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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츠므츠 May 02. 2025

카지노 쿠폰

나는 안개를 헤집으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갔다. 소리가 들린 쪽은 거울로 된 벽이었다. 또 한 번 쿵!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마치 나보고 따라오라는 듯 규칙적으로 쿵쿵거리며 어느 한쪽으로 움직였다.

나는 그 소리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걸었다.

거울, 거울, 거울…… 카지노 쿠폰. 하지만 카지노 쿠폰이 나오기 직전에 소리가 끊겼다. 건너편에 있는 사람이 이미 카지노 쿠폰을 지나친 건지 아니면 아직 거울벽 뒤에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그 카지노 쿠폰에 얼굴을 바짝 갖다 댔다. 왜 갑자기 소리가 끊겼을까 그리고 건너편에 있는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하는 마음으로 나는 최대한 눈을 크게 뜨고 옆을 보고자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건너편에 있는 사람의 모습도 비치지 않았다.

어차피 안개 때문에 누군가가 벽에 바짝 붙어 있지 않은 한 보이지도 않겠지만.

고개를 돌리는 순간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뒤에서. 그래, 카지노 쿠폰에서. 그런데 또 한 번 쿵!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상태 그대로 멈춘 채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뒤를 돌아보지 않고 가만히 있자 같은 위치에서 같은 소리가 또다시 들렸다.

만약에 내가 누군가를 발견한다면 노크하듯 ‘똑똑’ 혹은 ‘쿵쿵’ 소리를 냈을 것이다. 나 여기 있으니까 이쪽을 봐 달라는 뜻으로 말이다. 물론 장난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 삼아 두드릴 수도 있겠지만 꽤, 엄청 섬뜩한 느낌으로 쿵 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쿵…… 쿵…… 쿵…… 쿵……. 아주 일정한 속도로 묵직하게 소리를 내는데 그때마다 내 심장을 내리치는 것 같았다.

이대로 못 들은 척 앞을 보고 걸어갈까 싶다가도 혹시라도 내가 아는 사람이라면, 송희나 하늘이라면 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어 뒤돌아보기로 했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나서 나는 과감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야이, 미친…….”

강하늘이었다. 당황하는 내 모습이 많이 웃겼는지 그가 배를 잡고 웃었다. 나는 카지노 쿠폰에다가 손톱으로 할퀴는 시늉을 했다. 그러고는 입김을 분 뒤에 ‘die’라는 글자를 새기고 난 다음 손가락으로 강하늘을 톡톡 가리켰다. 우리는 그렇게 몇 번의 장난을 주고받았다.

나는 손가락으로 어느 한쪽을 가리켰다. 저쪽에서 만나자는 내 의미를 강하늘이 눈치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말이 저쪽이지 미로의 구조를 알 수가 없어서 만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다시 안개가 짙어졌고 그 때문인지 방향 감각이 옅어졌다. 헨젤과 그레텔처럼 빵 부스러기라도 남겨야 하나 싶을 정도로 정말 쉽지 않은 미로였다.

나는 벽에다가 손을 짚으며 그 벽면을 따라 계속 걸어갔다.
그러던 중 다른 쪽의 벽면에서 쿵 카지노 쿠폰 들렸다.

방향이 바뀌었나? 고개를 돌려 가며 이쪽저쪽을 둘러보면서 내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았다. 오직 벽에만 의존하면서 걸어왔기 때문에 방향이 몇 번이나 틀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방향을 잃었다는 건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쿵 카지노 쿠폰 들리는 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왠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확신이 든 건 아니었다.

쿵…… 쿵…… 쿵…… 쿵…….

조금 전과 똑같은 울림이 느껴졌다. 나도 똑같이 벽을 두드렸다. 맞네, 벽을 두드리면서 가면 되네! 우리는 벽을 가운데에 두고 서로 교대로 벽을 두드리면서 같은 방향으로 걸었다.

이제는 완전히 긴장이 풀렸는지 지금 이 상황이 조금은 웃겼다. 이런 맛에 공포를 즐기는구나 싶었다. 내가 벽을 쿵쿵 두 번 치면 건너편에서도 벽을 쿵쿵 두 번 쳤다.


살짝 옅어진 안개 너머로 내가 두드리고 있는 벽의 가장자리가 보였다. 저기만 돌면 코너에서 강하늘과 만난다.

나는 벽을 쿵쿵쿵 하며 세 번을 쳤다. 역시나 건너편에서도 벽을 쿵쿵쿵 하며 세 번을 쳤다.


벽의 가장자리에 다다르기 전에 거울벽이 하나 있었고, 나는 내 얼굴을 보며 마치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쫙 벌렸다. 그다음 카지노 쿠폰에서 강하늘이 이런 내 얼굴을 본다면 웃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웃는 일은 없었다. 그건 강하늘이 아니었으니까.


바보 같은 내 표정은 이미 사그라들었고, 우리는 카지노 쿠폰을 사이에 두고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아주 싸늘한 무표정을 말이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카지노 쿠폰을 쿵! 하고 세게 한 번 쳤다. 어쩌면 그건 분노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자 건너편에서도 나를 향해 카지노 쿠폰을 쿵! 하며 따라 쳤다. 쿵 소리가 신호라도 되듯 서서히 안개가 짙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그것을 숨겨 주려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 ‘그것’ 말이다. 카지노 쿠폰 건너편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건 강하늘이 아니라 바로 곰인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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