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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시옷 Apr 25. 2025

예능 PD형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주를 봤다.

아이들 사주는 보는 게 아니라던데 나는 학운이니, 사주니, 지문 검사니 하는 것들을 정보수집의 차원에서 듣기를 좋아한다. 내 아이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롭다.

공통적으로 늘 듣는 말,

새롭게 듣는 말,

내가 이해한 만큼의 아이를 정확하게 표현한 말,

내가 아는 아이의 성향과 반대되는 말을 구분하며 듣는 재미가 있다.

이번 점괘에서 알게 된 바는, 첫째와 둘째의 사주 자리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세 개나 들어있다는 것.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어~~~ 엄청 신경 써서 키우네"

맞는 말 같지 않은데.. 틀린 말 같지도 않고... 애매하다.


살이 좀 쪄야 할 텐데, 키는 언제 크려나, 잠자리 독립은 언제 할까, 용돈은 이만큼이 적당한가, 영어는 이렇게 손을 놓고 있어도 되려나, 할미한테 말버릇이 저래서 어떡하지, 만화책 읽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왜 갈수록 늦게자노...


스크롤 내릴 만큼 쓸 수 있지만 생략하자.

그래도 그렇지, 이 정도 신경 안 쓰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어딨냐고??

그나마 내 할 일이 바빠서 생각만 할 뿐, 해결을 위한 실행이 제로에 가까운데.

그러나

막내딸 사주를 넣어보고서야, 내가 확실히 첫째 둘째에게 신경을 많이 쓴다는 사실을깨닫는다.

막내딸의 사주 자리에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없단다.

알아서 클 아이라고 종종 듣긴 했어도, 여덟 개의 한자로 근거를 갖춰 들으니 더 실감이 난다.

스크롤 내릴 만큼 쓸 수 있는 신경 쓰기의 목록은 다,

아들들에 해당하는 것임을 이제야 발견한다.

인정한다, 나는 아들에게 꽤 신경 쓰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다.


최근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신경 쓴 일을 떠올리다가 2월에 경주로 콧바람을 쐬고 온 일이 생각났다.

동행은 다섯 명이었다.

내 친구 Y와 그의 아들들(14,11살), 그리고 나의 배우자와 큰 아들(12살)이 함께 갔다.

나의 둘째는 매우 아쉽게도 돌봄으로 함께 가지 못했다.

어른 셋의 목적은 테라로사 경주점이었는데,

방학이라 집에 있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모르쇠 할 수 없어서 경주국립박물관을 일정에 넣었다.


박물관에 가는데 그냥 갈 수 없지


사전 준비로 알차게 관람시킬 준비를 했다.

정보의 바다를 뒤져 유물에 대한 정보를 빈칸에 채우는 학습지를 머릿수대로 인쇄했다.

그리고 반나절밖에 안 되는 짧은 경주 여행을 어떻게든 재밌게 해주고 싶어서 그컵과 두루마리 휴지, 간단한 미션(단체사진 3장 찍되, 지나가는 사람에게 사진 요청은 각자 한 번씩 돌아가며 하기), 상금으로 줄 현금도 조금 준비했다.

박물관은 어린이들만 갔다.(하하하하하)

그동안 어른들은 테라로사 경주점에 앉아서 커피를 부어라 마셔라 했고, 언제 또 여길 오겠느냐며 커피를 1인 2잔 했다.

그다음에 어른 셋이 한 일은—아이들이 하게 될 게임을 시연해 보는 것.

이름하여 <휴지 말고 용돈 받자

**대규칙 : 세 명이 생각나는 유물을 중복되지 않게 하나씩 답하면 휴지 말기 기회를 1회 부여한다.
***휴지말기 게임 :
1. 두루마리 휴지를 길게 펼쳐서 끄트머리 칸에 물이 가득 담은 컵을 올린다.
2. 휴지의 몸통 쪽에 가장 큰 금액, 끄트머리에 가장 적은 금액이 놓여있다.
3. 휴지를 살살 감는다.
4. 이때 휴지가 감기면서 물이 담긴 컵도 딸려오는데 물을 흘려 휴지가 젖으면...?
- 찢어진 지점에 놓인 용돈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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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이 불어도 아랑곳하지 않는 진지하고 결연한 태도가 독립 운동 해도 되겠다.

테라로사 한쪽 구석에서 얼마나 웃었는지.

점심 메뉴로 복불복을 할까?

획득한 용돈으로 점심 먹기 미션을 추가할까?

박물관에서 테라로사까지 걸어오게 할까, 버스 타게 할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 PD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고생시킬 별의별 방법을 고민했으나 시간 관계상 다 할 수는 없었다.

그저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었는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재밌었겠지?

여유 있는 일정이 아니라 아쉬운 게 없잖아 있었지만, 여행이 오늘만 있는 건 아닐 테니까.

앞으로 더 재미있는 것들을 할 날들이 많겠지.



사주를 잘 몰라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자리가 세 개나 있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역할이 지대하다는 뜻일 테다.

내가 아이들에게 기대와 욕심이 많은 건 인정하지만, 그래서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하기엔 액션이 부족한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걸까.

하던 대로 하면 되는 걸까?

나는 대체로 '다큐 pd'형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서 진지하고 심각한 목소리로 문제점을 지적할 때가 많다.

"그런데 말입니다, 잘 시간이 지났는데 왜 아무도 양치를 안 하는 거죠?"

하지만 나는,

더 자주예능 PD형 온라인 카지노 게임로 살고 싶다. 그중에서도 여행 프로 PD면 더좋겠다.

카메라 뒤에 서서 누가 알아주지 않고 영광은 모두 배우에게 돌아가더라도,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위해 무던히 애쓰는 사람.

대체로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그 나름의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

함께하는 배우들은 때로 사서 고생처럼 느낄지라도, 돌아보면 '그때 그곳, 우리가 함께라서' 즐거웠다고 웃으며 말할 수 있게 할 사람.


그런 온라인 카지노 게임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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