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상 6]
('지금, 정상' 1~5화를 먼저 읽고 오시면 좋아요)
더 이상 뒤에서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잠시 숨을 돌린다. 내 페이스보다 빨리 온라인 카지노 게임더니 숨이 차다.
누가 쫓아와? 갑자기 왜 달아나?
숨을 헉헉대며 올라온 미진이 눈을 흘기며 꽉 쥐고 있던 주먹을 펴 보인다. 비닐로 예쁘게 포장된 작은 크기의 호두 파이가 반쯤 뭉개졌다. 포장 위에 밝은 산악회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다.
아까 그 남자?
온라인 카지노 게임 고개를 끄덕이며 포장을 벗긴 호두 파이를 내 입 속에 넣어 준다. 남은 파이 부스러기를 자기 입 안에 털어 넣는다. 호두 향이 입안에 은은하게 퍼진다. 파이는 전혀 달지 않고 맛이 꽤 좋다. 얼굴이 달아오른다. 안면홍조가 심해진 게 찬바람 때문인지 미진에 대한 묘한 감정 변화 때문인지 알 수 없다. 호두 파이를 다 먹은 뒤 비닐 포장을 구겨 넣기 위해 배낭을 연다.
이건 뭐야?
배낭 입구로 괭이 날이 삐져나왔다.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질문을 못 들은 척하며 벌떡 일어나 배낭을 다시 멘다.
깔딱 고개다. 저기만 오르면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갈림길이 나온대.
표지판 앞에 멈춰 서서 벌게진 얼굴에 손부채질을 한다. 미진을 기다렸다 출발하려는데 아까 만났던 남자가 보인다. 걸음을 주춤했다. 남자 옆에는 빨간 바람막이를 입고 챙이 있는 노란색 등산 모자를 쓴 여자가 함께 서있다. 남자가 길을 안내하는 척하며 옆에 있는 여자의 어깨를 더듬는다. 못 볼 걸 본 것 같아 고개를 얼른 돌린다. 남자가 미진을 발견하자 알은체하며 한 손을 크게 흔든다. 고개를 들지 않고 흘깃 그쪽을 보는데, 얼굴부터 목까지 화끈거린다.
여보, 아까 말했던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분.
여자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과 나를 번갈아 보며 인사를 한다. 여자의 눈에는 내가 보이는 모양이다. 목소리는 걸걸한 편이지만, 말하는 본새나 눈웃음에는 애교가 깃들어 있다. 사랑받고 사는 여자라는 걸 대번에 알 수 있다. 멀쩡한 남의 남편을 여자 뒤꽁무니나 따라다니며 치근대는 사람으로 의심했다는 생각에 얼굴이 더 달아오른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내 옆에 바짝 붙어 서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말 많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다정하게 구는 게 싫지 않다. 여자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닌 내게 말을 걸어주는 게 좋은 건지도 모른다. 혹여 관심이 미진에게 옮겨갈까, 고개를 끄덕이거나 적당한 추임새를 넣어주며 여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등산객을 위해 만들어 놓은 철제 난간 데크 덕분에 돌이나 바위를 밟고 올라갈 때보다는 수월하다. 대신 계단 경사가 가팔라 계속 숨을 헐떡거리느라 여자의 이야기에 대꾸하는 게 쉽지 않다.
당연히 매운맛이죠?
(다음 화에 계속)
책 읽어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단편소설 '지금, 정상'으로 소설가 등단.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윤소희 작가와 함께 책 읽기’ 등 독서 커뮤니티 운영.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심리장편소설 <사이코드라마와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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