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카지노 게임 내성적이고 소심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 만카지노 게임 것 싫어하고, 세 사람 이상 모인 장소 가지 않고, 어떤 일을- 특히 돈 나가는 일- 좀처럼 결정 못 내리고 생각에 생각만 거듭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렇게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이다. 카지노 게임 열정적인 사람이다. 다만 쉽게 뜨거워지지 않을 뿐이다. 소심한 것은 사실이다. 중국어에서는 우리가 ‘조심’이라고 말하는 것을 ‘소심’이라고 하는데, 카지노 게임 그런 의미에서 소심하다. 카지노 게임 리스크가 싫다.
그래서 카지노 게임 리스크가 어느 정도 확인되고 가늠될 때 까지는 차가운 상태에서 신중하게 판단하지만, 일단 리스크보다 기대 편익이 크다고 판단되면 그 순간 부터는 놀랄 정도로 대범해진다. 그 판단이 행동이나 실천에 대한 것이라면 저 사람이 언제 저렇게 열정적이었나 싶을 정도로 몰두한다.
이 경우가 그랬다. 최유선에게 하겠다고 말한 이상 카지노 게임 하기로결정 한 것이며, 그렇다면 시간 끌 것 없이 즉시 내면의 열기를 끌어올려야 했다. 2006년 8월부터 카지노 게임 바로 작업 모드로 돌입했다.
집에 가자 마자 공책을 꺼내 표지에 ‘카지노 게임를 찾아서’ 라 적었다. 너무 평범하고 없어 보이는 제목이었지만 어차피 가제에 불과하다. 더구나 나는 작명 센스라곤 손톱 끝 만큼도 없는 잼병이다. 그동안 내가 쓴 책의 제목들은 죄다 편집자가 붙인 것이다.
다음은 취재 계획을 끄적끄적 적어 내려갔다.
첫번째 취재원.
이건 뻔했다. 다름 아닌 나다. 최유선 말마따나 카지노 게임 정우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같이 다녔고, 결혼한 뒤에도 한 동네에 살았다. 세상에 나 보다 정우에 대한 이야기 거리를 더 많이 가진 사람은 가족을 제외하면 없을 것이다. 아니 가족이 나 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확신할 근거도 없었다. 아니 정우가 나에게 가족이나 다름 없었다고 말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첫번째 취재원으로 나를 소환한다.이건 확정되었다. 그럼 다음은? 부모와 누나. 다음은? 아내, 쌍둥이 딸?
아니 아니, 이건 아니다. 너무 뻔하다. 생각만 해도 하품이 나온다. 공책 위에 붉은 가로줄을 직직 그었다.
순서가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덮어놓고 취재부터 할 것이 아니라주제부터 정해야 했다. 대학에서 조사방법론 강의할 때 그렇게 말했던 기억이 났다. 먼저 이론이 잡혀야 조사 방법과 조사 범위가 정해진다고.
학생들한테는 그렇게 가르쳐놓고 정작 카지노 게임 허둥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카지노 게임 반성하는 마음으로 공책에 먼저 질문들을 썼다.
1. 이 책을 왜 쓰는가?
2.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만큼은 얻기 바란다면 그건 과연 무엇일까?
이 책을 읽음으로써 정우의 일생을 상세하게 알게 된다?
관두자. 정우의 일생을 상세하게 아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설사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그건 그냥 다큐멘터리를 만들면 되지 소설 형식으로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럼 뭐가 더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정우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들을 알게 된다?
이것도 관두자. 알아서 뭐 하게? 물론 재미야 있겠지. 하지만 카지노 게임 정우의 삶이 흥밋거리가 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너무 끔찍한 생각이다.
그렇다면 대체 이 책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정답은 너무 뻔한 곳에 있었다. 카지노 게임 공책 페이지 한 가운데에 커다랗게 이 두 글자를 적었다.
‘음악’
이것 말고는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대상, 아니 알아야만 하는 대상은 인간 권정우가 아니라 음악가 카지노 게임다.
이거 말고 정우에 대해 할 말이 더 있을 수나 있을까 싶었다. 카지노 게임의 훌륭함은 돈이 많거나 권력과 명예가 높거나 인격이 훌륭한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돈은 성공한 기업가에 한참 미치지 못했고, 권력이나 명예로운 자리는 주겠다는 것도 마다했으며, 인격은 내 친구라는 것을 감안해서 최대한 이해해 보려 해도 좀 너무한 경우가 많았다. 정우가 죽은 다음에도 기억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오직 하나, 아름다운 음악을 남겼기 때문이다.
‘유레카!’
마침내 주제가 나왔다. 시작이 반이란 말은 적어도 글 쓰는 사람에게는 진리다. 주제 잡는 게 어렵지, 일단 주제만 잡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창작이라기 보다는 노동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카지노 게임 공책 첫 페이지 첫 줄에 연필을 꾹꾹 눌러가며 썼다.
주제: 이 책을 읽음으로써 카지노 게임의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이건 교사로서 말하자면 수업 시간의 학습 목표 같은 것이었다. 남은일은 여기에 설명을 붙여 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디누의 음악을 깊이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것은 디누가 진심으로 남기고 함께 나누고자 했던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이 책의 주인공은 디누가 아니라 디누의 ‘음악’인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조사해야 할 것도, 내가 해야 할 이야기도 그것이 되어야 한다.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음악이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취재원 역시 사람이 아니라 음악이 되어야 한다. 그가 남긴 녹음들, 그가 남긴 작품들. 피아니스트로서, 지휘자로서, 그리고 작곡가로서 남긴 음악들.
그 중 음반만큼은 취재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나는 카지노 게임의 모든 음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돈 없던 학생 시절에는 테이프를 샀고, 나중에는 바이널(LP)로 다시 샀고, 더 나중에는 같은 음반을 CD로 다시 샀다.
카지노 게임 집에 들어가자마자 CD장부터 뒤졌다. 하지만 10분만에 후회의 늪에 빠졌다.
CD 대신 MP3로 음악을 듣게 되면서 5천장이 넘는 CD들이 분류도 정리도 되지 않은 채 먼지만 잔뜩 뒤집어쓰고 집안 구석구석에 제 멋대로 쌓여 있었던 것이다.
가히 재활용 쓰레기 매립장을 방불케 했다. 이 어마 무시한 CD 무더기 속에서 깨알만한 DINU 네 글자가 찍힌 것들을 골라내는 일은 목근육과 수정체에게 너무도 무리한 노동이었다.
거의 여섯 시간의 탐색 끝에 목이 뭉치고 눈앞이 희미해질 정도가 되어서야 카지노 게임 DINU라는 글자가 찍힌 음반들을 여러 장 골라 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