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When English Became a Monster
중학교 때까지 나는 카지노 게임 추천를 싫어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딱 학교 내신 시험 범위를 달달 외우며 카지노 게임 추천를 공부하는, 그런 전형적인 한국인이었다. 그런데 내 수준과 맞지 않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지옥이 시작됐다. 한국사와 국어, 제2외국어 정도의 과목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과목을 카지노 게임 추천로 수업했고 시험도 카지노 게임 추천로 봐야 했다. 그 말인즉, 내가 수학을 좋아하더라도(그런 적은 없다) 카지노 게임 추천를 못하면 수학 시험 문제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도 못 하면서 왜 그런 학교에 갔느냐 하면,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할 수 있겠다. 어렸을 때부터 언니를 좋아해서 언니가 다니는 피아노 학원, 서당(요즘 친구들은 놀랄 수도 있겠지만, 라떼 시절엔 진짜 서당이 있었다. 벼루에 먹을 갈고 붓펜으로 한문을 쓰는..) 등을 늘 별 이유 없이 따라다녔다.
내 16년 인생의 롤모델과도 같았던 언니가 이 고등학교에서 좋은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행복한 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인 데다(그 속에 언니의 어마어마한 노력이 있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지만) 대학교도 잘 갔으니, 따라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입학시험에 카지노 게임 추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중학교 내신 점수 잘 받고 자기소개서와 면접 등의 절차만 통과하면 들어갈 수 있다고 하니 딱히 미리 카지노 게임 추천 공부를 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일단 가면 잘하게 되겠지- 생각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권 국가에 가기만 하면 저절로 카지노 게임 추천가 늘 거라고 착각하는 것처럼.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도 대부분 알아듣지 못했고,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친구들이 카지노 게임 추천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그냥 딴 세상 사람들 같았다. 점점 나는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는 내가 카지노 게임 추천를 못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가슴은 한국에 눈은 세계로’라는 멋들어진 교훈을 가진 학교였던 만큼 많은 학생이 해외 대학교를 목표로 했고, 그에 걸맞은 좋은 교육 제도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었으나(대학생들이 공부하는 맨큐의 경제학 원서로 경제 수업을 하고 정보 수업은 JAVA 원서로 했을 정도였으니.. 그때 미리 공부했더라면 내가 대학교 국제경제 수업에서 그 고생을 하지도, 지금처럼 개발자들을 부러워만 하고 있지도 않았을 거다), 당시의 나는 아쉽게도 ‘가슴도 한국에, 눈도 한국에’ 있었기에 바다 건너편 세상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당연히 카지노 게임 추천에 대한 목표 의식도 없었다. 목표가 없으니, 무엇을 열심히 해야 할지도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하필 1학년 담임선생님이 강력한 ‘정시파’였던 터라(학교가 지향하는 교육 방식과 몇몇 선생님들의 생각이 충돌하는 과도기였던 것 같다. 심지어 어떤 선생님은 “2호선에 있는 대학교에 가면 남편 얼굴이 바뀐다-업그레이드된다”는 말도 안 되는,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를 하시기도 했다), 내신이 1~2등급 안에 들지 않으면 그냥 수능 공부나 하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래서 학교 수업을 포기해도 수능만 잘 보면 된다고 애써 위안을 삼았다. (물론 학교 수업을 안 듣는다고 해서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한 건 당연히 아니다. 그냥 공부를 안 했다는 뜻이다..)
그래도 잘 찾아보면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뭔가는 있을 것 같아 보컬 동아리, 방송반, 토론 동아리, 봉사 동아리 등등 교과 외 활동을 열심히 했다.『호모 루덴스』를 읽고 ‘우리에게 놀이를 돌려주자’며 놀이 동아리를 만들어 남들 수능 공부할 때 합법적으로 노는 시간까지 챙겼다. 스승의 날 이벤트나 체육대회 같은 것도 어찌나 열심히 준비했던지, 생활기록부의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에도 그런 내용이 적혀 있다. 담임 선생님들이 써주신 내용을 보면, 공부를 못했던 나를 공부에 대한 ‘의지’, ‘의욕’ 같은 단어로라도 포장해 주시려 애쓰셨던 흔적이 보인다..
카지노 게임 추천를 못했으면 잘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했는데, 자존심도 상하고 부끄러워서 그렇게 계속 도망만 다니며 3년을 보냈다. 대학교에 입학한 뒤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 추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식은땀이 나고 손부터 떨렸다. 이런 시간이 쌓이니, 어느 순간부터 카지노 게임 추천가 거대한 괴물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정말 다행히, 내 생각을 바꿔줄 사건이 찾아왔다.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했는데, 운 좋게 학과 장학 프로그램 덕분에 과테말라 현지에서 3개월간 어학연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때 나는 매일 아침 4시간씩 현지 선생님과 1:1로 스페인어 수업을 했고, 오후에는 공원이나 거리에서 친해진 현지 친구들과 스페인어로 대화를 했다. 현지에 있을 때 자격증을 따겠다는 일념으로 따로 동네 도서관에 다니며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때 스페인어를 너무 신나게 공부했던 경험 덕분에, 카지노 게임 추천도 이렇게 하면, 어쩌면 두려움을 조금은 깨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퇴사를 하자마자 이틀 뒤에, 바로 필리핀으로 떠났다. 몇 년 전 스페인어를 공부했던 때처럼, 이번엔 카지노 게임 추천에 몰입해 보는 경험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한국에서도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조언을 정말 많이 들었지만, 워낙 게으르고 관심사도 많고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해서 퇴사 후 한국에 머물면 분명 무언가 하나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았다. 경험에 비추어 볼때 나는 뭔가를 하려면 그걸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나를 던져 넣어야 하는 사람이고, 한국의 카지노 게임 추천학원에서 강의형 수업을 들으며 수능 공부할 때처럼 암기하며 카지노 게임 추천 공부할 걸 상상하니 소름이 돋았다. 일단 카지노 게임 추천를 쓸 수밖에 없는 해외로 나가야 했다.
어학 프로그램이 있는 나라들은 많았지만 마침 그 시기에 필리핀 세부에서 친구가 일하고 있기도 했고, 여러 조건을 비교해 봤을 때 1:1 스피킹과 라이팅 수업이 있으며 아침부터 밤까지 카지노 게임 추천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고 기숙사와 식사까지 포함되어 있는 세부에 있는 학원에 다니는 게 가장 적절해 보였다. 빨래까지 해주는 서비스가 있어 정말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공부만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무엇보다 가격도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했고, 겨울을 싫어하는 나에게 동남아의 2월은 천국과 다름없었다. 정말 퇴사를 한 게 맞는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던 퇴사 3일 차, 눈을 떠보니 어느새 필리핀 어학원에서의 첫날 수업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