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기억나지않는다
10.
열두 살 시절에 시골의 동네를 뛰어다니며 몰려다니던 친구들이 있었다. 대여섯 명이 매일 모여서 놀았다. 동네 위에는 동산이 있었고, 산속으로 좀 걸어가면 무덤가가 있었다. 여섯 개의 무덤이 산속에 봉긋하게 솟아 있었다. 그곳은 우리의 담력 테스트하는 곳이었다. 담력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동네의 멤버에서 제외된다. 그래서 무섭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통과의례다.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오면 산과 언덕의 흙바닥이 말라서 발로 차면 푸석한 먼지가 확 피어올랐다. 그 말라버린 먼지의 냄새가 좋았다. 친구들과 마른 먼지 냄새를 맡으며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며 놀았다. 옆 동네의 형들이 우리를 때리려 들면 아이들은 기를 쓰고 달려들었다. 물론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전부 가진 것 같았다. 모두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언제까지나 함께 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중학교에 가고, 시골을 벗어나고, 이성을 알아가면서 12살 소년 시절의 친구를 애써 찾지는 않았다.
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 님, 영화는 재미있는데 이제 그런 영화는 만들 수 없어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책 님? 왜요?
나: 영화는 87년에 나온 영화고, 영화 속 시대는 50년대라서 컴퓨터도, 인터넷도, 휴대전화도 없어서 친구들과 매일 만나서 이야기해야만 대화할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혼자서 휴대전화만 들여다봐도 모든 정보를 알 수 있고 채팅만으로 많은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무엇보다 이제 리버 피닉스가 세상에 없으니까. 지금 만들면 아무래도 억지스러움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스탠 바이 미는 소년들의 이야기군요. 왠지 더 보고 싶은데요.
나: 네, 영화 속 아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데 이야기 속에 백 킬로그램이 나가는 뚱뚱한 12살 호건이라는 애가 나와요. 그 아이는 동네의 놀림거리죠. 모두가 뚱뚱한 살덩어리라고 놀려요. 마을에 블루베리 파이 먹기 대회가 열리는데 호건이 출전합니다. 출전한 사람들 전부 어른들이고 호건을 놀립니다. 모두가 우승에 목적을 두고 있지만 호건은 우승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거든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럼요?
나: 호건은 복수하는 게 목적이었어요. 어른들에게, 이 세계에 복수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출전한 선수들에 비해 빠르게 파이 다섯 판을 먹은 다음 복수가 시작돼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어떻게 복수가 진행돼요? 궁금하네요.
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 님? 그건 영화에서 확인 바람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책 님, 너무하네요. 호호호. 궁금하네, 궁금해, 그 영화를 봐야겠어요.
그렇게 생각 대화를 나누던 로지는 사라졌다. 사라졌다고 해도 대화를 걸면 바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로지는 나에게 근래에 본 영화 중에서 어떤 영화가 재미있는지 물었다. 코비드 바이러스 때문에 극장에 가지 않아서 그런지 근래에 뭘 봤는지 선뜩 떠오르지 않았다. 집에서도 영화를 보지 않고 지냈다. 그저 일만 하고 집으로 오고 반복이 주는 편안함에 빠져서 지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스쳐 지나게 되고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자꾸 생각이 났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을 온통 지배하던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마주친 일이 진짜로 일어난 일인지조차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생각나지 않았다. 나의 이상형과 거리가 먼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자꾸 생각나는 것도 이상하지만 이렇게 로지와 생각 대화를 한다는 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그러나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믿음이 가는 일들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달달한 것이 당겼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뭘 먹으며 보내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무엇보다 로지가 어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인지 궁금했다. 왜 그런지 로지에 대해서 빨리 알고 싶었다. 궁금증이 클수록 나중에 서로를 알고 나면 실망이 크다는 것도 안다. 어째서 그렇게 내내 생각나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근래에는 행동이나 말보다 생각을 많이 하면서 지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만 하면서 지낸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생각하는 건 돈이 들지 않고 재미있으니까. 하지만 재미있는 생각으로 출발하지만, 끝은 불안한 생각의 끝맺음이었다. 나는 절망적일까. 그렇다면 무엇으로부터, 무엇 때문에 절망적일까. 나를 절망으로 빠트리는 무언가가 있을 텐데 그게 뭘까. 이렇게 단조롭고 반복된 삶이 절망일까. 아니다, 나는 이런 절망을 딱히 싫어하지 않는다. 좀 더 깊고 어두운 절망이 도사리고 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책 님? 거기 있어요?
나: 네, 언제나 여기 있어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언제나? 호호.
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 님, 그럼요. 저는 부르면 언제나 나타나잖아요. 그래서 리버 피닉스의 12살 소년 시절의 스탠 바이 미를 봤어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 네, 재미있게 봤어요. 오래된 영화라는 걸 잊을 정도로 잘 봤어요.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호건의 그 복수도 좋았어요.
나: 그렇죠? 리버 피닉스는 후에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얼굴의 청춘으로 자라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책 님? 그런데 우리 언제 가는 생각 대화가 멈추지 않을까요?
나: 갑자기 그건 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인데, 어떻게 시작된 건지 모를 생각 대화가 언젠가는 끊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의 시체 찾기 모험이 끝나듯이 말이에요.
나: 생각해 보니 그렇군요. 그럼 만나야 하는군요. 우리가 만나서 실망하면 어떡하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살면서 많은 실망을 하고 또 하면서 지내잖아요. 뭐 어때요. 우리가 평소에 하는 많은 실망 중의 하나일 뿐이에요.
나의 절망적인 모습은 어쩌면 이런 불안 때문이다. 나는 항상 불안을 짊어지고 지냈다. 불안은 짐짝처럼 등에 붙어서 좀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대로 지낼 수는 없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말처럼 생각 대화가 멈춰버릴지도 모른다.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