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제주에 차를 갖고 내려왔다가 반려견을 해안도로에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입마개를 오래
씌워놨는지 상처가 난 개도 있었고, 목줄이 있고 털도 매끈한데 이름표가 없는 개도 많았다.
보통은 데리고 있다가 키울 사람이 없거나 주인을 찾지 못하면 결국 유기견보호소에 연락을 했고, 그러면 며칠 후에 담당자들이 닭장같이 생긴 차를 끌고 나타나서 데려가곤 했다. 보호하던 개들 중의 두 마리 정도는 그렇게 떠나보냈는데 그런 내가 정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머 어떡해. 저기 철장에 갇혀서 가는 것 좀 봐. 데리고 오자, 응? 어떡해.. 어쩜 좋아.
자기가 키울 것도 아니면서 눈물을 펑펑 흘리는 친구도 포함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개를 키운다. 그리고 카지노 가입 쿠폰의 앞마당에서 키우는 것을 꿈꾼다. 제주의 카지노 가입 쿠폰, 그리고 앞마당이 곧 바다인 해안도로 인접한 곳에서 개를 키운다는 것은 로망인 것이다.
하지만 그걸 꿈꾸었기 때문에 내가 개를 키운 것은 결코, 아니었다. 마치, 아이가 나에게 찾아온 것처럼 반려견 역시 그랬다.
-이 개, 리트리버에요?
-아니에요.
내가 엉겁결에 키우게 된 강아지는리트리버와 동네 믹스견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똥개, 우리 아빠가 항상 부르던 말이다.
하지만 이 똥개, 는 내가 알던 제주도의 개들 중에서 유일하게 섬을 탈출해 나온 개, 이기도 하다. 나는 완도행 여객선에 반려견을 태워서 육지로 데리고 나왔다.
참, 애석하게도 애완견들도 아름답고 예쁘면 키우기 좋은 모양이다. 우리 개님은 믹스견이었고 나이도 많았으며, 제주의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는 목줄없이 돌아다니는 개들이 태반이었고 개를 책임지고 맡아줄 이를 찾는다는 것은 육지처럼 곤란한 일이었다. 그래서 데리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후회하니?
-응
하지만 곧, 후회했다.
제주의 카지노 가입 쿠폰마을에서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우리는 항상 함께였다. 바다로 수영을 갔고, 같이 조개도 캤으며 오름도 올라갔다. 상황이 좋았을 때는 소포장된 비싼 사료나 양질의 고기도 먹였고 직접 면도기를 사서 털도 골고루 정리해주었으며 추울 때는 현관에 데리고 들어와서 끌어안고 잤다.
하지만 나는 혼자가 되었고, 형편은 어려워졌으며 더불어 아이가 있는 엄마가 되었다. 때문에 나의 반려견은 언제나 뒷 순서였다.
-아, 밥을 줘야 하는데....
힘들게 일하고 퇴근한 뒤, 아이를 씻기고 지쳐서 누울 때 쯤이면 문득 생각났다. 생각하면서 스르륵 눈이 감긴 날도 있었다. 사료는 점점 싸구려로 바뀌어갔고 주말에는 무더기로 쌓인 마당의 똥을 치우느라고 허리가 아팠다. 쳐다보면 눈곱이 시커멓게 끼어있고 벗겨지다 말아서 보기 흉한 털들이 등을 덮고 있었다. 목욕을 시킨 지 오래되어 빳빳해진 털을 만져보면 방치하고있다며 혀를 차던 친구의
말이 맞는것도 같았다.
-미안해. 나 같은 주인을 만나서. 하루종일 혼자 이런 그늘진 마당에 두어서, 싸구려 사료를 줘서, 산책을 자주 하지 못해서, 목욕을 못해서 미안해. 너무너무 미안해.
좋은 집에서 좋은 주인을 만났더라면 추운 날 따신 방에서 잠들고 좋은 사료를 먹었을텐데, 남의 집 셋방살이 주제에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해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오래된 아이 이불을 개집안에 깔아주는 것 밖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심심 풀이로 타로 점을 보았다. 타로공부를
하던 이는 우리개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해주었다.
-아니에요. 그럼에도 버리지 않고 저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그래도 엄마랑 사는 게 행복해요. 내 엄마여서 감사합니다.
나는 대번에 울음을 터뜨렸다. 그 말이 진짜가 아니라고 해도 괜찮았다.
네가 나를 미워한다 하더라도, 후회한다 하더라도 나는 괜찮았다. 그래도 나는 너를 버리지 못하니까, 너를 내 곁에 두어야만 하니까 괜찮았다.
14살이 된 나의 개는 지금도 하루종일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낮에 네가 뭘 하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돌아가는 곳에 네가 있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외롭지 않다. 어쩌면 너를 짐, 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버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내게 와줘서 고마워. 나는 그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같이 살자고, 꼭 오래 살아서 더 좋은 날을 함께 하자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