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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운 김동찬 Apr 07. 2025

생명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 2

백석의 수라(修羅), 휘트먼의거미 하나, 석운(夕雲)의 기다리는 마음

수라(修羅)

백석(白石 1912~1996)

카지노 가입 쿠폰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 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느젠가(언제인가) 새끼 카지노 가입 쿠폰 쓸려 나간 곳에 큰 카지노 가입 쿠폰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카지노 가입 쿠폰를 쓸어 문 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식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 한 알에서 가제(방금)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 카지노 가입 쿠폰가 이번엔 큰 카지노 가입 쿠폰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 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 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이 시는 백석 시인의 유일한 시집인 ‘사슴’에 실려 있는 시로 1936년에 발표되었습니다. 백석하면 우리는 현실을 초월한 꿈과 사랑을 노래한 그의 시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생각납니다.

그런 감성과 낭만을 가진 성품이기에 카지노 가입 쿠폰와 같은 미물(微物)을 만났을 때도 귀찮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그 생명을 아끼고 그 가족 관계를 회복시켜 주려는 마음을 담은수라(修羅)’와 같은 시를 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시의 제목을 왜 수라(修羅)라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불교에서 수라는 아수라(阿修羅)의 준말로 중생이 윤회하는 육도(六道), 즉, 천(天), 인(人), 아수라(阿修羅), 축생(畜生), 아귀(餓鬼), 지옥(地獄) 가운데 한 곳입니다. 짐승보다는 낫고 사람보다는 못한 삶을 살아야 하는 아수라에는 싸움이 그치지 않아 피비린내 나는 싸움터를 아수라장(阿修羅場)이라고도 하지요. 차가운 밤중에 거미 가족과 조우했던 그가 거미 가족의 환란을 통해서 아픈 마음을 느끼며 시를 썼기에 넓은 의미의 ‘수라’를 제목으로 하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방바닥에 거미가 내려왔다니까 백석이 들어 있었던 방은 결코 좋은 거처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 시보다 나중에 썼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로 시작했던 것을 보면 그는 가난을 숙명처럼 여기며 살았던 시인 같습니다. 그런 그가 추운 밤에 방에 앉아 있다가 방바닥을 기어 다니는 거미를 보자 무심코 문 밖으로 쓸어냅니다. 보통 사람은 ‘웬 거미가 방에!’하면서 죽여버리기도 하지만 마음이 여린 시인은 가만히 방밖으로 쓸어냅니다. 문을 열고 쓸어내다 보니 밖의 한기가 느껴져 ‘차디찬 밤이다’라고 말할 때 문득 시인은 거미가 춥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젠가(언제인가)라는 사투리가 정겨운 둘째 연에서 시인은 같은 장소에 내려온 큰 거미를 보고 가슴이 덜컥합니다. 자기는 방바닥에 내려온 거미 새끼를 해치기 싫어 무심코 밖으로 내보냈는데 그 행동이 어미로부터 새끼를 떼어놓은 결과가 되었고 그래서 어미가 없어진 새끼를 찾으러 왔을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짜릿했던 것입니다. 그래도 큰 거미를 추운 밖으로 쓸어낸 것은 미물이라도 새끼 잃은 마음이 추위보다 더 힘들 것이라고 느꼈기에 나가서 만나라고 내보낸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아파 서러워합니다.


저것들이 깜깜한 밤 추위 속에 만나기라도 했을까 걱정되어 가슴이 아린데 그 아린 가슴이 싹기도(식기도) 전에 첫 번 거미 새끼보다 훨씬 작은 좁쌀알만한 작은 새끼 거미가 나타나서 시인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이제 시인에게 작은 새끼 거미는 단순히 거미가 아니고 언젠가 그와 헤어진 가족이고 친구입니다. 시인은 지금은 곁에 없는 누군가를 생각하며 가슴이 메어집니다. 그래서 손을 내어 밀지만 새끼 거미는 달아나고 시인은 더욱 서러운 마음이 됩니다.


거미에게 필요한 것은 내 손이 아니라 헤어진 어미나 형제라는 생각에 조심스레 종이에 받아 문 밖으로 버립니다. 밖은 춥고 어둡지만 가족을 만나라는 바람으로 내보내며 다시 슬퍼합니다. 이때의 슬픔은 시인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는 슬픔이기도 할 것입니다. 춥고 어두운 밖이지만 가족을 만나러 나가는 어린 새끼 거미나 가난하고 힘든 현실 때문에 가족과 헤어져 있는 자신을 생각하니 슬펐을 것입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추운 밤 방에서 만난 거미 가족을 귀한 생명으로 그리고 가족 공동체로 생각하는 시인의 따뜻한 마음을 느낍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를 주제로 한 월트 휘트먼의 시


우리나라 시인 백석은 방안에 들어온 거미를 보고 시심(詩心)이 생겨 시를 썼지만 미국의 시인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은 야외에서 벼랑 위에 서있는 거미를 보고 시상이 떠올라 다음과 같은 시를 썼습니다.


조용하고 끈질긴 카지노 가입 쿠폰 하나


조용하고 끈질긴 카지노 가입 쿠폰 하나,

나는 그 카지노 가입 쿠폰가, 조그만 벼랑 위, 어디에 홀로 서있는지를, 지켜보았다;

공허하고 광막한 주변을 탐색하기 위해, 카지노 가입 쿠폰가 어떻게,

가느다란 실, 실, 실을, 제 몸에서 뽑아내는지를 지켜보았다;

그토록 끊임없이 — 지치지 않고 빠르게 실을 풀어내는지를.


그리고 너, 오 나의 영혼이여, 네가 어디에 서있든,

무한한 공간의 바다에, 둘러싸여, 고립되어,

끊임없이 사색하고, 탐험하고, 놓아주면서, 천체들을 찾고 그것들을 연결하려 하는구나;—

네가 필요한 다리가 만들어질 때까지, — 연성(軟性)의 닻이 내려질 때까지;

네가 던지는 가느다란 카지노 가입 쿠폰줄이, 어딘가에 닿을 때까지, 오 나의 영혼이여.


A Noiseless Patient Spider

Walt Whitman


A noiseless, patient spider,

I mark’d, where, on a little promontory, it stood, isolated;

Mark’d how, to explore the vacant, vast surrounding,

It launch’d forth filament, filament, filament, out of itself;

Ever unreeling them — ever tirelessly speeding them.



And you, O my Soul, where you stand,

Surrounded, detached, in measureless oceans of space,

Ceaselessly musing, venturing, throwing, — seeking the spheres, to connect them;

Till the bridge you will need, be form’d — till the ductile anchor hold;

Till the gossamer thread you fling, catch somewhere, O my Soul.


'풀잎' (Leaves of Grass)’이란 시집으로 우리에게 그 이름이 익숙한 월트 휘트먼(Walt Whitman, 1819-1892)은 미국 문학사에 있어 가장 영향력 있는 시인의 하나입니다. 정형을 타파한 자유 형식의 시를 써서 ‘자유시(自由詩)의 아버지’라는 호칭으로도 불리기도 했습니다. 거미에 대해 쓴 이 시도 자유시의 하나입니다.


어느 날 산책길에 휘트먼은 작은 벼랑 위에 혼자 서있는 거미를 발견하고 유심히 쳐다봅니다. 거미가 서있는 벼랑은 아주 작았고 그 주위는 아무도 없는 텅 빈 아주 넓은 공간이었습니다. 시인다운 상상력으로 휘트먼은 거미가 그 주변 공간을 탐색하기 위해 혼자 서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거미가 몸에서 실을 뽑아내기 시작하자 휘트먼은 거미가 실을 뽑아내는 것은 주변을 보다 실질적으로 탐색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거미로서는 실을 뽑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행위이지만 휘트먼은 사람과 달리 아무런 탐색의 도구가 없는 거미는 끊임없이 실을 뽑아 탐색을 돕고 그 실로 자그마한 자신의 존재와 광활한 공간을 연결하려 한다고 상상합니다.


한참을 카지노 가입 쿠폰를 바라보던 휘트먼은 카지노 가입 쿠폰라는 존재와 자신의 존재가 무척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영혼을 불러내 카지노 가입 쿠폰와 비교합니다. 작은 벼랑 위에 서있던 카지노 가입 쿠폰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영혼도 어디에 있던 무한한 우주의 바다에 둘러싸여 홀로 고립되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가 끊임없이 실을 뽑아내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영혼은 끊임없이 사색하고 탐험하고 때로는 놓아주면서 무한한 우주의 바다와 연결할 천체 혹은 하늘을 찾습니다. (원문의 sphere는 천체라는 뜻도 있지만 하늘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앞에서 ‘무한한 공간의 바다에서 oceans라고 복수로 쓰였기에 역시 복수로 쓰인 spheres를 하늘로 번역하여 바다들을 연결할 하늘들을 찾는다고 번역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줄에 ‘네가 던지는 가느다란 거미줄이, 어딘가에 닿을 때까지’로 끝내며 휘트먼은 결국 이 시를 통해 광활한 공간에 혼자 떨어져 끈질기게 어떤 연결을 시도하는 거미가 곧 시인의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현실에서 격리되어 외로운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도 어딘가에서 연결점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시인과 끊임없이 자기 몸에서 실을 뽑아내며 어딘가와 연결을 꿈꾸는 외로운 거미의 모습에서 공통점을 발견한 시인은 거기에 시심(詩心)을 덧입혀 이렇게 좋은 시를 써냈습니다.


거미를 대상으로 한 두 편의 시를 보았습니다. 그 대상이 거미든 혹은 다른 생명체이든 생명을 바라보는 시인들의 시선은 보통 사람과는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방바닥에 기어 다니는 거미를 보지만 그 생명을 존중하여 해치지 않고 오히려 거미 가족이 서로 만나게 해 주려는 시인이 있는가 하면 벼랑 위에 서서 실을 뽑는 거미의 모습에서 시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시인도 있습니다. 시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애정의 눈길로 주변의 생물을 관찰하면 어느 순간 시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를 대상으로 쓴 시 한 편 더 보고 이 글을 끝내겠습니다

.

기다리는 마음

석운(夕雲)

설악산

흘림골 산길을 걸었다

오색약수까지 길은 멀기만 한데

비는 부슬부슬

안개는 자옥


큰비 만나기 전

빨리 가야 할 터인데

땅만 보고 걷다

문득 고개를 드니

허공을 가로지른 카지노 가입 쿠폰집

그 한가운데 카지노 가입 쿠폰 한 마리


왜 그리도 급하세요

귓가에 들려오는

카지노 가입 쿠폰의 속삭임

비가 와도 안개가 껴도

전 기다리고 있지요

언젠가는 절 찾아올

그 누군가를


행여 카지노 가입 쿠폰줄 다칠까

조심스레

작은 걸음으로 지나며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배운 마음

기다리는 마음


오색약수 남은 길이

한결 가벼웠다.


흘림골 계곡 길에서 만난 카지노 가입 쿠폰


몇 년 전에 아내와 같이 설악산 흘림골에서 오색약수까지 걸었습니다. 중간쯤 왔을 때 별안간 하늘에 구름이 모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곧 바람이 불고 안개가 끼고 드디어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비에 대한 준비가 없었기에 우리는 마음이 급해져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큰비는 아니었지만 불안한 마음이 들자 경치도 눈에 안 들어왔고 땅만 보고 급히 걸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큰 나무 밑을 지나며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을 때 눈을 꽉 채우고 들어온 것은 그렇게 높지 않은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거미줄이었습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흘림골 산길의 카지노 가입 쿠폰줄

거미줄 한가운데 꽤 큰 거미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의젓하게 자리 잡고 있는 거미는 바람도 안개도 비도 개의치 않는 태연한 모습이었습니다. 오히려 허겁지겁 걷는 우리 부부를 안쓰러운 눈으로 내려다보며 무어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다 저는 옆에 있는 아내의 손을 잡았습니다. “여보 우리 천천히 갑시다. 비 오면 좀 맞읍시다.” 거미줄과 나를 번갈아 보던 아내가 미소로 답했습니다. 우리는 행여 카지노 가입 쿠폰줄 다칠까 조심스레 작은 걸음으로 그 아래를 지났습니다. 위의 시(詩)는 흘림골 산길을 무사히 걷고 났던 그 저녁 오색약수 숙소에서 쓴 것입니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거미도 날씨와 상관없이 기다릴 줄 알았습니다. 그날 우리 부부가 거미에게 배운 것은 기다리는 마음이었습니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힘든 날을 겪을 수도 있지만 거미처럼 참고 기다리면 어느덧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2025. 4월 석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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