돼요. 다른 분께는 비밀로 해주세요.”
카지노 가입 쿠폰 팔을 꼭 붙잡으며 부탁했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일을 왜 비밀로 해요?”
그는 도리어 내 반응을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저는 부끄러워용. 제발 부탁이에욤~~”
카지노 가입 쿠폰 전에 없던 애교와 애원을 섞어가며 비밀에 부쳐줄 것을 졸랐다.
“그럼, 대신 오늘 맥주 한잔 할까요? 제가 시원한 맥주 사드릴게요.”
“오오. 좋아요. 어디로 갈까요?”
여러분도 알다시피 나는 작년 12월부터 평생학습센터에서 시를 배우고 있다(브런치 북 ‘시가 삶에 카지노 가입 쿠폰오면’ 참조). 그동안 수강생이 상당히 바뀌었는데 내가 줄곧 막내였다. 정년퇴직 후 오신 분들이 많아서 중간 퇴사자인 나는 명함도 못 내민다. 숙녀 5께서도 작년에 정년퇴직하신 선생님이다.
치킨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아 그와 카지노 가입 쿠폰 맥주잔을 들었다.
“문학 세계의 발전을 위하여!!”
그렇게 우리는 두어 시간 치맥을 즐겼다. 선생님은 나의 작품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어떤 글을 쓰냐? 글쓰기가 재미있냐? 추후 계획은 어떠하냐? 다양한 질문을 했고 하고 싶은 걸 하며 살라, 새로운 걸 시작하기에 딱 좋은 나이다, 대견하다 같은 응원이 이어졌다.
그는 술자리 내내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낸 사람처럼 나를 대했다. 늦깎이로 글쓰기를 시작하며 생긴 조바심이… 선생님의 눈빛에 서서히 녹고 있었다. 서점에 갈 때마다 오늘은 어떤 작가와 만날까, 생각하며가슴이 뛴다는 그는 헤어질 때 내게 이런 말을 남겼다.
“쓰는 사람이 있는 한 행복한 독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의 응원에 카지노 가입 쿠폰, 만능 리모컨 따위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마이클처럼 흙 묻은 무릎을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걸을 힘을 얻었다. 새로운 여행길에선 뒤돌아보지 말고, 모퉁이 너머 걱정하지 말고, 앞서가는 사람 부러워 말고, 오롯이 내 걸음에 집중하기로 했다.
십 년 뒤의 카지노 가입 쿠폰 해바라기 선생님처럼 오늘의 나를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히!
<비둘기의 꿈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