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달 없는 하늘엔 별이 가득했다. 깊은 어둠이 더 아름다운 하늘과 달리 땅은 그저 어둠 뿐이었다. 어둠에 잠긴 도시는 일렁이는 별빛에 가끔 그 형태를 드러냈지만, 곧 다시 깊고 고요한 어둠으로 들어갔다. 때문에 누구도 그곳에 거대한 도시가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나마 드문드문 켜진 몇 개의 횃불이 왕궁의 윤곽을 드러내 간신히 문명의 흔적을 들출 뿐이었다.
위태로워 보이는 그림자 하나가 고요한 왕궁을 배회했다. 비틀거리는 그림자는 마론의 걸음과 맞닿아 있었고, 걸음마다 흔들리는 그의 눈동자는 그림자보다 더 공허했다. 그는 힘겹게 발걸음을 호나의 왕좌로 옮겼다. 도시에서 홀로 잠들지 않은 호나가 왕좌에서 친구를 맞이했다. 두 눈을 검은 천으로 가린 그는 화려하게 조각된 하얀 나무 왕좌에 앉아 있었다.
“호나. 백색의 나무, 꿈꾸는 왕. 그리고 내 오랜 친구여. 잘 있었는가?”
“역시 마론 카지노 게임 사이트군. 오랜만이야.”
“그래.... 오랜만이지...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참, 언제나처럼 평화롭구만. 그래. 빌어먹을 평화. 벌써 20년간 이어진 그 빌어먹을 평화지.”
“그래, 덕분에 백 년의 전쟁을 끝내고 고통받는 사람을 구하지 않았나, 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덕분이네. 근데 무슨 일인가? 목소리가 안 좋은데.”
“술을 좀 먹었네.”
“허, 것 참. 적당히 마시게. 건강도 생각해야지.”
하지만 호나는 술 냄새보다 더 진동하는 피 냄새에 신경이 더 거슬렸다.
“호나, 내 친구여. 그 날 기억나는가? 우리 꿈이 시작된 날, 카지노 게임 사이트 혈통의 비밀에 대해 말했던 그 날 말이야.”
“물론, 기억나네. 그 날이 있었기에 지금의 태평성대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지. 처음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그 얘기를 꺼냈을 때,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나 했었네.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장님이 되면, 꿈이 시작되고, 사람들의 혼이 꿰어진다 했었지.”
“그래. 우리 혈족에만 내려오는 마지막 수련단계지. 이마에 붉은 씨앗을 가진 구도자가 동굴에서 홀로 열반에 오르는 과정 말이야.”
“그리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종종 위대한 구도자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그와 함께 열반에 오르기 위해 그의 꿈으로 들어간다 했었지. 그리고 그걸 이용해 어쩌면 이 세상에 평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했었고.”
“맞네.”
“근데 사실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말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네.”
“나도 그때는 확신할 수 없었지.”
“그래도 그렇지 세상천지에 스스로 장님이 돼서 세상을 구하겠다는 사람이 어딨냔 말이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그 눈,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세상을 바꾸겠다는 그 눈빛에 나는 설득당했지. 그래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꿈에 동참하기로 했고.”
“여전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네.”
“근데 호나... 난 후회한다네.”
“무슨 말인가?”
“내 아들이 죽었네.”
“정말인가? 어쩌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괜찮나?”
그제야 호나는 아까 피 냄새가 이해됐다.
“그래, 뭐... 어쩔 수 있겠는가, 하늘의 뜻인데. 그런데 말이야. 나는 마음이 찢어지게 아픈데, 내 아내는... 지 어미는... 자식이 죽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더란 말이야. 자식이 죽었는데... 그냥 무슨 동네 개가 죽은 거 같이 행동하더란 말이야!! 자네, 생각해보게. 이게 정상인가? 이런 게 정상이냐고?!!”
“......”
“위대한 왕이여, 말씀해 보십시오. 이게 진정한 평화입니까!! 말 좀 해보라고 친구야... 이게 다 그 꿈 때문이네... 그 빌어먹을 꿈 말이야. 그 꿈에 꿰인 사람들은... 그래, 다 그 빌어먹을 네 평화 속에 살고 있겠지. 사실은 나도 뭔가 잘못됐다는 건 카지노 게임 사이트전부터 알고 있었네. 그래도! 서로 죽고 죽이는 것보다는 이게 나으니까, 그래도! 전쟁통에 휘말려 애미 애비 잃는 고아나 과부들은 더 안 생길 테니까, 그것보다는 이게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냥 덮어두고 있었네. 하지만 역시 인간이 만든 평화는 완벽할 수 없는 모양이네. 이건 우리가 바라던 평화가 아니네. 이건 정말 아니야... 이런 거짓평화는 끝내는 게 낫네.”
“마론... 내 친구...”
“그래서 그 붉은 씨앗을 가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들들을 다 죽이고 오는 길이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못하게. 이게 내 결론이네. 미안하네... ”
“카지노 게임 사이트 어떻게 그런...”
호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장님인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 딸들은 살려뒀네. 붉은 씨앗은 여식에게는 전달되지 않는 모양이더군. ...이제 이 저주 같은 평화를 끝내세. 우리가 시작한 일이니 우리가 끝내야지.”
“마론, 안 되네! 그럼, 사람들이, 사람들이!!!”
마론은 손에 들고 있던 단검으로 주저 없이 호나의 심장을 찔렀다. 호나는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막으려고 어떻게든 발버둥 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대로 숨을 거뒀다. 친구의 죽음 곁 마론의 눈은 여전히 공허했다. 그는 호나의 심장에 꽂힌 칼을 빼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심장에 칼을 꽂았다.
어둠 속 평화로이 잠든 도시에 아득한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