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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Apr 14. 2025

올라, 산티아고

인생은 go

새벽 6시는 여전히 깜깜하다. 대도시에서 출발할 때는 무섭지 않다. 가로등도 많고 불을 켠 가게도 있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자를 만날 확률도 높다. 아주 작은 시골 마을에서 출발할 때는 각오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모르는 타인에게 같이 가자고 하기도 그렇다. 각자의 속도가 있기 때문이다. 어제는 알베르게에서 나오는 저녁식사를 먹기 싫어서 근처 호텔 식당에 갔다. 갑자기 큰 개가 뛰어온다. 진짜 깜짝 놀랐다. 다행히 그 개는 나를 한 번 보고 휙 지나갔다. 주인에게 도망친 개였다. 조금 있다가 한 남자가 개목줄을 들고 얼굴이 벌겋게 되어 뛰어간다. 나는 작은 호텔에서 레몬맥주와 토르티아를 먹고 알베르게에 가는 내내 그 개를 만날까 걱정되었다. 눈치를 보며 살살 걸었다.

오늘 새벽에 나오면서 그 개를 만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시골마을이라 개들이 많다. 여기저기에서 엄청 짖어댄다. 마치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아, 사람도 없다. 갈까 말까? 다시 알베르게로 돌아가? 말도 안 된다. 순례길에서 back은 없다. 용기를 내고 걸어본다. 저번에 한국 부부랑 같이 걸었을 때 풍력 발전기의 빛을 보고 도깨비 불이라 장난친 게 생각난다. 나에게 도깨비불이 지금 개다. 조금만 지나면 무서움은 사라진다. 바로 어둠이 사라질 때이다. 어둠은 무섭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력을 극대화하며 사람의 마음을 참 작게 초라하게 만든다. 여러 명이 새벽에 나가는 나에게 대단하다고 말한다. 나는 왜 새벽에 혼자 출발하는가. 무섭지 않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할 만하다는 것이 내 맘이다. 처음부터 나는 혼자 모든 것을 해 볼 작정으로 여기에 왔다. 그런데 이것도 못하면 창피한 일이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것은 자랑거리가 아니다. 새벽길은 나에게 작은 용기를 준다. 그리고 어느 정도 믿음도 있다. 지금 나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호한다는 느낌이다. 우선 천국에서 아빠, 엄마가 지켜주고, 한국에서는 가족, 지인, 성당 사람들이 나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다. 감동이다. 나는 할 수 있다. 오늘도 무서울 때는 노래를 부른다. “하늘이 계신 우리 아버지, 이버지의 이름이~” 오늘도 해가 뜬다.

순례길은 인생길과 같다. 힘들다고 주저앉을 수도 없고 누구에게 업어달라고 할 수도 없고 하늘을 날 수도 없고 땅으로 꺼질 수도 없다. 어떻게 하든 내 두 발로 걸어야 한다. 7시간 걷다 보면 굳은살도 생기고 걸을 만 해진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힘들어도 go 하다 보면 적응한다.

그런데 순례길을 네 번이나 온 사람의 말도 자꾸 생각이 난다. 여기를 와야 한국에서 살 힘이 생긴다는 말. 영화 “한국이 싫어서”가 생각난다. 한국은 사실 계급 사회다. 학교에서부터 시작이다. 어느 학교를 가냐부터 인생길이 정해진다. 아이들은 그걸 금수저, 흙수저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학부모 모임을 가면 나도 한국에 살기 싫어질 때가 있었다. 남편의 승진, 아이들의 성적, 친정의 권력을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 마치 유은실의 “순례주택”동화책에 나오는 사람 같다. 내가 아이들과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할 때 자신은 집을 절대 비울 수 없다고 빈정대며 말한 사람도 있었다. 그 비싼 집, 그 비싼 가구, 가전제품이 망가지는 것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만 주위에 있다면 정말 한국에서 살기 싫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좋은 사람을 찾아 만난다.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 우리도 순례길에서처럼 편함을 느끼는 문화, 자연이 있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이 달라질 수 있을까. 어른인 나부터 변해야 한다. 뱃살이 절대 빠지지 않는 어른들(나 포함)을 보면서 그 배는 똥고집, 아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은 그동안 보고 들은 것이 많다. 그래서 변함을 원하지 않는다. 기초대사량은 줄어드는데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포용력은 줄어들면서 고집만 피우는 것 같다. 탁상공론의 끝판이다. 나는 뱃살이 빠지지 않는 한 감히 남에게 조언이나 충고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외모만으로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 아닌 남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포용력, 넓은 마음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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