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 주제 - 만약에
반백년을 살고 나서야 ‘만약’이라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질색하게 되었다. 어릴 땐 그러지 않았다. ‘만약’이라는 달콤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중독되다시피 즐겼다.
만약에 내가 연예인처럼 엄청 예쁜 얼굴이었다면,
만약에 내가 키가 쭉쭉 시원하게 컸다면,
만약에 내가 돈이 아주 아주 많았다면,
만약에 내가 그때 그 아파트를 샀다면,
만약에 내가 공부를 진짜 잘했다면,
만약에 내가 로또에 당첨된다면,
만약에 나한테 백억이 있다면,
만약에...
만약에...
이 달콤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달콤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으로 끝나지 않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빠져나오고 보면 나는 더 못생긴 것 같고, 더 키가 작은 것 같고, 더 가난한 것 같고, 더 공부도 못하는 것 같고, 운도 지지리도 없는 것 같고, 항상 선택도 더럽게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 현실은 더 비참해졌다. 달콤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끝은 항상 쓰디썼다. 마음을 다잡고 내 삶을 충실하게 살아내는 게 버거워졌다. 그래서 만약이라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과 손절했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시간에 너의 진짜 현실을 바꾸려고 노력을 하라고 노오력을!
이렇게 나 자신에게 외치며 채찍질하는 꼰대가 되었다.
내가 이렇게 꼰대가 돼 가며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끊어내고 있을 때 그런 말도 안 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재미있는 그림책으로 만들어낸 사람이 있다. 끊임없이 여행을 다닌 시인이자, 번역가이자, 수필가인 앨러스터 리드의 <만약에.
온 세상을 두루두루 여행했다는 작가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력에 어이없는 웃음이 나온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여행을 하는 동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시꺼멓게 말라죽은 꼰대같은 내 마음에 다시 연두색 동심 싹이 피어날 것 같다. 나도 다시 건강하고 행복하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고 싶은 마음이 슬며시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