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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뷔 Feb 12. 2025

19. 행복은 (묵묵히 쫓기)


호진은 잠든 아내와 아들 얼굴을 한번 보고 조용히 현관으로 나갔다. 신발을 신고 있는데 뒤에서 “아빠, 어디가?”라는 소리가 들렸다. 막 잠에서 깬 아들이 겨우 눈을 뜬 채 뒤에 서 있었다.


“아빠, 일하러 가지.”

“일요일인데?”

“그러게.”

“또 사장 할아버지랑 골프야?”

“오늘은 회장 할아버지야.”

“오늘 나랑 게임 사러 가기로 한 건?”

“그게 오늘이었나?”

“벌써 세 번째 약속 어긴 거 알지?”

“미안해. 아빠가 깜빡했다. 자 여기. 맛있는 거 사 먹고.”


카지노 쿠폰 지갑에서 만 원짜리 열두어 장을 꺼내 아들에게 건넸다.


“그럼 오늘도 늦어?”

“미안, 미안.”

“...알았어. 그... 아빠.”

“미안, 아빠 지금 출발해야 해서. 미안, 이따 얘기하자.”


집을 나선 카지노 쿠폰 누군가가 계속 뒤통수를 당기는 것 같았다.


“나중에 더 잘 해주면 돼. 나중에...”

혼잣말을 하며, 카지노 쿠폰 걸음을 재촉했다.



******



“오늘은 공기가 괜찮네.”

“미세먼지 ‘좋음’입니다, 회장님.”


비서실장이 골프 카트를 운전하며 답했다.


“잠깐 멈춰봐. 날씨도 좋은데 좀 걸어야지.”


골프 카트가 멈추고 회장이 내리자 비서실장과 카지노 쿠폰이 그를 따라 내렸다. 회장이 느린 걸음으로 잘 정돈된 필드를 걸었고, 반걸음 정도 뒤에서 비서실장과 카지노 쿠폰이 회장을 뒤따랐다.


“허카지노 쿠폰이.”

“예, 회장님.”

“그거 제품 하자 있던 거 어떻게 처리하기로 했지?”

“보고드린 대로 전량 리콜하기로 했습니다. 언론에 보도자료 뿌렸고, 조금 전에 기사 뜬 것 확인했습니다.”

“새끼들, 그게 뭐 대수라고.”

“맞습니다. 사용하는 데는 큰 문제 없습니다.” 비서실장이 답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회장이 맞장구쳤다.


제품 하자 문제를 직접 검토했던 카지노 쿠폰 오작동 시 사용자가 실제로 다칠 가능성이 있었기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냥 입을 꾹 닫았다.


“근데 리콜보다는 무상수리가 좀 낫지 않나?”

“아, 그... 회장님께서 회사 이미지도 있고 해서 리콜이 낫다고 판단하셔서...”


카지노 쿠폰 대답하면서 ‘또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회장의 끊임 없는 변덕과 책임 전가. 그렇게 좌천된 십수 명의 임원들을 카지노 쿠폰 익히 봐왔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좀 아닌 것 같아. 그게 한두 푼도 아니고. 고장 난 놈들만 고쳐주면 되지 전량 리콜까지 필요하겠어?”

“하지만 이미 언론에...”


앞서 걷던 회장이 걸음을 멈추고 카지노 쿠폰을 돌아봤다.


“바로 확인해서 조치하겠습니다.” 카지노 쿠폰이 답했다.


카지노 쿠폰 곧장 홍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하는 호진을 뒤로하고 회장과 비서실장은 잔디밭을 계속 걸었다.


“오늘은 공 안 치십니까?” 비서실장이 물었다.

“내가 뭐 공 치러 오나? 걸으러 오는 거지.”


멀리서 카지노 쿠폰이 큰 소리로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리콜 말고, 무상수리!! 무상수리로 바꾸라고!! ...... 하여간 잘 모르겠고, 당장 바꿔요. ...... 뭐? 힘들다면 다에요? 여기 안 힘든 사람 있어요? 안 되면 직접 기자들한테 찾아가서 무릎이라도 꿇던가!! ...... 박 팀장!! 당신 생각 아무도 관심 없어요.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고요!! 하여간 30분 있다가 확인할 테니까 조치해놔요! 알았죠?”


회장이 흐뭇한 미소로 카지노 쿠폰이 통화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허카지노 쿠폰이, 저놈 일 참 잘해. 그치?”

“네 맞습니다.” 비서실장이 거들었다.


통화를 끝낸 카지노 쿠폰 마음이 영 좋지 않았다. 하지만 ‘회장님의 명’이라는 강력한 명분으로 머릿속 인지 부조화를 빠르게 털어냈다.


“따르릉”


‘아니 벌써 다 됐나?’ 호진은 놀라며 휴대전화를 급히 다시 꺼냈다. 아내였다.


“어, 여보세요? ...운동회? 언젠데? ... 다음 주 금요일이면 평일이잖아! 내가 그렇게 한가해? 좀 당신이 알아서 해! 내가 신경 안 쓰게! ...알았어. 빨리 끊어! 전화올 데 있어! ... 가뜩이나 바쁜데.”


전화를 끊은 호진은 민감한 상황 탓에 아내에게 말이 안 좋게 나간 것이 괜스레 마음에 걸렸다.


‘에이 참, 왜 하필 그때 전화를 걸어서. 사람 미안하게 말이야. 쯧, 이따 들어갈 때 맛있는 거라도 사가야겠다.’


그는 급히 어두운 표정을 지우고 행여나 놓칠세라 회장과 비서실장을 향해 달려가며 말했다.


“회장님, 곧 조치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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