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관계]
하고 싶었지만 끝내 카지노 게임 못한 말들이 있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마음속에서는 수없이 맴돌았지만, 그때는 어쩐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음에 하면 되겠지, 언젠가는 말할 수 있겠지. 그렇게 미루다 결국 남겨진 말들. 부모님께, 친구에게, 멀어진 사람들에게. 마음은 있었지만, 타이밍을 놓치고, 어색함을 핑계로 삼고, 결국 말하지 못한 채 마음속에만 품고 지나온 말들이다.
얼마 전, 휴대폰을 정리하다 예전 문자들을 하나씩 들여다봤다. 몇 년 전, 별다른 이유 없이 연락이 끊긴 친구의 이름이 화면에 떠올랐다. ‘잘 지내니?’ 그 한마디만 보내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보내지 못한 메시지가, 하고 싶었지만 꺼내지 못한 말이, 그렇게 또 하나 늘었다.
몇 년 전, 아버지와 크게 다툰 적이 있다. 감정이 격해져 상처되는 말들을 주고받았고, 서로 등을 돌렸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풀릴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거리는 더 멀어졌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자존심처럼 목에 걸렸고, 결국 아무 말 없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아버지도,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마음속에는 오래된 찜찜함이 남아 있었다. 그때 미안하다고 말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한때는 내 곁에 너무도 익숙했던 친구가 있다. 학창 시절 거의 매일 붙어 다니던 친구였다. 우리는 서로를 잘 안다고 믿었고,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로 가까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바쁜 일상이 쌓이면서 연락이 뜸해졌다. 만나자는 약속은 몇 번이나 미뤄졌고, 결국 ‘다음에 보자’는 말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그 친구와의 마지막 대화가 무엇이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연락을 하면 어색할까 봐, 괜히 멀어진 걸 들킬까 봐 머뭇거리다, 결국 그 인연은 그렇게 끝이 났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중요한 말들은 끝까지 남겨두는 경우가 많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같은 말들.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말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부모님께도, 친구에게도, 때로는 지금은 멀어진 사람들에게도. 언젠가는 전해야지 하면서도, 그 ‘언젠가’는 쉽게 오지 않는다. 우리는 시간이 많다고 착각하지만, 말에는 타이밍이 있고, 그 타이밍을 놓치면 아무리 간절해도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내게 물었다. “요즘은 네가 바빠서 전화하기 어렵지?” 나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그냥 정신이 없어서요.” 사실은 어렵지 않았다. 그저, 이유 없이 미루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날 이후로는 의식적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별다른 이야기가 아니어도, 그냥 안부를 묻고 하루를 나누었다. 아버지는 여전히 담담했지만, 통화 끝에 가끔 이렇게 말했다. “고맙다, 전화해 줘서.” 그 한마디에 나는 마음이 흔들렸다. ‘잘 지내니?’라는 짧은 말도, 마음을 담으면 그렇게 오래 남는 것이다.
우리는 마음을 다 알 거라 믿고 표현을 생략하지만, 사실 말카지노 게임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부모님도, 친구도, 배우자도. 오랫동안 함께 지낸다고 해서 마음이 늘 닿는 건 아니다. 때론 일부러 표현해야만 닿는 감정도 있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망설이고, 어색하다는 이유로 미룬다. 그리고 결국, 전하지 못한 말로 후회하게 된다.
얼마 전, 지인이 말했다. “가장 후회되는 건, 표현할 수 있었을 때 하지 않은 말들이더라.” 그 말이 뻔한 위로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상하게 마음 깊은 곳에 남았다. 우리는 관계를 잃어가면서도, 끝까지 말하지 않는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지고, 오랜 인연일수록 차마 꺼내지 못하는 말들이 늘어난다. 그래서 마음속으로만 되뇌다가,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려워진다. 미안함도, 고마움도, 사랑도. 그때 전했다면 가볍게 나눌 수 있었던 말이, 시간이 지나면 무겁게 가라앉는다. 그리고 결국에는, 더 이상 전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 우리는 그때서야 깨닫는다. 하고 싶었던 말은, 미루면 남는다. 끝내 하지 못한 채, 마음 어딘가에 머무른 채, 말이 아닌 무게로 남는다.
그래서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말하려 한다. 고마운 마음은 고맙다고, 미안한 마음은 미안하다고, 사랑하는 마음은 사랑한다고. 그게 너무 늦기 전에, 그리고 그 마음이 진심일 때. 말이라는 건, 그렇게 적당한 순간에, 적당한 마음으로 건네야 한다. 마음이 사라진 뒤에야 꺼내는 말은, 어쩌면 더 큰 아픔이 될 수도 있으니까.
지금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아직 닿을 수 있을 때 마음을 건네야 한다. 지금 당장은 어색할지 몰라도, 그 말 한마디가 관계를 다시 잇는 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끈은 언젠가 자신을 지탱해줄 기억이 된다. ‘그때 그 말, 해줘서 고마웠다’고 누군가 내게 말할 수 있게.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끝내 하지 못한 말들이 마음에 남는다면, 그건 아직 사라지지 않은 감정이라는 뜻이다. 잊지 못한 미안함, 말하지 못한 고마움, 끝내 전하지 못한 사랑. 그 마음이 남아 있는 한, 아직 늦지 않았다.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바로 지금, 말할 수 있을 때 말해야 한다.
우리는 누구에게, 어떤 말을 끝내 남겨두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 말들은, 정말 사라진 걸까. 아니면, 아직도 마음속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걸까.