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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보경 Apr 21. 2025

매 순간은 카지노 게임 추천이다

베르그손 <물질과 기억 수업 후기 (16)

삶은 카지노 게임 추천로다


물질과 기억 수업 후기를 다시 쓰면서 그 전에 썼던 글들을 다시 훑어 보았다. 첫번째 글의 제목을 보고 멈칫했다. <후회하지 않는 법. 그 글의 결론에 시선이 머물렀다. '과거를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후회하는 일을 만들지 않거나, 이미 후회할 일이 생겼다면 카지노 게임 추천를 미친듯이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고 적혀 있는 문장을 보고 웃음이 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나는 내가 쓴 글대로 살아왔을까?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거나, 이미 후회할 일이 생겼다면 카지노 게임 추천를 미친듯이 최선을 다해 살아왔을까?


작년즈음이었을까. 친구가 발터벤야민의 『일방통행로』를 선물해 주었다. 벤야민의 사유의 단편들 60편을 모아놓은 책이었다. 철학 수업 시간에 종종 언급되는 책이기에 친근감이 느껴졌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민망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제목과 내용의 연결성을 파악하는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내용을 다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그의 뜻을 조금이라도 느껴보려 애를 썼다.


마음이 불안할 때마다 이 책을 읽고 필사를 했다. 내용이 와닿지 않더라도 이 책의 제목에게 보이지 않는 가호를 받는 듯한 느낌이 힘을 내게 해주었다. 벤야민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 삶은 카지노 게임 추천로야. 멈추면 좆되는거야. 뒤돌아 보지마. 그저 나아가는거야. 매일 아침 그런 마음으로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경직된 발걸음을 내딛었다.


백수가 되면 시간이 많으니 여유롭게 시간 활용을 할 수 있을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퇴사를 하고 나서가 오히려 무언가에 끊임없이 쫓기는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있어도 마음놓고 쉬지 못했고 밤에 자다가도 느닷없이 깨기 일쑤였고 잘 걸리지 않던 몸살이 더 자주 찾아왔다.


분명 나는 열심히 살고 있었다. 최선을 다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태하지는 않았다고 다짐할만큼은 열심히 살았다. 그러니 나는 몇년 전 썼던 <후회하지 않는 법 결말에 적었던 방법의 일부는 지켰던 셈이었다. 그런데도 계속 회한과 부끄러움 그리고 슬픔이 쌓이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속은 도대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 그것은 내가 카지노 게임 추천 순간을 생각할 때 이상적으로 결정한 수학적 점의 이쪽에 있는가, 저쪽에 있는가? 그것이 동시에 이쪽저쪽 모두에 있으며, 내가 “나의 카지노 게임 추천”라 부르는 것은 동시에 나의 과거와 미래를 침범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물질과 기억』 앙리 베르그손


베르그손은 시간을 '과거 → 카지노 게임 추천 → 미래' 로 흐른다고 보지 않았다. 그의 '지속' 개념에서의 시간은 카지노 게임 추천를 기준으로 과거와 미래를 통해 분출되는 형태를 띈다. 그는 시간이 '과거 ← 카지노 게임 추천 → 미래' 의 양방향으로 흐른다고 보았다. 통속적인 시간 개념은 '강물' 이고, 베르그손의 시간 개념은 '화산'인 것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라는 것은 이상적으로 결정한 수학적 점의 이쪽 (과거, 즉 미래를 기준으로 과거쪽) 이나 저쪽 (미래, 즉 카지노 게임 추천를 기준으로 미래 쪽) 에 위치하지 않는다. 카지노 게임 추천는 이쪽 (과거)과 저쪽 (미래)에 모두 존재한다. 시간, 즉 지속은 카지노 게임 추천를 기준으로 과거와 미래 양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한강 작가의 『검은 사슴』이라는 장편 소설을 좋아한다. 그녀 특유의 삶에 대한 시선 때문인지 소설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매우 어둡다. 자신의 아픔보다 타인의 아픔이 먼저 보이는 사람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래서일지 소설의 배경은 폐탄광촌이다. 한때 그곳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던 인물들의 삶에 대해 그녀는 썼다. 희망보다 절망의 깊이가 더 깊은 곳. 생과 사가 넘나드는 곳. 막장. 그녀의 소설은 독자들을 그곳으로 끌고 들어간다.


절대로 단번에 읽어낼 수 없는 소설이었다. 한 번도 탄광촌에 가본적이 없지만 매캐한 광산의 탄가루를 잔뜩 들이마신듯했다. 막장에서 종종 출몰한다는 전설과 신화속의 동물, 검은사슴. 검은사슴은 한평생 빛을 보지 못하고 언제나 배반당하지만 희망을 놓지 않는 동물이다. 소설에 등장카지노 게임 추천 주인공 네 명은 모두 제 나름대로의 막장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그들 모두 그들을 상처주었던 어둠에서 벗어나려하지만 어둠 속에 숨어버리고 마는 존재들이다.


우리 모두 나름대로 인생의 막장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누구에게나 말 못할 아픔이 있을테니까. 아무리 불행과 슬픔에 경중이 있다고 하더라도 너의 아픔은 결코 가볍지 않다. 베르그손이 말하는 '카지노 게임 추천'를 막장으로 비유한다면 너무 무겁고 어두우며 지나치게 비장한 것일까? 철이 없고 겁만 많은 나는 카지노 게임 추천의 무거움 앞에 자꾸만 비장해지기만 하는지도 모른다. 그 비장함에 경도되어 어둠속에서 작가가 보았던 잠들어 있는 빛을 보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검은 사슴』은 한강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다. 그녀는 노벨문학상 소감에서 "하나의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나는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산다"고 했다. 젊었던 작가에게 현실 속의 검은 사슴들의 존재는 얼마나 부조리하고 비이성적인 질문이었으며 마음을 후벼파는 고통이었을까. 나였으면 그렇게 어둠에 먹혀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진심으로 인간을 사랑했던 것 같다. 젊은 작가는 그 슬픔과 고통에 몸부림치지만 끝끝내 그것을 꼭 움켜 쥐었다.


후회와 수행
우선 나의 과거를 침범한다는 것은 “내가 말하는 순간은 이미 나로부터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며, 또 나의 미래를 침범한다는 것은 그 순간이 기울어진 곳이 미래이고, 내가 향하고 있는 곳이 미래이며, 그 불가분의 카지노 게임 추천, 그 시간의 곡선의 미분적(infinitesimal) 요소를 고정할 수 있다면 그것이 보여줄 방향도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가 “나의 카지노 게임 추천”라 부르는 심리적 상태는 동시에 직접적 과거의 지각이자 직접적 미래의 결정이다.『물질과 기억』 앙리 베르그손


후회와 그것에 따라붙는 감정에 대하여 생각하다가 친구가 최근 브런치에 올린 후회에 대한 글을 읽었다. 친구는 잘못을 깨달았다면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거기서 멈추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사건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후회라는 감정은 슬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드는 감정이기에 반드시 나쁜 감정이지만은 않다. 동시에 후회라는 감정은 과거의 내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마음이 깔려있는 감정이기에 거만한 감정이다.


세상 사람들 모두 최선을 다해 산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반복되는 슬픔 속에서 산다. 한 사람의 생애에서 슬픔과 불행이 윤회되는 것처럼 보일때도 있다. 나의 삶이 그랬다. 후회는 삶의 원동력이었다. 나는 불행을 만들고 그것을 후회하고 메꾸는 힘으로 살아가던 사람이었다.


열심히 해왔던 운동은 나를 살렸지만 또다른 작은 슬픔을 야기했다. 어깨와 발목의 부상은 예방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마치 나를 벌하기라도 하듯 스스로를 살피지 않았다. 그랬던 나의 마음이 진정으로 후회하는 마음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몸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시간의 곡선의 미분적 요소는 기울기를 의미한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면 미래는 그 행동의 방향성으로 기울어진다. 삶의 변화는 바로 이 기울기에서 온다. 지혜롭게 후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슬픔을 반복하지 않는 최선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둘째, 자기배려는 또한 주의 시선의 일정한 형식입니다. 자기 자신을 배려한다는 것은 자신의 시선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고, 말하자면 시선을 외부로부터 '내부'로 이동시키는 것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외부라는 말에 대한 논의를 유보하고 시선을 외부와 타인 그리고 세계 등으로부터 '자기 자신(soi-meme)에게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해둡시다. 자기 배려는 우리가 생각카지노 게임 추천 바와 사유 내에서 발생카지노 게임 추천 사건에 주의를 기울이는 일정한 방식을 내포합니다. 『주체의 해석학』미셸 푸코
시선은 인간의 찌꺼기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로』발터 벤야민
* 영어본 번역: 눈 속에서 인간을 마지막 앙금까지 볼 수 있다.
** 불어본 번역: 시선은 인간의 밑바닥에 남아 있는 마지막 한 방울이다.


최근 2년여전 진행되었던 푸코의 주체의 해석학 수업을 다시 듣고 있다. 그 당시 나에게 필요했던 수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핑계로 제대로 듣지 않았었다. 그것만 하더라도 총체적인 후회의 덩어리지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후회의 방향과 기울기를 바꿔야한다.


벤야민은 '시선은 인간의 찌꺼기'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외부를 통해 내부를 알 수 있거나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시선이 머물고 그것을 통해 포착해 내는 것이 타인들의 찌꺼기, 마지막 앙금, 혹은 한방울이라고 보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수행이란 무엇일까? 자신에게 익숙한 것은 낯설게 하고 낯선 것은 익숙하게 하는 것이다. 그 자체가 바로 방향과 기울기를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시선을 외부에서 내부로 돌려본다. 외부의 찌꺼기로서의 시선보다는, 나의 마음을 이롭게 해서 바깥을 바라보고자 한다. 이제 나는 벤야민의 '일방통행로' 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고 싶다. 뒤가 없으니 비장해져야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카지노 게임 추천를 소중히 움켜쥐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이 세상은 어두컴컴한 갱도이고 우리는 누구나 막장에 이르러 있으니 절망하라는 뜻이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어둠을 있는 힘껏 움켜쥐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베르그손은 시간이 카지노 게임 추천에서 과거와 미래로 흐른다고 했다. 삶을 바꾸고 싶다면,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그 열쇠는 카지노 게임 추천에 달려 있다. 삶은 카지노 게임 추천를 통해서만 과거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일방통행로니까. 그렇기 때문에 다시 없을 그 길을 소중히 걸어나갈 것이다. 그렇게 후회의 어둠도 빛도 그저 담백하게 담아냈으면 좋겠다.


산책을 카지노 게임 추천데 노란색 꽃 무더기가 눈이 부셨다. 처음으로, 꽃의 이름이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누구보다 절실하게 삶의 아름다움을 알아가고 있는 친구에게 꽃 이름을 물었다. 겹황매화였다. 이 꽃이 흔한 꽃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친구가, 겹황매화가, 뒷산이 고마웠다. 이 마음을 소중히 쥐고 싶다. 너무 세지도 너무 약하지도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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