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수상한 모자 (母子)
일주일 전. 그날도 알람은 제 시각에 울렸다. 카지노 쿠폰 세 번째 알람이 울리고 나서야 회사에 가지 못할 삼백오십 개의 이유를(잠결에 생각하면 매우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것 같지만 정신 차리고 생각해보면 아주 똥멍청이 같은) 포기하고 몸을 일으켰다.
“으~음, 여보 잘 잤어?”
아내가 겨우 눈을 떠 승환에게 말했다.
“아, 더워서 조금 설쳤어.”
“에어컨 켜고 잘 걸 그랬나? 오늘도 더우면 에어컨 켜고 자자.”
“더우면 에어컨 켜고 자자고요? 그 말씀만 벌써 만이천삼백오십팔 번째십니다! 어젯밤에도 별로 안 덥다고 하시면서 에어컨 못 켜게 하셨잖아요! 하지만 저는 봤다고요! 당신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 있던 땀을... 전기세가 그렇게 무섭습니까!”
카지노 쿠폰 아내에게 버럭 화를 냈다. 오직 마음속으로만. 그것도 공손한 말투로.
그런 얘기를 입 밖으로 내는 순간, 집에서 승환이 발붙일 곳은 1제곱센티미터도 없게 됨은 물론 일주일간 식탁에는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카지노 쿠폰 겨우 출근길에 나섰다.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의 정신과 몸은 완전히 깨지 않은 채였다. 코로 들어오는 덥고 습한 공기가 날숨의 그것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때문에 그는 ‘공기가 폐로 들어오고 있기는 한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호흡이 자각되자 의식적인 호흡이 시작됐다. 그리고 의식적 호흡은 곧 그를 답답해 미치게 했다. 답답함의 압축체 같은 것이 명치 윗부분부터 꾸욱하고 가슴을 태우듯 올라왔다. 만성 식도염이었다. 고통과 짜증이 밀려왔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그 고통 덕에 숨쉬는 것이 다시 무의식의 영역으로 돌아갔다는 것이었다.
카지노 쿠폰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50여 미터 떨어진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아직 3분 정도 여유가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강박에 걸음을 재촉했다. 버스 정류장 근처, 사람들이 뭔가 둘러싸고 있었다. ‘뭐지?’ 궁금증에 그도 무리에 슬며시 끼었다.
‘오, 쓋!’
초등학교 4, 5학년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길바닥에 축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곁에는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덤덤하게 쪼그려 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웅성대며 구경만 할 뿐이었다. 한 젊은 여성이 휴대폰을 잽싸게 꺼냈다.
‘119에 신고하려나 보네. 역시, 요새는 젊은 여성들이 가장 정의롭다니까.’
“찰칵”
‘?! 뭐야? 미친... 페이스타그램에 올리려고 찍은 거였어?’
카지노 쿠폰 당황했다. 하지만 승환을 포함한 아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괜히 이런 데 얽히는 건 싫은데. 뭐, 누군가 하겠지.’ 하고 있던 카지노 쿠폰 뭔가 따가운 것을 느꼈다. 사람들이 모두 승환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곳에 그나마 젊은 남자는 승환뿐이었다. 그들은 이미 눈빛으로 승환을 혼내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곧 레이저 빔을 쏠 것 같았다.
‘아 쉬바, 지들도 아무것도 안 하면서.’
“119 불러드릴까요?” 승환이 휴대전화를 꺼내며 아이 엄마에게 물었다.
“괜찮아요... 저희 애가... 원래 좀 이래요. 괜찮아요.”
아이 엄마가 차분한 목소리로 승환을 말렸다. 어색한 미소와 함께.
편해 보이는 긴 회색 원피스. 대충 걸친 듯한 얇은 흰색 카디건, 창백한 피부, 화장기 없는 얼굴, 뒤로 한번 질끈 묶은 길고 검은 머리, 그리고 이 상황에 전혀 당황한 기색 없는 무표정한 얼굴. 평범한 것 같으면서 또 어딘가 부조화스러워 보였다. 그녀가 풍기는 기이한 위화감이 습한 아침 공기에 퍼지고 있었다.
그녀는 축 처진 아이를 안아 올리더니 아파트 단지 입구로 슬슬 걸어갔다. 승환과 같은 아파트 단지였다. 아이가 쓰러졌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느긋해 보였다.
‘진짜, 엄마는 맞는 걸까?’ 카지노 쿠폰 그녀의 해괴한 여유가 찝찝했다.
어느새 버스가 와있었다. 눈빛으로 승환을 혼내던, 정작 본인들은 아무것도 안 하던 사람들은 이미 버스에 탑승해 있었다.
‘쉬바, 순간이동 능력자들인가? 분명 조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버스에 오르며 카지노 쿠폰 개돼지 성 부장이 어제저녁 급히 소집한, 오늘 아침에 있을 팀 회의가 떠올랐다. 눌러뒀던 짜증과 역류성 식도염이 명치를 압박하며 다시 조금씩 올라왔다.
‘성 부장, 이 개똥 같은 놈. 오늘 아침에 긴급 임원 회의가 생긴 건 또 어디서 쥐새끼처럼 들어가지고... 오늘도 임원들한테 저는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팀원들 조져가며 일하고 있습니다요 라고 보여줄 속셈이겠지. 그리고 임원 하나 붙잡고 심각한 척 담배나 한 대 태우시죠 하면서 정치질이나 하겠지. 하긴, 그거 하나로 부장까지 달았으니까.’
카지노 쿠폰 겨우 화를 가라앉히며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았다. 버스 안은 아낌없는 냉방 덕에 시원했다. 카지노 쿠폰 이토록 은혜로운 에어컨을 틀어주시는 버스 기사님은 공자님 다음으로 훌륭한 인격자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버스가 집보다 낫구만...’
승환의 마그마 같던 분노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금세 사그라들었다.
‘어후 난 왜 이렇게 단순한 일에 일희일비하냐.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참... 인간은 간사하고 멍청한 존재라니까. ......쉬바 설마, 나만 이런 건 아니겠지?’
카지노 쿠폰 자신만 이런 한심한 인간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살짝 주춤했다. 하지만 그 생각 역시 에어컨 바람에 금세 날아가 버렸다.
‘그나저나 아까 그 꼬마는 괜찮겠지? 엄마가 데리고 갔는데 뭐 별일이야 있겠어? 어휴 뭔 오지랖이냐. 내 코가 석 자인데...’
카지노 쿠폰 조금 전 있었던 모자의 일은 곧 ‘일상’이라는 시시한 파도 두어 번에 대충 잊힐 것이라 생각하며,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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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아직 오전이었지만 33도가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승환의 두 살 된 딸 하진은 개의치 않았다. 카지노 쿠폰 딸에게 애원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그는 딸을 따라 놀이터로 끌려나갔다.
포항제철 용광로 같은 놀이터는 그냥 뜨거웠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하진은 더 신나 보였다. 그녀는 승환을 놀이터 여기저기로 끌고 다녔다. 미끄럼틀, 시소, 그네, 놀이터 한쪽에 있는 모래밭까지. 놀이터를 풀코스로 즐긴 후에야 카지노 쿠폰 휴식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둘은 놀이터 구석의 정자에 앉았다. 고양이 한 마리가 멀리서 지나가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에서 종종 보이던 황색, 흰색 얼룩무늬의 고양이였다.
‘혼자네? 새끼들은 어디 시원한 데 두고 왔나? 하긴, 이 더위에... 자식들 소중한 건 짐승도 매한가지겠지.’
“하진아, 저기 봐! 고양이다! 야옹~!”
하지만 하진은 고양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오직 땅바닥을 쏘다니는 개미만이 그녀의 관심사였다. 카지노 쿠폰 딸에게 쏟아지는 땡볕을 몸으로 막아 슬며시 그늘을 만들어 줬다. 고양이가 잠시 멈춰 승환과 하진 쪽을 한번 쳐다보고는 언제나처럼 무심히 떠났다. 고양이가 사라졌던 길을 통해 한 모자가 걸어왔다.
‘저 꼬마 녀석도 에너지가 넘치나보네. 어? 낯이 좀 익은데?’
카지노 쿠폰 그 둘이 며칠 전 버스 정류장에서 봤던 아이와 엄마라는 것을 알아챘다.
‘저 정도 나이면 엄마랑 놀이터는 잘 안 오지 않나?’
11, 12살 정도로 보이는 소년은 놀이터에 도착하자마자 혼자 신나게 미끄럼틀로, 그네로 뛰어다녔다. 아이의 엄마는 신이 난 아들을 두고 승환과 하진이 있는 정자에 와서 앉았다.
“예뻐라, 아이가 몇 살이에요?”
“아, 2년하고 2개월 됐어요.”
“한창 귀여울 때네요.”
“아, 네.”
“이름이 뭐예요?”
“하진이요.”
“하진아 안녕?”
하지만 하진은 여전히 개미만 보고 있었다. 그녀는 조만간 개미의 언어를 통달할 것만 같아 보였다.
“여기 사시나 봐요?” 남자아이의 엄마가 물었다.
“네. 104동이요.” 승환이 대답했다.
“아, 저는 여기 108동이요.”
108동은 한 층을 2가구만 쓰는 넓은 평수 전용 동이었다.
‘부잔가?’
카지노 쿠폰 아이 엄마의 수수함이 갑자기 절제와 검소의 미덕을 갖춘 현숙한 부인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어휴 이런, 속물.’
따끔한 셀프 반성 후 카지노 쿠폰 그녀를 다시 살폈다. 다크써클 약간. 다소 큰 눈. 화장기 없고 창백한 얼굴. 힘없는 나뭇가지처럼 길고 얇은 팔. 처음 봤을 때와 한가지인 뒤로 대충 묶은 검은 머리. 회색 민소매 원피스. 어째선지 카지노 쿠폰 그녀의 모습에서 ‘체념’, ‘의욕상실’ 같은 단어가 떠올랐다.
“애는 좀 괜찮나요?” 승환이 물었다.
“네?”
“얼마 전에 요 앞 정류장에서 쓰러진 걸 안고 가셨잖아요. 그때 저도 있었거든요. 119에 신고하려고 했던...”
“아, 그분이셨구나. 네, 괜찮아요.”
“다행이네요. 아이가 어디 안 좋은가요?”
“......”
그녀는 말이 없었다. 카지노 쿠폰 뭔가 큰 실수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젠장, 괜히 오지랖 떨었네. 머쓱하게.’
대화가 끊기고 묘한 긴장이 감돌았다.
“털썩”
카지노 쿠폰 소리 난 곳을 쳐다봤다. 모래밭에 남자아이가 쓰러져있었다.
‘열사병?’
카지노 쿠폰 한걸음에 모래밭으로 달려가 아이를 살폈다. 아이는 쓰러지다 이마를 부딪쳤는지 미간이 빨갰다. 우연인지 승환의 미간에 있는 붉은 반점과 같은 위치였다. 아이 엄마는 아이를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은 채 “괜찮아요. 별거 아니에요.” 라며 느릿느릿 걸어왔다.
“그래도 애가 쓰러졌는데......”
“.......”
느긋한 그녀의 발걸음을 보며 카지노 쿠폰 확신했다.
‘이 여자는 아이의 친엄마가 아닌 거야. 뭔가 다른 목적으로 이 애를 데리고 있는 거겠지. 분명 재산을 노리고 애 딸린 이혼남에게 접근해서 결혼했을 거야. 그리고 쉬바, 알 수 없는 무색무취의 뭔가를 아이한테 먹이고 있는 게지! 남편은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을지도 몰라... 아놔, 어쩌지? 아까 오지랖 부렸는데... 나를 가만히 둘까? 어쩐지 아까 나한테 어디 사는지 물어보더라니... 이사 가야 하나?’
그녀는 아들을 안아 올려 정자 그늘로 데려갔다. 느릿느릿. 그녀는 아이를 정자에 눕힌 후 가져온 부채로 부채질을 했다. 카지노 쿠폰 이제 그 부채질마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싸했다. 그의 직감이 위험하다고, 도망치라고 말하고 있었다. 카지노 쿠폰 여전히 개미에 정신 팔려있던 딸아이를 얼른 안았다. 자연스럽게 자리를 떠 도망가고 싶었지만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그녀가 말했다.
“별거 아니에요. 그냥 잠든 거예요. 아이가 기면증이 있어서요.”
‘기면증이... 뭐지?’
안도와 궁금증이 공존하는 승환의 표정을 읽고 아이 엄마가 말을 이었다.
“갑자기 잠드는 병이에요. 시도 때도 없이... 잠이 밀려오는데 그걸 참을 수 없는 거래요. 그래서 이래요. 일상생활도 쉽지 않고요.”
해탈한 듯 툭 내뱉은 그녀의 말에 수년간 쌓인 피로감이 가득했다.
“아. 그래서......”
위화감이 싹 걷혔다. 카지노 쿠폰 자신의 뒤틀린 망상이 부끄러웠다. 막장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이게 다 빌어먹을 미디어 탓이라며 속으로 변명했지만 민망함은 가시지 않았다. 카지노 쿠폰 위로의 말을 떠올리려 했지만, 갑자기 긴장이 풀린 탓인지 그의 뇌는 블루 스크린이 뜬 것 마냥 정지됐고, 명령을 받지 못한 입은 붕어처럼 뻥긋대고 있었다.
‘젠장.’
카지노 쿠폰 결국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 어색함이 감돌았다.
“지~잉.”
승환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내다. 맙소사... 아내의 전화가 반가울 때가 있다니...’
“어, 여보.”
“안 더워? 얼렁 들어와. 들어와서 애기 씻기고 밥 먹어. 청소랑 쓰레기도 알지?”
“어. 응, 바로 들어갈게.”
카지노 쿠폰 전화를 끊었다.
“애기 엄마가 밥 먹으러 들어오라고 해서요. 먼저 좀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이가 얼른 건강해졌으면 좋겠네요.”
“아, 네 안녕히 가세요. 아가야 안녕~”
승환의 딸이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카지노 쿠폰 그녀에게 목례를 한 번 더 하고 하진과 집으로 들어왔다.
더운 날씨 탓인지, 아니면 조금 전 일로 긴장했던 탓인지 승환의 옷과 살과 땀은 하나가 되어 있었다. 때문에 옷을 벗는 동안 그는 머리 없는 귀신이 되어 한참을 옷과 씨름했다. 그의 아내가 한심하다는 듯 뒤에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옷과의 혈투 끝에 간신히 판정승으로 이긴 카지노 쿠폰 ‘그래도 러닝은 못 입지! 암~ 이건 내 마지막 자존심이니까. 꼴사나운 아저씨가 돼서야 쓰겠어?’라고 생각하며 적나라하게 드러난 뱃살을 애써 무시했다. 그리고 이제 승환에게 자기 뱃살보다 하찮아져 버린 기면증 모자의 일은 기억에서 이미 반쯤 지워져 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